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이 관장하고 3개의 민영보험사가 운영하는 정책보험인 ‘풍수해보험’의 전국사업이 2년째 접어들었다. 소방방재청(청장 최성룡)은 지난 6월10일까지 총 34만여 건의 풍수해보험 가입을 받았고 7월쯤에는 가입 건수가 약 40만 건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여름철 풍수해 기간을 대비해 이슈가 되고 있는 풍수해보험은 어떤 제도이고 또 운영상의 문제는 없는지 진단한다. ]

<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

올해 ‘소방방재청 풍수해보험 사업계획’에 배정된 예산은 총 68억원이다. 이중 63억5000만원은 보험료 지원금으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홍보와 용역비 등 운영비용으로 쓰이게 된다. 풍수해보험의 보험료는 가입 건수에 대해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61%에서 68%를 지원하고 가입자(본인 부담)가 나머지 32%에서 39%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자체의 지방비 같은 경우 약간의 유연성이 있지만 정부의 국비는 배정된 예산에 한정돼 있다.

보험료 지원금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예산의 한계는 1년에 가입 건수가 제한 될 수밖에 없는 문제를 가져온다. 보험사의 풍수해보험 한 마케팅 담당자는 “풍수해보험은 보험료 지원금으로 사용되는 정부의 예산이 전부 사용되면 추가로 가입을 받을 수 없는 시스템”이라며 “가입 건수가 많을 경우 국비의 한계로 가입 건수가 한정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재해보험과 이희춘 과장은 “6월10일 현재 가입 건수는 총 34만여 건으로 예산에 약 40%를 사용한 것”이라며 “올해 예산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고 가입 건수가 많이 늘어 예산을 전부다 사용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만약 예산이 부족할 경우 불용예산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불용예산도 풍수해보험 사업계획에 배정된 68억원 안에서의 예비비일 뿐이고 예산의 한계가 넘어가면 방법이 없다. 이희춘 과장은 “‘불용예산’의 한계에 대해 알고 있고 연구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보험가입자 재난지원금 못 받아’
풍수해보험은 국민의 재산을 위한 정책보험인 만큼 실가입자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러 풍수해보험 가입자들은 풍수해보험의 문제점으로 보험료에 대한 주민 부담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풍수해보험에 가입한 상태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도 실가입자들의 걱정거리이다. 상품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불만과 가입률이 낮아 보험보상 비율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풍수해보험 담당 한 설계사는 “축사나 하우스 같은 경우 범위가 커지면 보험료도 비싸지는데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한다고 해도 100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지불해야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가입을 꺼리고 있다”며 “풍수해보험은 소멸성 보험이기 때문에 환급형으로 만들어 달라는 가입자들의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담당 설계사는 또 “풍수해보험이 풍수해 외에 화재보험도 추가로 관리했으면 하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환급금 있는 상품 검토 중”
소방방재청도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지난 4월1일부터 ‘주택의 침수보험금 확장 특약’과 ‘온실 보험료 일부인하’ 등의 제도가 개선됐다. 풍수해보험의 적용대상 시설물은 주택, 온실(비닐하우스 포함), 축사이다. 이중 주택은 침수보험이 기본계약으로 운영된다. 기존에 주택 침수 피해로 얻을 수 있는 보험금은 250만원(100㎡)에 불과했지만 ‘주택의 침수보험금 확장 특약’을 추가로 가입하면 주택 침수보험금 90% 보상형일 경우 500만원(100㎡)의 보험금을 받게 된다.

또 ‘온실 보험료 일부인하’는 작년 손해율을 반영해 온실과 축사의 보험료를 평균 10%정도 인하한 것이다. 작년에는 큰 풍수해가 없어 거의 대부분의 가입자가 혜택을 봤다. 생명보험처럼 장기저축성 보험으로 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있었으면 하는 의견에 소방방재청 재해보험과 이희춘 과장은 “풍수해보험의 주요 가입대상은 거의 농어촌의 주민분들”이라며 “이분들은 월별로 고정수입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환급금이 있는 상품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지만 아직 이르다는 담당자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풍수해보험에 가입한 상태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에 대해 이희춘 과장은 “그동안 풍수해로 주택, 온실, 축사가 피해를 입을 경우 정부에서 최고 2억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2010년 이후에는 총액상한제가 도입돼 재난지원금이 5000만원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며 “줄어드는 재난지원금에 대비해서 주민 스스로 풍수해보험에 가입해야한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4월16부터 5월14일까지 총 30회에 걸쳐 KBS TV에 풍수해보험 캠페인 광고를 했고 국정만화, 전광판 광고, 보험사와 지자체가 연계한 현장 중심의 다양한 홍보를 실시해 풍수해보험의 가입률을 늘려 나가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작년 12월에 시스리서치(SIS Research)에 용역을 줘 풍수해보험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으며 설문결과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밝혔다. 6월말부터 계장들이 전국으로 보험회사와 실가입자들의 불만과 애로사항을 조사하고 풍수해보험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홍수보험 벤치마킹
풍수해보험은 소방방재청이 관장하고 동부화재(대표 김순환), 삼성화재(대표 지대섭), 현대해상(대표 이철영, 서태창) 3개의 보험사가 운영하는 정책보험이다. 재보험사로는 코리안리(대표 박종원)가 참여하고 있다. 풍수해보험은 자연재해 중 풍수해(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로부터 주택, 온실, 축사가 피해를 입었을 때 국민의 재산피해 손해를 보상하는 목적으로 운영되는 제도이다. 지난 2006년 3월3일 풍수해보험법이 제정·공포 되면서 소방방재청은 같은 해 5월부터 9개 지역에 시범사업 상품판매를 시작했다.

시범사업 지역을 2006년, 2007년 두 차례 확대하고 작년 4월1일부터 본격적인 전국사업으로 시행됐다. 보험상품은 시설물 복구기준액 대비 70%, 90%를 각각 보상하는 2종으로 구성되고 주택에 한해 50% 보상상품을 추가운영 한다. 또 손해평가는 소파, 전파, 반파의 3단계로 정액보상 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주택 같은 생계구호를 제외하고는 사유시설에 대한 지원제도는 없고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보험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책보험인 홍수보험, 미국 캘리포니아와 일본의 지진보험, 프랑스와 스위스의 자연재난보험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의 풍수해보험은 미국의 홍수보험(Flood Insurance)을 벤치마킹(Benchmarking) 한 것으로 미국은 보상대상이 수해뿐이지만 풍수해보험은 포괄적(대설 등)으로 수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풍수해보험은 ‘1, 2, 3’으로 불리는 계약대상별 3가지 종류가 현재 운영 중이고 새롭게 준비 중인 ‘4’가 있다. ‘풍수해보험 1’은 개별계약 건을 의미하고 ‘풍수해보험 2’는 단체나 기업계약 건을 말한다. ‘풍수해보험 3’은 실손보상이 반영된 공동주택 계약 건에 대한 것이다. 새롭게 준비 중인 ‘풍수해보험 4’는 올해 하반기에 런칭이 예정된 시설, 슈퍼, 옷 가계 등 상가 계약 건이다. ‘풍수해보험 4’가 시작되면 현재 지방에 집중된 가입범위가 대도시까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보험, 효율적 운영 되야
보험사의 풍수해보험 한 마케팅 담당자는 “보통 자동차보험이나 암보험은 하나씩 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풍수해보험은 ‘자연재난 발생 시’라는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풍수해보험은 정책보험인 만큼 정부의 사업운영에 대한 장점과 민영보험사의 전문성이 잘 융화돼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이뤄져야한다. 정부와 보험사, 국민이 모두 만족하는 제도로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