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종수 한국BCP협회 연구소장

지난 5월25일부터 29일까지 ISO/TC223 사회안전(Societal security) 파리총회가 열렸다. 이번 총회는 7번째 총회로 유럽에서는 3번째이다. 인플루엔자A(H1N1)(이하 신종플루)가 국제적인 재난으로 인식돼 지는 시점과 전직대통령의 뜻밖의 서거 소식을 접하면서 국가를 위하는 사명감으로 5월23일 에어 차이나에 탑승했다. 항공예약이 좀 늦어져 북경을 경유하는 일정으로 북경공항에 도착했는데 비행기 안에서 탑승원 전체를 대상으로 신종플루 열 검사를 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처음 겪는 우리 일행은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면서 검사에 응했다. 일반적으로 비행기에서 내려 자동 센서를 통해 열 감지 검사를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드디어 항공기 문이 열리면서 내리기 시작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특유의 중국 향기가 났다. 북경공항은 올림픽을 겨냥해 중국의 힘을 보이기 위해 만든 웅장한 공항이지만 우리의 인천공항에 비해 뒤떨어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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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국제적인 공동 노력 필요
파리 행으로 바꿔타기 위해 이동 하는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여권과 항공권을 보고서 갑자기 한국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통과객은 검사를 거의하지 않는다. 우리 앞에 재난이 벌어진 것이다. 문득 80년도 말 구 동구권이 생각났다. 당시에 한국인이 구 동구권을 여행하려면 최소한 3번의 여권검사를 받아야했다. 만약 일행 중 한명이라도 주민등록증을 소지하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역시 사회안전 표준화를 하는 대표단으로 예방을 위한 유비무환의 자세를 갖추고 갔다는 생각이 든다. 즉 여행에 있어 개인의 BCP가 된 것이다.

북경공항에서 1시간 대기하다가 중국인들 사이에서 우리 일행은 파리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몇 시간 비행 했을까 김윤호 교수님이 차창 밖을 보라고 했다. 바로 고비사막 지대인데 너무나 광활하고 넓다는 것이다. 황토 흙만이 보이는 사막으로 간간히 푸른색이 보이기는 하지만 황사로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 엄청난 사막이 몽골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중국이 이런 사막을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유인 우주선을 보내고 비를 내리게 하는 과학기술이 최고라는 중국이 자국에서 일어나는 환경문제를 그냥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웃한 우리나라는 매년 직접적으로 황사피해를 입고 있다. 급한 사람이 우물판다고 했던가? 우리나라의 단체는 중국의 사막에 나무를 심고 공동 연구도 하고 있다. 이 또한 재난으로 황사라는 재난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또 이 재난이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래서 국제적인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총회도 바로 이런 이유로 국제 표준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일행은 어느새 유럽항공에 있었고 중국과는 다른 온통 녹색의 바다가 펼쳐졌다.

신종플루로 인한 간단한 설문지를 비행기 안에서 작성하고 공항에 내렸다. 오랜만에 오는 드골 공항이지만 예전에 자주 들렸던 곳으로 낯설지는 않았다. 공항으로 이동하는 동안 콩코드 비행기가 우리들의 시선을 잡았다. 마치 우리일행을 반겨주는 것 같았다. 필자가 1986년도 유학을 위해 스위스 취리히에 도착했을 때 운항하던 콩코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콩코드는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에게 꿈의 비행기로 불리었는데 사고로 인해 운행을 중지해 이제는 박물관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유럽인 누구나가 하는 이야기로 콩코드로 “유럽에서 아침을 먹고 뉴욕에서 비즈니스를 겸해 점심을 먹고 다시 저녁은 유럽에서 가족과 함께한다”는 말이 있다. 콩코드는 유럽과 미국을 일일 생활권으로 연결해주는 교통수단이었다. 새의 모습 같은 디자인으로 퇴역한 콩코드는 과연 기획 단계부터 BCP를 했을까? 드골공항은 007영화 촬영으로 건축 디자인의 명성이 세계에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주차장과 공항이 일체 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엘리베이터가 내리는 곳 위주로 돼 있어 처음 방문한 사람은 매우 혼란스럽다. 이 또한 표준관련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고객을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여행에서 몸소 체험한 BCP
우리 일행은 짐을 찾기 위해서 검역대를 간단하게 통과하고 짐을 찾는 곳으로 제일 먼저 도착했다. 그런데 세 사람의 짐은 일찍 나왔는데 한 사람의 짐이 나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공항 짐 보관 장소로 가서 가방의 행방을 물었더니 중국에서 싣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한 번의 개인적인 재난이 일어났다. 불현듯 독일에서 유학을 할 때 유학생들이 항공료를 아낀다고 러시아 항공 아이로플롯(Aeroflot)을 타고 가는 학생들이 종종 짐을 잃어버리거나 가방 속 물건이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가방이 오고 안 오고를 떠나서 그 안에 중요한 물건이 있거나 또는 당장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여행자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물론 BCP를 하는 전문가들이라서 중요한 것을 넣지는 않았다. 화물의 행방을 확인하고 다음날 호텔로 보내준다는 약속과 함께 그 곳을 떠나 택시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여기도 마찬가지로 불법 택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택시의 요금체계는 새로운 문화다. 아마도 프랑스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앞좌석 추가요금을 받는 곳이다. 4명이 타게 되면 앞좌석 추가요금이 계산된다. 경험이 많은 우리 일행은 공항안내로 가서 택시를 타고 호텔이 있는 상드니스(Saint-Denis)로 출발했다.

호텔, 메뉴 선택에도 BCP
도착한 곳은 파리 시내 외곽지역으로 1998년 파리월드컵을 위해 지어진 축구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총회 장소도 가깝다. 무엇보다 우리기업들이 바로 옆에 있어 반갑고 고향에 온 느낌이다. 우리가 호텔을 이곳으로 정한 이유는 회의 성격상 회의기간에는 회의 장소에 하루 종일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호텔이 멀리 있으면 몸이 지쳐 일부러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파리에 가본 분들은 느끼겠지만 주로 시내로 갈수록 백인이 많이 살고 유색인이 거의 없다. 때문에 호텔이 있는 곳은 거의 유색인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호텔 바로 앞은 시장과 지하철이 연결 돼 있어 편리한 곳이다. 이때 우리들에 눈에 표지판이 들어왔다. 다름 아닌 파리8대학교였다. 대학교는 시간이 나면 들리기로 하고 다음날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에서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나섰다. 파리는 우리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기가 매우 힘든 곳이다. 주로 길거리에 있는 식당은 유색인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메뉴판이 모두 프랑스어로만 돼 있어 하는 수 없이 중국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그 곳 역시 메뉴판은 프랑스어로 돼 있었는데 타지에서 모르는 음식을 시키면 낭패를 보는 수가 있어 아는 음식만을 선택해 칠리소스와 함께 알라미 밥으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수없이 이뤄지는 표준 국제회의
첫 날은 정확한 이용 교통을 몰라서 호텔차를 이용해 회의장소인 아프노(afnor)로 갔다. 입구에서 등록하고 비표를 받아 다음 회의장소로 갔는데 이미 많은 국가의 회원들이 와 있었다. 대부분이 낯익은 얼굴들이라서 생소하지 않았고 낯선 얼굴이 몇 명 보였는데 다행스럽게도 독일어권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독일 베를린 공대 교수는 내 명함을 보고 매우 관심있어 했다. 이유는 한국비시피협회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는 곳이며 어떠한 일을 하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새로운 인물은 오스트리아 내무성과 표준협회에서 온 친구들로 예전 필자가 살았던 곳이어서 금방 친해졌다. 그들 국가는 이미 국가 표준 중에서 리스크관리(Risk Management)를 2004년도에 제정했으며 시민보호를 위한 시스템은 세계 최고라고 자랑했다. 하기야 그곳에서 살 때의 경험을 보면 그도 그렇게 이야기 할만하다. 점심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구내식당을 이용하는데 주최 측에서 매우 저렴하게 제공해주는 식사로 모든 것을 포함해 10유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하면 무척 비싼 편이다.

밥을 먹으면서 김윤호 교수님이 옆 테이블의 상주 직원들의 식사는 얼마인가 물었는데 뜻밖에도 우리보다 절반이 싼 가격이었다. 상주직원들은 당연히 싸게 하면서 외부에서 오는 손님은 비싸게 하는 것이다. 파리 시내 다른 식당을 비교해보면 절반 정도 싸다고 할 수 있지만 역시 서양과 동양 문화의 손님에 대한 관습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서양은 실속주의로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쉬는 시간이 있어 잠시 건물을 돌아보는데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하는 TC223 말고도 수많은 회의가 모든 층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 온 사람이 있어서 왜 왔냐고 물었더니 물류관련 회의로 왔단다. 이렇게 많은 회의를 한다는 것은 표준에 대한 프랑스의 힘이기도하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표준관련 국제회의를 지속적으로 유치하려는 노력인 것이다. 워크그룹(WG4)의 오늘 회의는 진행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에디팅 그룹에서 지속적으로 하는 것으로 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각국의 국제표준화 위한 포석
총회가 열리는 날은 장소를 가까운 곳으로 이동해 진행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주빈국 아프노(afnor)의 대표 올리버 페이레트(Olivier Peyrat)의 개회사에 이어 사회를 맡은 쿰린 의장이 사무총장 탕겐과 같이 단상에 앉아 회의를 진행했다. 쿰린 의장이 농담으로 단상에 이렇게 앉아서 하니 오프라 윈프리 토크쇼 하는 것 같다고 하면서 먼저 각국 소개를 영문 알파벳 순서대로 하자고 해 오스트리아가 처음으로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14번째로 소개돼 한국대표인 정영환 한국비시피협회 상근부회장이 한국 참석자들을 모든 참석자들에게 소개했다. 각국의 소개가 끝나고 이어서 탕겐의 그동안 진행사항 보고 후 각 워크그룹별로 진행사항을 발표했다. 특이점은 이번부터 일본이 워크그룹1의 컨비너를 맞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영국표준협회(BSI)가 자산관리에 대해서 신규제안(NP)을 위한 제안 설명이 있었고 차기 8차 총회 주빈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조직회복력(Organisational resilience)에 대한 NP제안 발표회를 가졌다. 영국이 자국의 표준인 자산관리(BSI PAS 55)를 NP로 제안한 것은 자국의 표준을 국제표준화 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시 8차 총회를 앞두고 제안을 한 것은 자국의 이득을 위한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이처럼 모든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무한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총성 없는 표준의 영토전쟁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여주는 것은 디지털 TV방식이 유럽식과 미국식으로 나눠진 것으로 빨강색은 유럽방식이고 파란색은 미국방식으로 우리나라는 많은 논란 끝에 미국방식을 택했다. 필자는 계속해 워크그룹2에 참여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위원장과 간사가 영국인이고 호주의 전문가였다.

	디지털 TV방식 세계 점유상황

남아공 등 참여자가 영어권으로 용어정의를 하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국제표준을 만드는 작업에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국가가 부럽기도 하다. 이것이 국력이고 표준에서 힘이 나오는 것이다. 용어정의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표준개발 과정에서 정확한 사용의 정의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국에서 사용하는 어휘의 뜻이 다르기 때문에 어려운 작업이다. 또한 언어에 뉘앙스는 다양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워크그룹2에서는 사회안전에 관한 어휘에 대해서 4개의 카테고리(사회안전에 관련된 용어, 보류된 용어, 경영관련 용어, 운영에 관한 용어)에서 27개의 용어를 결정했다. 아직은 정확하게 결정되지 않았지만 몇 가지 개발이 진행되는 사항을 소개한다면 safety와 security, stakeholder와Interested parties, Crisis와 Emergency 등이 각 나라에서는 어떻게 사용 되는지가 논란이 됐다. 각 국가마다 사용하는 범위나 뜻이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리스크관리-용어-규격에 사용하기 위한 지침(KS A ISO/IEC Guide 73:2002)에서 stakeholder의 번역과 정의는 “관계자 : 리스크에 의해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거나 또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인식되는 어떤 개인, 집단 또는 조직”으로 하고 있으며, Interested parties의 번역은 이해관계자로 정의는 “어떤 조직의 업무 수행 결과나 성공에 대해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 또는 개인
보기: 고객, 소유자, 조직 구성원, 공급자, 은행가, 조합, 파트너 또는 사회
비고: 한 집단이 한 조직을 구성할 수 있고, 하나 이상의 조직을 구성할 수도 있다”로 자세하게 했다. 그러나 국내는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stakeholder가 이해관계자로 사용돼왔다. 각국이 이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용어정의가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림1>은 사건, 사고, 위기, 비상, 재난을 우리나라 국가표준으로 돼 있는 정의를 가지고 용어들 간에 관계를 도식화 한 것이다. 전 세계 공통으로 사고, 위기, 비상, 재난은 Management를 사용해 사고관리(Incident Management),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 비상관리(Emergency Management), 재난관리(Disaster Management)로 하고 있다. 하지만 Event Management는 사용하지 않는다. Event는 특정한 단위 상황의 발생으로 정의돼 있어 관리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즉 Management는 프로세스가 동반되는 관리 또는 경영이라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아래 그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위 다섯 개의 어휘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림1> 사회안전 관련 용어 관계도

A. 사건(event)
특정한 단위 상황(a set circumstance)의 발생
비고
1. 사건은 확실하거나 또는 불확실할 수 있다.
2. 사건은 단일하거나 중복적일 수 있다.
3. 사건과 연관된 확률은 주어진 기간에 대해 추정될 수 있다

B. 사고(incident)
운영 중단(operational interruption), 중단(disruption), 손실(loss), 비상(emergency) 또는 위기(crisis)일 수 있는 또는 그렇게 이르도록 할 수 있는 사건(event)

C. 위기(crisis)
자연적ㆍ인적 요인으로 발생해 생명, 재산 또는 환경 보호를 위해 긴급한 주의(attention)와 행동(action)이 요구되는 사고(incident)

D. 비상(emergency)
즉각적인 행동(action)을 필요로 하는 갑작스럽고 위급한 상황, 보통은 예상치 못한 사건(occurrence) 또는 일(event)

E. 재난(disaster)
큰 피해(damage) 또는 손실(loss)을 초래하는 사건(event)

세계화와 프랑스의 변화
Event는 ISO/TC223(사회안전)에서 자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축제나 행사에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번 파리총회의 환영행사(Social event)는 문화국가를 자부하는 나라인 만큼 우리나라 TV광고에 자주 나오는 오르세 미술관의 레스토랑에서 있었다. 행사는 오르세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이뤄졌는데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오르세 미술관은 우리에게 익숙한 회화(고호, 고갱, 마네 등)와 조각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는데 옛 기차역을 박물관으로 개조해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게 만든 곳으로 유명하다. 프랑스식의 저녁만찬은 약 2시간에 걸친 와인과 함께 전식, 본 음식, 후식까지 5단계 정찬으로 매우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우리 테이블은 일본과 지난 6차 총회 개최국 인도네시아가 자리를 함께했다. 그 중 일본 표준협회의 가장 연장자분이 우리 테이블에 앉아서 우리와 친구처럼 담소를 나눴다.

일본대표팀은 항상 하듯 이번에도 사케로 그들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가장 연장자가 우리 테이블에 있으니 모시러 왔는데도 그 분은 우리 테이블에 있겠다며 거절했다. 아마도 그 분은 지금까지의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를 가장 가까운 우군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면 각국을 대표하는 사람들로 자기나라의 제안에 반대표를 투표하지 않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그 일본인은 우리 테이블에 혼자 끝까지 있었던 것이다.

일주일간의 일정이었지만 파리 시내를 관광하는 것은 겨우 밤에만 가능했다. 하지만 피곤함이 밀려와 모두가 다음을 위한 충전이 필요하니 호텔에서 머물기로 했다. 20년 전 여행을 했던 필자는 본래 프랑스인들이 자존심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프랑스는 당시에 영어가 통용되지 않고 오직 프랑스어만이 소통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세월의 변화와 국제사회와 더불어 살아야 하기에 이제는 영어가 자연스러운 곳이 됐다.

프랑스, 비디오감시포맷 제안
이번 행사는 프랑스가 제안한 비디오감시포맷에 대한 것이 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그 제안은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도 전문가들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일본에서 이번 9월8일과 9일 여는 공공경보시스템에 대한 워크숍에도 우리나라의 현실을 파악해 준비해야겠다. 왜냐하면 공공경보시스템은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대치상황, 집중호우, 해외여행을 많이 하는 나라로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공공경보에 신경을 써야한다.

제8차 남아공 총회 기약한 폐회식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 마지막 날 폐회식을 마치고 다음 남아공에서 만남을 기약하며 각국 대표들은 귀국길에 올랐다. 우리 일행은 마침 중국 대표들과 함께 같은 항공기로 귀국하게 됐다. 신종플루 감염자 없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마지막 또 한 번의 재난이 화물에서 발생했다. 프랑스로 향할 때 가방분실을 경험한 강희조 교수님은 가방을 가지고 탔고 나머지 3명은 화물로 보내고 탔다. 그런데 3명의 화물이 모두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은 이런 면에서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사회안전이라는 부분도 사후 약방문이 아닌 미리 예방하고 대응과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며 어떤 재난이 와도 이에 맞는 복구시스템과 최소화 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하겠다.

세계는 지금 총성 없는 영토 전쟁 중
현재 우리나라의 국제표준화 능력은 통계상으로 세계 약 10위 수준이라고 하지만 아직 멀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IT분야를 비롯해 신성장동력인 재생에너지와 같은 녹색성장 분야에서 다양한 국제표준 개발이 제안돼야 한다. 세계는 국제표준 경쟁 속에서 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총성 없는 영토전쟁을 하고 있다. 우리정부가 이처럼 중요한 사항을 직시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고등교육기관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 역량을 펼쳐야 한다. 이번 파리총회를 통해 새로운 작업이 진행 됐다. 우리는 무엇을 제안을 할 것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신중히 고려하고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