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에서 有를 찾다, 다솔사역 이름 때문에 호기심이나 흥미를 유발하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간이역이 경전선에 몇 곳있다. 사람들이 모두 친절할 것 같은 양보역, 뭔가 크게 잘못한 일이 있으면 찾아가 보고 싶은 반성역, 무한도전 마니아라면 한 번은 방문해야 하는 진상역, 지금은 폐역되었지만 이름만 들어도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평화역이라는 곳도 있었다. 다솔사역은 그 이름처럼 규정하기 힘든 매력을 가진 곳이다. 다솔역의 매력은 ‘보이지 않는 풍경의 조화’다.
붉은 벽돌 건물은 한가로운 버스 정류장의 모습을 닮았고, 영업을 중단한 소화물 취급소, 불필요하게 큰 플랫폼과 가로등은 왠지 사람들의 마음을 적적하게 만들기도 한다. 선로는 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지만, 플랫폼이 끝나는 지점 양 끝이 큰 곡선으로 이어져 있어 불쑥 나타난 기차가 플랫폼을 스치듯 지나가는가 싶더니 금방 사라져버린다. 오래된 벚나무는 4월 중순경 꽃망울을 터뜨려 잠시나마 이곳을 화려한 벚꽃터널을 가진 간이역으로 만든다. 제대로 된 역사는 없지만, 이런 설명들이 무의미할 만큼 간이역으로서 짧은 순간 그곳이 전해주는 느낌은 강하다. 너무 강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바다가 보니는 행암선 철길 행암동에 이르면 바다와 철길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만드는데, 한국 유일의 레일크루즈 열차 해랑을 타고 이런 곳에 정차해서 저무는 노을을 바라본다면 프랑스의 니스 해변이나 캘리포니아의 일몰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기차도 간이역도 없지만, 4월부터 유채꽃과 벚꽃이 철길과 조화를 이루는 풍경은 일부러 찾아가기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다.
마니아를 위한 간이역_경전선 평화역 평화(平和)역이라니! 정겹고 한가로운 간이역의 이미지에 걸맞는 이름이다. 정말 그곳에 가면 평화를 느낄 수 있을까? 지금은 순천시 해룡면 신대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처음 간이역이 만들어지던 1968년 당시의 주소는 전남 승주군 해룡면 평화리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평화’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주소가 신대리로 바뀌어도 역명은 바뀌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미 그 이름 속에서 평화의 실마리를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2002년 공식 폐역되었고 지금은 플랫폼을 구성하던 콘크리트 덩어리와 가로등만 고대 유적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곳의 존재를 아는 철도마니아와 평화를 갈망하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꾸준히 방문하고 있는, 조금은 독특한 곳이다. 흥미로운 것은 폐역된 지 7년이 지나도록 역 진입로에 있는 간이 버스정류장에는 아직도 ‘평화역’이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이곳에 가면 평화가 있을까? 답은 평화역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이야기가 있는 간이역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간이역_외양간으로 변한 중앙선 승문역 간이역이 가장 충격적으로 변신한 곳이 중앙선 승문역일 것이다. 사람이 살고 표를 팔던 간이역이 소 풀 먹이는 외양간으로 바뀐 경우는 세계 철도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승문역은 그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경북 영주지방에 잘 남아 있다. 또 하나 이곳에는 다른 기차역에서 볼 수 없는 ‘철도별장’이 있다.
철도를 사랑하는 권재익 할아버지가 직접 만든 이름으로, 승문역 주변을 홀로 지키며 철도사랑을 실천하고 계신다. 병장 뒤로는 가파른 산이 바람을 막아주고 있고 별장 앞으로는 철길이 있고, 돌계단 아래로는 서천이 흘러 경치가 무척 시원하다. 가끔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할아버지가 하루하루 공들여 쌓은 돌탑도 작은 볼거리다. 더는 기차가 서지않는 역이 되었지만, 한 사람의 힘으로 새롭게 변모한 간이역이 매력을 느낄 수 있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