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1부터 23까지 서울 코엑스 3층 대서양홀에서 소방방재청(청장 최성룡)이 주최하는 ‘국제방재산업박람회(IDEMEX 2009, Int'l Disaster & Emergence Management Expo)’가 열렸다. 한국자연재해저감산업협회(회장 윤용남), 코엑스(대표이사 배병관), 한국방재협회(회장 서병하)가 주관하고 행정안전부(장관 이달곤), 국토해양부(장관 정종환), 지식경제부(장관 이윤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장태평),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전재희), 문화재청(청장 이건무), 기상청(청장 전병성) 등의 후원으로 개최됐다. 올해 박람회는 이전에 열린 DEMEX 2007, 2008 행사보다 더욱 많은 업체 및 관련단체가 참여했다. 하지만 직접 참여한 업체 및 관련단체들은 “국제방재산업박람회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재난포커스는 IDEMEX 2009에 참가한 업체 및 관련단체들은 왜 볼멘소리를 내고 ,있는지 그 입장을 들어보고 박람회의 문제점을 점검했다.

<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

IDEMEX 2009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일본 등 6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첨단 방재제품·설비와 재난경감 신기술 전시를 통한 방재산업·기술 발전을 도모하고 재난관리 전문전시회, 세미나 개최를 통한 범국가적인 재난관리 선진화 촉진을 목적으로 개최됐다. 기업전시관, 정부홍보관, 재난체험관, 신기술발표장, 비즈니스센터 등 총 250개 부스가 설치돼 방재기술·제품, 예·경보, 보험, R&D 등 품목군별 전시가 이뤄졌다. 부스를 가지고 참여한 126개 업체 및 관련단체와 동시에 개최되는 ‘2009 국제방재기술컨퍼런스’에 참여한 8개 협·단체(중복 1개 협·단체)를 합해 총 133개 업체 및 관련단체가 참여했다.

	IDEMEX 2009 전경

‘파리’만 날린 행사장
참관객들의 전체적인 평은 비슷한 성격을 지닌 여타 박람회들보다 규모가 작다는 반응이 많았고 참가업체 및 관련단체는 입을 모아 참관객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으며 ‘행사 주최 측만의 생색내기 축제’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참관객은 “회사에서 작년에 열린 2008 삼척세계소방방재장비엑스포(SAFEM EXPO KOREA 2008)에 참가했었는데 비교해 볼 때 IDEMEX 2009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람회에 참가한 한 업체 및 관련단체 관계자는 “3년 행사에 모두 참여했는데 지자체 공무원과 일반 관람객들의 방문도 별로 없어 올해는 정말 ‘파리’만 날렸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박람회 부풀리기에 급급

	사진1. 부스가 설치된 바닥에만 카펫 마감이 돼있고 참관객이 다니는 길에는 아무런 마감재를 쓰지 않았다 사진2. IDEMEX 2009의 마지막 날인 23일에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2009 한국 재난관리표준학회 학술발표회장’에는 10명 남짓한 인원만이 참여해 쓸쓸한 풍경을 연출했다

작년 DEMEX 2008 행사에 114개사 244개 부스가 설치됐던 것에 비하면 그 규모가 커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최 측에서 참가하는 업체 및 관련단체에게 신청했던 부스보다 많은 양의 부스를 배정해준 경우도 있었다. 한 업체 및 관련단체 관계자는 “참가부스를 하나 신청했는데 현장에 와보니 주최 측에서 두 부스를 사용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비즈니스센터’와 ‘재난사진작품전’에 사용한 부스 수를 감안하면 참가업체 및 관련단체는 늘었으나 행사의 전체적인 크기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재난우수사진전시관’에 선보인 ‘재난사진작품전’의 사진들은 작년 ‘제2회 자연재난사진 및 영상물 공모전’에 출품돼 DEMEX 2008 때 이미 소개됐던 사진들로 채워졌다. ‘자연재난사진 및 영상물 공모전’은 소방방재청과 한국BCP협회에서 함께하는 행사로 올해 3회째를 맞아 오는 5월25일 소방방재청의 ‘방재의 날’ 일정에 맞춰 진행되는 행사이다. 올해 IDEMEX 2009는 5월에 개최하던 DEMEX 때와는 다르게 4월로 한 달 일찍 개최돼 ‘자연재난사진 및 영상물 공모전’을 박람회에 반영시키지 못해 작년 작품으로 대체 해 놓은 듯 보였다. 행사의 크기를 커보이게 하기 위한 부스 늘리기에 급급한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점점 줄어드는 참관객들
개막 첫날인 21일 오전에 열린 개막식에는 최성룡 소방방재청장을 비롯해, 황효수 한국BCP협회장, 서병하 한국방재협회 회장, 배병관 코엑스 사장, 윤용남 IDEMEX 조직위원회 회장, 조원철 한국재난관리표준학회 회장 등 방재관련 인사 17명이 참여해 테잎 컷팅식을 가졌다. 첫날은 개막식에 참여한 방재관련인사들과 함께 온 관련업계종사자들 덕분에 참관객들이 약간 있었으나 둘째 날인 22일에는 참관객 수가 첫날보다 현저히 적었다. 박람회의 마지막 날인 23일의 전체적인 참관객수는 둘째 날 보다도 적었다.

한 업체 및 관련단체 관계자는 “첫날 VIP 단체관람 이후 제가 본 단체참관객이라고는 유치원 한 곳과 자율방범대 한 팀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날의 관람시간은 오후 5시까지였다. 하지만 오후 3시도 되기 전에 이미 철수한 부스들도 눈에 띄었다. 그 때 부스를 정리하던 업체 및 관련단체 관계자는 “사람도 없는데 오래 있어봐야 헛일”이라며 일찌감치 짐을 챙겼다.

	IDEMEX 2009의 마지막 날 관람시간은 오후 5시까지였다. 하지만 오후 3시도 되기전에 이미 철수한 부스들도 눈에 띄었다. 사진은 박람회의 마지막날인 23일 오후 3시경 철수했거나 철수 준비중인 부스들의 모습.

동시 개최된 행사도 참관객 부족
심각 이번 행사에는 여러 주제의 ‘2009 국제방재기술컨퍼런스’와 ‘자연재해저감기술 발표회’도 동시에 개최됐다. 코엑스 3층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2009 국제방재기술컨퍼런스는 기후변화 대응 물관리 기술, 자연재해 R&D 연구성과 발표, 재해저감을 위한 댐의 역할 등 각종 기술,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자연재해저감기술 발표회는 박람회장 안쪽에 따로 부스가 마련돼 박람회에 참가한 업체들의 신기술 발표의 장이 됐다.

하서산업의 배수펌프장이 필요없는 펌프일체형 수문시스템 기술, 유경기술단의 사면파괴 평가법에 의한 어코스틱 에미션의 적용기술, 즐거운 미래의 비염화물계 액상 제설제, 희상리인포스의 아라미드섬유 내진보강 기술, 전시나라의 가상 안전체험 시뮬레이터, 한국유지관리의 USN기술활용 재해저감기술, 지오브르그코리아의 비탈면 방호책 등의 자연재해를 저감할 수 있는 신기술·신제품의 발표들이 이어졌지만 이도 역시 참관객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람회의 마지막 날 열린 ‘2009 한국재난관리표준학회 학술발표회장’에는 10명 남짓한 인원만이 참여해 쓸쓸한 풍경을 연출키도 했다.

아쉬운 점은 홍보 부족과 관람객 부족

	IDEMEX 2009 ‘재난사진작품전’의 사진들은 작년 ‘제2회 자연재난사진 및 영상물 공모전’에 출품돼 DEMEX 2008 때 이미 소개됐던 사진들로 채워졌다

박람회의 마지막 날 재난포커스는 부스를 가지고 참여한 126개 업체 및 관련단체 중 약 37%에 해당하는 45개 업체 및 관련단체를 대상으로 ‘IDEMEX 2009’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IDEMEX 2009에 참가해 만족스러운 점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질문에 여러 업체 및 관련단체들은 박람회 참가의 제1목적인 ‘회사, 제품의 홍보’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는 ‘타 업체와의 다양한 정보, 기술을 공유하는 계기’와 ‘재난관리에 대한 인식증가’ 등의 의견이 있었다.

만족스러운 점은 전체적으로 비슷한 의견이 많았지만 아쉬운 점은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IDEMEX 2009에 참가해 아쉬운 점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업체 및 관련단체들은 ‘박람회의 홍보 부족과 참관객 부족’이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했다. ‘관련업계의 실구매자인 지자체 실무자들의 참여부족’ 문제와 소방방재청이 주최하는 또 다른 행사인 ‘대구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FIRE & SAFETY EXPO KOREA 2009)와 일정이 겹쳐짐’을 꼽는 업체들도 있었다.

다른 의견으로는 ‘박람회와 관련되는 행사가 부족함’, ‘외국기업의 참가가 저조함’, ‘전시규모가 너무 작음’, ‘전체적으로 미비’, ‘참가 업체를 더 늘려야 함’ 등이 있었다. IDEMEX 2009 사무국은 홈페이지에 박람회 관련 홍보계획을 방송홍보, 언론홍보, 옥외홍보, 해외홍보, 온라인 프로모션,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대상 홍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박람회에 참가한 업체 및 관련단체들은 만족스럽지 못한 듯 보였다.

행사일자 변경에서 오는 리스크
대구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이하 FIRE EXPO)는 2006년부터 4월에 행사를 진행해왔다. 올해는 4월22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됐다. 제1회 ‘DEMEX 2007’은 2007년 5월22일에서 5월25일까지 제2회 ‘DEMEX 2008’은 2008년 5월20일에서 5월23일까지 모두 5월에 진행됐다. 그러나 올해 ‘IDEMEX 2009’로 명칭이 바뀌면서 4월21부터 23일까지 한 달을 앞당겨 FIRE EXPO 2009 개최 일정보다 하루먼저 열렸다. DEMEX 1,2회가 모두 5월에 하게 된 것은 5월25일 소방방재청에서 여는 ‘방재의 날’ 행사에 맞춰 박람회를 개최해 방재업계의 주요관계자들을 최대한 끌어 모으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IDEMEX 2009를 주최하는 소방방재청의 최성룡 청장(가운데), 주관하는 코엑스의 배병관 사장(왼쪽), IDEMEX 조직위원회 윤용남 회장(오른쪽)이 행사 설명을 듣고 있다

또 소방방재청과 한국BCP협회에서 함께 하는 ‘자연재난사진 및 영상물 공모전’도 함께 열려 더 많은 사람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이렇게 소방방재청의 여러 행사와 연계해 박람회를 치룬 작년 DEMEX 2008 때도 ‘기대에 못 미치는 관람객 수’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는데 올해 IDEMEX 2009는 4월에 개최돼 소방방재청의 여러 행사와도 연계되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대구 FIRE EXPO 2009와도 겹쳐 진행돼 더 적은 관람객 수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세 번의 박람회를 모두 참가한 한 업체 및 관련단체의 관계자는 “행사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사람이 많아져야 정상인데, 가면 갈수록 사람들이 줄어든다”며 참관객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는 박람회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참관객은 “방재 관련 박람회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참관인들이 없는 것이 흠”이라며 “많은 홍보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주관전시회 통일문제 제기
“향후 IDEMEX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 질문에도 역시 ‘박람회 홍보와 관람객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그리고 재난포커스 2009년 3월호(62쪽)에 게재 됐던 “여러 행사 통합해 효과 극대화 필요” 기사에서 제기됐던 ‘소방방재청 주관 전시회의 통일’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다른 의견들을 보면 ‘실무자들만의 박람회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참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가해야 함’, ‘제품의 적용사례 및 제품 홍보의 장이 필요’, ‘유사 박람회와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해야 함’, ‘국제화에 맞는 전략적인 홍보와 관광상품화의 필요성 요구’, ‘전시규모의 확대’, ‘전시품목의 다양화, 참가업체의 증가’, ‘소방방재청 주관으로 자자체·협회 관계자를 대상으로 교육·세미나를 박람회와 연계’ 등이다.

“IDEMEX에 바라는 점은?”이라는 질문에도 역시 ‘홍보와 관람객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다른 의견으로는 ‘일반 시민들이 참여토록 프로그램을 대중적으로 만들어야함’, ‘지방지역을 순회하며 전시의 폭을 넓혀야함’, ‘다양한 업체의 발굴 및 박람회 참여유도’, ‘정부기관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계 유지’, ‘참가비용에 비해 행사 규모가 작음’,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더 많은 참관’, ‘관련행사를 늘려야함’ 등의 의견이 있었다.

내년 참가계획은 아직 ‘미정’
내년 ‘IDEMEX에 참가 계획 여부는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에 ‘미정’이 27개 업체, ‘참석예정’이 15개 업체, ‘불참예정’이 2개 업체로 집계됐다. 참석예정이라고 대답한 업체 및 관련단체들에게 이유를 묻자 대부분이 ‘회사, 제품의 홍보 위함’이라 했고 ‘소방방재청의 요청, 유대관계’ 때문이라고 대답한 업체들도 있었다. 다른 의견으로는 ‘새로운 바이어 창출’, ‘정보수집 목적’, ‘올해보다 나은 행사 기대’ 등이 있었다.

소방방재청의 권유로 참가 했다고 밝힌 한 업체는 “참가비를 내고 박람회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자사에 이익이 되던, 안되던 간에 어떻게든 소방방재청과의 관계를 이어나가야 기업의 이익이 창출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의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권유’도 받아들이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강한 어투의 ‘강요’로 와 닿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소방방재청 기후변화대응과 서상덕 과장은 “박람회가 열리니 참여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지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업체가 참여치 않는다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없을뿐더러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 출처 : IDEMEX 2009 Official Directory

우리나라 일반 국민들의 방재에 대한 의식수준은 아직 낮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방재관련박람회는 국민들이 방재에 대해 쉽게 접하고 그 중요성을 인지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방재분야에 관련된 일을 오래하셨다는 노년의 한 참관객은 일반 참관객이 적은 IDEMEX 2009를 보며 “재난은 누구에게나 올수 있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의식개선이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효과적인 홍보로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방재관련박람회가 ‘행사 주최 측만의 생색내기 축제’를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민의 방재의식개선에 앞장서는 행사가 돼야한다. 참가비를 지급하고 박람회에 참여하는 업체 및 관련단체들이 ‘만족스럽지 못한 홍보’와 행사가 거듭될수록 ‘줄어가는 참관객’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가하는 것도 지양해야 할 문제이다. 헌 부대(負袋)에 쌀을 계속 담아 새나가는 쌀알들을 막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아예 새 부대를 마련해 쌀을 새로 담아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 출처 : IDEMEX 2009 Official Dire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