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놀라게 한 9.11 테러 사태와 엔론 사태로 귀결된 대규모 기업 회계부정 사건,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인도양 쓰나미 해일, 허리케인 카트리나, 중국 쓰촨 대지진, 그리고 최근에는 세계 금융을 주도하던 리먼브라더스, 에이아이지(AIG), 메릴린치의 몰락, 그리고 자동차산업의 상징이었던 지엠(GM)의 파산보호 신청까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분명 극심한 격동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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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기술발전의 딜레마
‘세계화’와 ‘기술발전’이라는 두 핵심 추진력은 세계 경제를 서로 맞물려 있는 취약구조로 변화시키는 데 역설적으로 한몫했다. 전 세계적인 상호의존의 흐름은 안정된 시기에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불안정한 시기에는 그 충격과 영향, 피해가 급속히 확산되는 결과를 낳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전 의장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앨런 그린스펀은 그의 저서 ‘격동의 시대(The Age of Turbulence)’를 통해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소개했는데 수많은 경제정책 결정과 난제들을 겪으면서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럭저럭 버텨내거나 기도하는 게 고작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은 적극적, 효과적으로 위기에 대처하고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무엇인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조기경보 시스템(Early Warning System)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 전사적리스크관리(Enterprise Risk Management) 그리고 비즈니스 연속성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ning) 등을 도입해야 하며 이는 기업의 매우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이다.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 위한 3가지
앞에서 말한 위기관리, 리스크관리 활동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궁극적인 기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필요하다. 특히 최근의 불확실성이 팽배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리더십에 대해서 논해 본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극심한 불확실성과 격동의 비즈니스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경쟁력을 갖추려면 매우 대단하고 독창적인 사고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보다 평범하다. 경쟁력 있는 기업의 성공은 우리가 잘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간단한 기초 위에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의 지속가능한 경쟁력(Sustainable competitiveness)을 갖추려면 다음의 3가지 기초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즈니스 성과와 지속가능성의 측정
첫 번째, 비즈니스 성과와 지속가능성의 측정(Measuring Performance and Sustainability)이다. 비즈니스의 성과 및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일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의 토대가 된다. 균형 잡힌 틀 안에서 비즈니스의 성과를 바라봐야 한다. 이 안에서 재무적인 성과는 성공의 한 지표일 뿐이다. 비재무적인 지표들도 이와 똑같이 중요하다.

대개 과거의 실적을 들여다보게 하는 창이라고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인식돼 온 재무적인 지표와는 달리 실제로 주요한 성공 지표의 역할을 하는 것은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 제품과 서비스 품질(Product and service quality), 윤리적인 경영 및 평판(Ethical conduct and reputation), 경영능력(Operations), 직원들의 헌신도(Employee’s commitment)와 같은 비재무적인 요소들이라는 주장이 최근에 와서 점점 힘을 받고 있다. 회사 경영진은 결산, 다음 분기 실적 예상, 단기적 시장 예측 등을 뛰어넘어 끊임없이 미래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그러면서 안정된 투자와 성장을 이뤄야 한다. 이런 준비는 앞으로 몇 년 동안 기업내·외 이해관계자들에게 상당한 보상과 지속적인 이익을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딜로이트(Deloitte)가 발간한 보고서 ‘인 더 다크 : 이사회와 경영진이 모르는 회사의 건강상태를 진단한다(In the Dark : What Boards and Executives Don't Know about the Health of Their Businesses)’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경영진의 약 34%만이 재무적인 요소 외에도 비재무적인 요소를 신경 쓰고 감독한다고 답했다. 사업의 성과 및 지속가능성 측정은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백미러로 뒤를 살피는 시간과 앞을 내다보는 시간을 적절하게 균형 잡으며 운전을 해야 한다. 만약 이 두 시선을 제대로 배분하지 못하면 자칫 큰 사고를 낼 수 있다.

지배구조
두 번째, 지배구조(Governance)이다. 두 번째 기초는 중요한 주제로 자주 다루어지면서도 그것이 어떤 전략적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이 ‘지배구조’이다. 훌륭한 지배구조의 가치를 확인할 줄 아는 기업문화와 틀 속에서는 리스크 관리도 잘 되고 사업성과도 제대로 측정할 수 있다. 다양한 기업환경을 떠나서 좋은 지배구조를 위한 대원칙(Guiding principle)이 있다.

그것은 지배구조 과정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감사, 경영진, 직원, 주주, 외부 서비스 공급자 등의 모든 기업내·외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을 정해주며 적절한 수준으로 높은 투명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투명성이 높으면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지배구조 과정과 구조를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된다. 투명한 조직은 조직의 활동과 목표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피드백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끈다. 투명성이 있을 때는 실수가 발생해도 그것이 위기로 발전하기 전에 환하게 비춰볼 수 있기 때문에 조직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투자 전략가 워렌 버핏(Warren Buffet)이 말했듯 누가 수영복을 입고 있는지 누가 벗고 있는가는 바닷물이 빠지면 알 수 있다.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와 기본가치(Fundamental values) 두 부분에 모두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기업 문화는 임원들의 분위기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 경영진 특히 최고경영자(CEO)가 좋은 행동의 모범이 돼야 한다. 이런 문화가 있어야만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이익추구를 할 때 균형 잡힌 집중을 할 수 있고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목표 사이에서도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앞에서도 살펴봤듯 기본가치는 리스크관리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또 모든 기업의 의사결정과 의견제안의 토대는 독립성(independence)이다. 고문(advisor), 이사회 임원(board member), 분석가(analyst) 등이 자신이 의견을 제출하는 회사에 대해 재정적인 이해관계가 있다면 다른 이해관계자나 3자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한 의견을 제시하기 매우 어렵다. 객관성은 비판적으로 사고하려는 의지와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당연시 되는 지식, 실행, 관습 등에 이의를 제기할 줄 아는 능력이다. 이사회 임원이나 경영진에게 객관성이 부족하면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제대로 파악해내는 일이 어려워진다. 마지막 요소는 정직성(integrity)과 품질(quality)을 들 수 있다. 이 두 가지 가치는 모든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의 주춧돌(cornerstone)이다. 정직성과 품질 없이는 이해관계자 들과 고객의 신뢰와 신임을 얻기 힘들다. 또 신뢰는 한번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혁신
세 번째, 혁신(Innovation)이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대부분 경영프로세스와 지속가능한 경쟁력의 기반에 대한 것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요소는 바로 혁신이다. 혁신은 기업이 경쟁우위를 유지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지난 50여 년 동안 대부분 혁신이 일어났던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이어 혁신의 물결은 인도,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서 경제성장을 일으키는 힘이 되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가 들은 이제 ‘발빠른 추격자(fast followers)’의 역할에서 벗어나 빠르게 혁신자 대열에 오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경영진은 오히려 ‘건설적인 소란(constructive turmoil)’을 조장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훌륭한 아이디어들은 결코 정돈된 사고 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투자회수율이 낮더라도 경영진은 어쩔 수 없이 계속 연구개발(R&D)에 투자를 해야 한다. 또 젊은 관리자들에게 최대한 권한을 위임해 자신의 미래를 일궈가며 전통적, 관습적 사고에 맞서 연대하는 혁신적인 문화를 성장시키도록 이끌어야 한다.

지속가능성 확보, 실현의 중요성
지속 가능한 경쟁력은 창의성과 적절한 경영프로세스를 올바르게 균형을 잡아야 나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모든 기업이 높은 국제적 수준을 벤치마킹해 역량을 키우고, 최고의 기업실행력을 기준으로 자신들의 성과를 측정해야 한다. 경영진의 엄정한 분위기(strong tone), 조직 내의 보편 타당한 공유가치(shared value), 다양성에 뿌리를 둔 활발한 기업문화와 같이 보이지 않는 요소들도 사업의 성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요인들은 측정하고 계량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특별히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요인들을 사소한 것으로 무시해 버려선 안 된다. 회사가 앞에서 강조한 ‘비즈니스 성과 및 지속가능성 측정’, ‘지배구조’, ‘혁신’이라는 3가지 기초에 더욱 더 충실할수록 경영진을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의 성공과 성장을 사업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더 넓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평가하게 될 것이다. 최근의 극심한 격동의 시대에서 혼돈과 불확실성에 대응키 위한 새로운 경영 프레임워크와 시스템인 ‘카오틱스 경영 시스템(Chaotics Management System)’을 주창한 필립 코틀러 교수의 말을 소개하면서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3가지 기초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를 해본다.

코틀러 교수는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하고 어떤 제품을 만드느냐가 기업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격동을 감지하고 혼돈을 예측하며 위험을 관리하는 능력이 기업의 생존에 절대적인 요건이 된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변화화는 환경에 신속하게 반응하고 대응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극심한 압박을 견뎌내는 조직,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에 대처하며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고 상황이 진전될 때 다시 도약하는 조직, 결국 맷집 좋은 권투선수처럼 오뚝이같이 일어나는 유연하고 탄력적인(Resilient) 조직은 앞에서 강조한 3가지 기초가 튼튼한 조직을 의미하며 이런 조직은 새로운 환경, 나아가서 어떠한 환경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이와 동시에 조직을 든든하게 떠받치는 버팀목으로서 총체적인 지식과 기술을 함양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확보, 실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유종기 Deloitte 안진회계법인 Manager, 영국 BCI(Business Continuity Institute) 한국대표, BS 25999 Technical Expert (registered by B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