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3만5928명, 사망자 163명 (그리니치 표준시 2009년 6월15일 17시 기준), 이는 76개국에서 인플루엔자A(이하 신종플루)로 인해 발생한 인적피해다. 하지만 신종플루에 의한 피해는 간접적으로 경제까지 영향을 미쳤다. 더 이상 관광객은 멕시코를 찾지 않고 국민들 조차 거리로 나서지 않는다. 이와 같이 대비치 못한 재난에 의한 피해는 인적 물적으로 상당하다. 하지만 보다 치명적인 피해를 발생시키는 것은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해 피해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만약 세계 각국이 이와 같은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거나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었다면 피해규모는 지금보다 현저히 줄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재난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재난포커스는 창간 2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보건복지부)의 문병순 비상계획관을 만났다.

< 재난포커스 - 권윤대 기자  gwon@di-focus.com >

재난을 대비한 업무연속성계획(BCP)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예, 재난에 관한 BCP는 상당히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크게는 전 세계적인 재난으로 인류가 고통을 당하기도 하고 작게는 개인의 살림살이에도 어느 날 갑자기 재난이 불어 닥쳐 한 가정이 파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재난이 발생하기 이전에 예방시스템을 갖춰서 잘 관리함으로써 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능력으로 예측할 수 없는 불의의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신속하게 대응해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화재나 건물붕괴와 같은 인적재난은 사전에 예방시스템을 잘 관리하면 약 90% 이상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04년 12월 서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쓰나미나 지난해 5월 중국 쓰촨성 대 지진 같이 불의에 발생한 대규모 자연재난같은 경우는 예방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대응시스템을 신속히 가동시킴으로써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어 BCP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BCP가 구축돼 있습니까?
보건복지가족부는 국민의 건강을 확실하게 지켜 드리기 위해 비상진료체계를 구축해 놓고 의약품 및 혈액의 비상공급대책을 수립해 놓았으며 신종플루와 같은 전염병에 관한 대응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매년 훈련을 통해 임무를 숙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안전실태를 체크해볼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DB)화 했으며 태풍 등 자연적인 재난 발생 시에 독거노인과 장애우들을 신속히 대피시키기 위해 마을 단위로 대피책임자를 임명하는 제도를 발전시켜놨습니다. 또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에서도 각 기관의 특성과 기능에 따라 여러 가지 재난대응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질병관리본부는 전염병에 관한 전문기관으로서 세부적인 BCP를 구축해 대응하고 있으며 식품의약안전청에서는 의약품 및 식품위해예방, 식중독예방관리, 의료기기사고방지시스템 등을 구축해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립의료원의 경우 대규모 재난발생 시에 대비한 응급의료지원계획을 마련해 중앙응급의료센터로부터 시·도, 시·군·구에 이르기까지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전국에 12개 응급의료정보센터를 두고 서울대학교병원 등 16개 권역 응급의료센터와 420여개의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해 실시간 응급의료지원이 가능토록 하고 있습니다.

BCP 구축 과정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이전에 재난에 대비한 BCP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같이 구체적인 매뉴얼이 만들어진 것은 2005년부터입니다. 2004년도 당시 행정자치부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제정된 이후에 국가적인 재난에 정부유관기관이 상호 협조해 통합된 대응을 하기 위해 정부 각 부서별로 임무와 기능에 맞는 위기대응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도 비상계획관실이 주관이 돼 보건의료분야와 전염병분야 그리고 식품 및 식중독예방 등에 관한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처음 만들 때는 여러 가지 관련서적도 보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교수님들로부터 조언을 받으며 힘든 작업을 했습니다만 매뉴얼을 만들어 놓은 이후에 지난 2006년과 2007년의 조류인플루엔자(AI)와 현재 진행 중인 인플루엔자A에 신속하게 대응하는데 유익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군대의 부사관들을 중심으로 화물차량 운전교육을 통해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다른 기관들도 같은 시기에 구축했기 때문에 잘 운영되고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BCP가 활용된 사례가 있습니까?
BCP를 구축 후 여러 번 활용했습니다. 2006년도 11월, 2007년도 3월, 2008년도 3월에 AI가 발생했을 때 인간으로의 감염을 막기 위해 농림수산식품부와 합동 대응을 함으로써 인간으로의 감염을 100% 차단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시기에 동남아와 중국에서는 AI가 인간에게 감염돼 여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또 지금도 AI의 인간 감염 사례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 처음 멕시코에서 발생한 인플루엔자A에 대해서도 기존에 구축된 대응 매뉴얼에 입각해 철저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오늘 현재까지 74개국에서 약 2만8000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약 140명이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약 50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대부분이 외국에서 여행이나 업무차 입국한 외국인입니다. 이 환자들도 대부분 완치돼 퇴원하고 최근 발견된 11명만 격리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또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신종플루 국내유행을 막기 위해 입국자 리스트를 작성하고 각 지역 보건소를 통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최신 열감지기를 도입하는 등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신종플루에 조직적이고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복건당국과 정부유관기관에서 합동으로 기존에 구축된 대응매뉴얼에 입각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황을 조치하면서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를 하고 우리 국민들께서 정부의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기관에서 BCP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정의 할 수 있을까요?
재난이라는 범주가 워낙 넓고 크기 때문에 BCP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한정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한정해놓지 않으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재난으로 인해 업무 연속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분야를 선별해 BCP를 구축해 적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대부분의 정부부처와 그 소속기관에서 위기대응매뉴얼 형태로 BCP를 구축해 놓고 있는데 태풍, 호우, 홍수, 폭풍, 해일, 지진, 폭설, 가뭄, 황사, 적조 등 자연발생적인 재난분야와 화재, 폭발, 붕괴, 환경오염 등 인적재난 분야 그리고 에너지, 통신, 운송, 금융, 의료, 수도 등 국가기반체계와 신종전염병 같은 새로운 위협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재난관리 책임기관으로 지정된 병원들은 BCP체계를 모두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이십니까?
병원은 많은 환자와 그 환자를 보호하는 가족들이 계시는 곳으로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진료상에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되는 곳입니다. 그래서 안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병원들은 안전관리담당관을 두고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기관으로 지정된 병원들과의 연계를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등 안전에 관한 매뉴얼도 구축해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만 추가적으로 보완해야 할 분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향후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보건복지가족부는 올해 안으로 평시 재난위기를 총괄하기 위해 다자간 화상회의가 가능한 현대식 종합상황실을 꾸밀 계획입니다. 기존의 종합상황실 운영체계가 미흡해 계획한 것으로 평시 재난상황에도 종합적 대응가능토록 화상상황실을 만들어 각 지역과 화상회의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 상황실이 완성되면 신종전염병, 식중독, 응급의료지원은 물론 태풍, 홍수 등 자연재난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이뤄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전국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시설물 안전실태를 보다 조직적이고 용이하게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특히 사고관리가 중요합니다. 노인, 장애인, 어린이 등 재난 취약층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건물안전, 대피시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예정입니다. 이것이 완성되면 중앙과 시·도, 시·군·구에서 사회복지시설의 안전 확인이 보다 용이하게 이뤄져 사전에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은?
재난이란 언제 어느 때고 예고 없이 닥쳐와서 우리 인간에게 인명손실과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게 됩니다. 우리는 그동안 안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난 몇 년 동안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비롯해 성수대교 붕괴, 항공기 추락, 태안기름유출 사고 등으로 많은 인명손실과 재산피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재난은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천재지변과 같이 사전에 예지하지 못해 예방치 못했다 하더라도 재난발생 즉시 신속한 초동조치로 이를 진압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합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신속정확하게 대응해 진압하며 재난으로 인한 업무중단이 발생치 않게 하는 것이 BCP입니다.

BCP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놓고 절차연습을 해야 합니다. 절차대로 훈련돼 있으면 당황치 않고 재난상황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군대에서 여러 가지 전투상황에 대비해 만들어 놓은 작전계획과도 같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이라도 훈련을 하지 않으면 휴지조각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저는 늘 훌륭한 계획은 훈련으로 숙달돼야만 그 빛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사람의 목숨은 예비품이 없습니다. 또 수많은 돈을 들여서 건설해 놓은 재산을 한 번 잃으면 복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우리 모두 인지하고 늘 재난에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