매년 5월25일 ‘방재의날’은 의전행사 위주의 다른 정부기념일과는 다르게 진행된다. 방재주간을 정하여 재해위험요인에 대한 점검정비 및 대 국민계도 등을 중점적으로 재해예방활동과 동시에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각종 캠페인, 방재훈련, 풍수해 국토청결운동 등의 주간행사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재해예방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대국민 안전의식을 고취함으로써 태풍·홍수 등 자연재해로부터 인명 및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고 자율방재 역량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 재난포커스 - 권윤대 기자  gwon@di-focus.com >

5월25일 정부중앙청사 별관 2층 회의실에서 제16회 방재의날 기념식 행사가 열린다. 소방방재청이 주최하는 기념식 행사는 유공자포상, 청장 기념사, 전자현악 4중주단 기념공연으로 이뤄지며 청 및 지자체 방재담당공무원, 재난예방·응급복구 참여 군부대원, 방재관련 유관기관·단체 임원, 대학·연구기관 교수·연구원, 방재 관련 민간자원봉사자 등 500여명이 참여한다.

형식적 아닌 실질적 행사
‘방재의날’ 주요행사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소방방재청장 친서 발송, 제16회 방재의날 기념식 행사, 풍수해 예방 국토대청결 운동, 재난대응안전한국훈련(SKX) 등이다. 먼저 5월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취약하천 및 산간계곡 등 유수소통에 방해가 되는 지장물 정비, 자연재해 예방 캠페인 등 홍보활동으로 구성된 풍수해 예방 국토 대청결 운동이 진행된다.

방재의날 당일은 정부중앙청사 1층 로비에서 사진 영상물, 표어, 포스터 전시회가 이뤄지고 정부중앙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특수구조물의 지진방재대책, 중국 대지진 대응과 정책 등 국제세미나가 개최된다. 또 이와 병행해 사전심사 선정된 우수사례 10건에 대한 발표 대회, 4개 기관에서 선정된 최우수1건, 우수3건의 방재우수사례 발표대회를 실시한다. 이날 오전에는 정부중앙청사 별관 2층 회의실에서 방재의날 행사가 열린다.

방재의날 기념식 및 방재주간행사를 병행 개최하고 지방에서도 자체행사를 추진함으로써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유공자 포상 등을 통해 방재분야 종사자 자긍심 고취 및 방재의식 재고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이다. 이후 재난대응안전한국훈련(SKX)이 27일부터 3일에 거쳐 실시된다. 실용훈련을 통해 재난예방과 피해 최소화로 국민의 생명·재산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재난대응안전한국훈련은 21개 중앙부처와 246개 지방자치단체, 129개 공공기관단체 총 396개 기관이 참여해 5월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실시한다.

5월27일은 기상변화 대응, 지자체별 재난대비 훈련으로 구성된 대규모 풍수해 대응훈련이 이뤄진다. 이어 5월28일 지진피해 대응훈련, 전국 유·초·중·고교 지진·화재 대피훈련 등 복합재난 대응훈련이 진행되고 5월29일은 국보급문화재, 교정·보호·출입국시설 화재 등에 대한 특수재난훈련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취지와 구성에도 불구 5월5일 어린이날이나 5월8일 어버이날, 5월15일 스승의날에 가려져 ‘방재의날’의 존재자체가 드러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방재의날’ 의미, 재정립해야
1989년 12월22일 유엔 총회에서 1990년대(90년~99년)를 국제자연재해경감 10개년계획 기간으로 정하고 매년 10월 둘째주 수요일을 ‘세계 자연재해 경감의 날’로 지정할 것을 회원국에 권고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 9월17일 유엔가입과 동시에 방재정책 기능강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유엔 총회에서 권고한 ‘세계 자연재해 경감의 날’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1994년부터 5월25일을 ‘방재의날’로 지정해 우기철 이전에 위험요인에 대한 점검, 정비 및 방재훈련 등 각종 재해예방 활동을 추진토록 했다.

또 ‘방재의날’의 활성화를 위해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자연재해대책법 제23조’에 명시하고 소방방재청 개청시기인 2004년도부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 제5조’에 명정했다. 이와 같이 ‘방재의날’은 자연재해 경감을 취지로 시작됐지만 지정일의 의미가 뚜렷하지 않아 국민들에게 정체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소방방재청 관계장에 의하면 “방재의날은 우기철 이전에 재해예방활동을 위해 지정됐을 뿐 날짜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밝혔다.

‘방재’ 필요성 부각시켜야
1995년 6월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렸다. 삼풍백화점 붕괴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502명, 사망확인 472명, 사망인정 30명, 부상 937명, 실종 6명으로 나타났다. 재산피해는 건축물 A동 붕괴 및 B동 파손, 차량 310대 및 869개 업체의 물품 파손이 있었다. 사고는 총체적 부실시공으로 인해 발생했다. 건축주에 독단에 따른 임의적인 설계변경과 하도급의 부당한 관행과 비리에 따른 공사비 부족, 형식적 설계심의제도, 일관성 없는 건축법, 전문지식이 없는 행정직 등 방재에 대한 안일한 태도가 문제였다.

이후 사태수습을 위해 구급·소방차, 크레인 등 구조·복구장비 8790대, 공무원, 군, 경찰, 소방대 등 구조인력 7만7061명이 동원됐다. 여기에 국비 500억원, 시비 3500억원, 성금 23억5000만원이 투입됐으며 95년 7월19일에는 재난관리법에 의해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됐다. 삼풍백화점의 사례는 시공업자, 공무원 등의 총체적 문제로 인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이례없는 대형재난이 됐다. ‘방재의날’을 삼풍백화점의 예와 같이 방재와 관련해 의미 있는 날로 지정해 운영한다면 국민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날이 될 것이며 방재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