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재난관리의 공조를 모색키 위해 소방방재청(청장 최성룡)은 오는 9월 중순 일본 고베에서 개최 예정인 ‘제1회 한·중·일 재난관리기관장 회의(이하 기관장회의)’에 앞서 지난 6월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1회 한·중·일 재난관리 국장급 실무자 회의(이하 실무회의)’를 개최했다. 기관장회의는 한국의 소방방재청과 중국의 민정부, 일본 내각부 3국의 재난관리 국장급 실무자들이 모여 작년 12월13일에 있었던 3국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재난관리협력 공동발표문’ 이행을 위한 회의이다.

<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

	한국대표로 참석한 소방방재청의(왼쪽부터) 서상덕 기후변화대응과장(현 재해경감과장), 강병화 방재관리국장, 류해운 구조구급과장

실무회의에는 한국의 소방방재청에서는 강병화 방재관리국장, 류해운 구조구급과장, 서상덕 기후변화대응과장(현 재해경감과장)이 참석했고 중국 민정부에서는 장웨이싱(ZHANG Weixing) 재난구호국 부국장, 첸용강(CHEN Yonggang) 국제협력국 다국적과 부과장, 장유싱(ZHANG Yuxing) 재난구호국 재난구호과 부과장이 참석했다. 또 일본 내각부에서는 다구치 나오후미(TAGUCHI Naofumi) 관방심의관(방재담당), 타지리 나오토(TAJIRI Naoto) 정책총괄관 소속 참사관(재해예방담당), 이게우치 코지(IKEUCHI Koji) 정책총괄관 소속 참사관(지진·화산·대규모수해대책담당) 그리고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이시다 츄(ISHIDA Chu)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아시아협력추진실장이 참석했다.

큰 3개 의제 15개의 세부안건
총 3개 의제와 15개의 안건으로 진행된 실무회의는 박연수 소방방재청 차장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박연수 차장은 “3국은 자연재해의 동일 영향권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보와 재난관리 경험의 교류 협력은 타 분야에 비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오늘 논의를 통해 3국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 한 층 강화된 재난관리 협력의 미래상을 그려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첫 번째 의제는 ‘방재대책에 대한 기본인식’이란 주제로 3국의 방재체제, 방재정책의 현 실태와 기본인식 등에 대해 발표했다. 먼저 이번 회의의 의장을 맡은 강병화 국장은 우리나라의 방재여건과 환경변화로 인한 재해유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설명했다. ‘자연재해대책법’,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등 국내 재난관련 법령과 자연재해 대응을 위한 방재체제와 예방·대비·대응·복구의 주요단계별 방재제도를 소개했다. 또 3국의 주요정책에 대한 활발한 교류를 요청했다.

중국 측 대표단장 장웨이싱 부국장은 중국 역시 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중앙정부에서 재난을 관리해 중앙정부의 지휘아래 각 지방정부가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은 인프라의 안전이 경제발전의 중요한 사항이라는 관점에서 재난관리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3국은 인접해 있어 같은 자연재해 영향권에 있다며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국 의견 합의된 안건 세 가지
일본 측 대표단장 다구치 나오후미 관방심의관은 최근 지진, 수해에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며 ‘재해대책기본법’이 일본방재대책의 기본이 되는 법률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규모 재난 발생을 대비해 ‘자조(스스로 자신을 구한다)’라는 구호아래 평소 식료품 비축, 피난로 확보, 지역커뮤니티끼리 도움으로 대비한다며 다양한 분야에서의 의견교환과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의제인 ‘재해피해경감 대책 정보교류’에는 7개의 안건이 논의됐다.

안건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한 정보 및 기술공유(한국) ▲한·중·일 3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의 재난관리기구간의 접촉창구마련(중국) ▲지식, 경험 및 실천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중국) ▲내진화에 관한 정보교환(일본) ▲대규모재해 피해의 신속한 복구를 위한 구조·구급협력(한국) ▲공간정보기술테이터 및 제품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중국) ▲대규모 재해로부터의 부흥(교훈의 공유)(일본)이다. 세 번째 의제인 ‘향후 3개국의 방재협력 방법(방향)’이란 주제 아래 3국은 8개의 안건을 제안하고 논의했다.

안건은 ▲인적자원 및 교육훈련의 교류·협력(한국) ▲3국의 인적자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시스템을 마련(중국) ▲여러 계층(다양한 레벨)의 방재협력의 촉진(일본) ▲아시아지역방재협력기금 설립(중국) ▲아시아 지식, 경험 및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중국) ▲3국내에 있는 국제기구의 협력 확대(한국)이다. 본국에 돌아가 보고 시 일부 변동이 될 수도 있다는 전제를 두고, 이번 실무회의에서 3국이 만장일치로 합의된 안건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재해피해경감 대책 정보교류’ 중 우리나라의 제안인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한 정보 및 기술 공유’이다. 서상덕 과장은 한·중·일 3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아·태지역 재난의 양상과 피해규모 확산에 대한 예측과 대응을 위해 각국의 예측, 대응, 복구 등의 경험과 노력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관련기술의 개발 및 활용을 협력해 상호 교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중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가 중국에도 증가하고 있으며 기후대책에 관한 정보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기상청에서 예보하고 있는 자료의 정확도를 높여 기후변화 관련 재해예방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면적 증가가 중요한 기후변화관련재해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니터링 강화와 치수대응능력 강화, 피해리스크관리, 기후변화에 순응적 대응과 같은 방법으로 재해 대응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술공유를 위한 3국의 협조는 매우 중요하므로 이에 대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회의총괄정리 시간에 이 안건의 제목변경을 요청했고 한국과 일본은 이를 받아들여 이 안건의 제목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한 정보 및 재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에 대한 기술 공유’로 바뀌었다.

선진화된 일본의 내진화 정책
두 번째는 ‘재해피해경감 대책 정보교류’ 중 일본이 제안한 ‘내진화에 관한 정보교환’이다. 이시다 츄 아시아 협력추진 실장은 일본의 건축물 내진을 위한 법률인 ‘건축기준법’을 소개하며 내진을 위한 정부지원 확대, 보조사업 확대, 세금감면혜택, 지원 및 보험제도 실시 등의 일본의 정책적인 방법을 소개했다. 또 내진화를 위한 3국의 협력방안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한국의 서상덕 과장은 한국의 경우 88년 이후 내진화가 도입됐으며 2008년 ‘지진재해대책법’을 도입해 공공 건축물에 한해 내진설계를 의무화 했고 금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민간건축물에 대한 내진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1. 중국대표로 참석한 민정부의(왼쪽부터) 첸용강 국제협력국 다국적과 부과장, 장웨이싱 재난구호국 부국장, 장유싱 재난구호국 재난구호과 부과장 사진2. 일본대표로 참석한 내각부의(왼쪽부터) 타지리나오토 정책총괄관 소속 참사관, 다구치 나오후미 관방심의관, 이게우치 코지 정책총괄관 소속 참사관, 문부과학성의 이시다 츄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아시아협력추진실장

또 선진화된 일본의 내진화 기술 및 관련정책의 한국이전을 요청했다. 중국은 내진화를 위한 농촌지역, 주택, 학교, 건축물에 대한 내진화 표준을 마련했으며 담당자와 협의해 중국의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또 3개국의 내진화 플랫폼 구축을 요청하며 중국과 한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랬다. 마지막 세 번째는 ‘향후 3개국의 방재협력 방법(방향)’ 중 한국이 제안한 ‘3국내에 있는 국제기구의 협력 확대’이다. 서상덕 과장은 3개국에 협조를 요청하는 사항이라고 밝히며 ‘UN ISDR(International Decade for Natural Disaster Reduction) 방재연수원’ 설립과 관련해 시범교육 운영에 중국과 일본에서 교육에 협조 할 것을 당부했다.

한국은 2010년 열릴 ‘제4차 재해위험경감아시아각료회의’ 차기회의 개최국으로 선정됨에 따라 본회의에 중국과 일본의 고위급 임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일본은 방재연수원을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아시아각료회의에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중국은 국제협력과 교류를 원하며 한국의 의견에 참여할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지지할 것을 약속했다. 중국 측은 회의총괄정리 시간에 오는 7월22일 일본의 주최로 고베 시에서 개최예정인 기관장회의를 9월로 연기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과 일본은 예정대로 7월에 추진하자는 입장을 표명했고 이는 결국 9월 중순으로 연기됐다. 협력과제로서 3국간 인적교류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방재협력기금의 설립, 3국 공동연구 프로젝트 추진 등 각국의 재난관리 정책추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공통의제들이 다뤄졌다. 하지만 3국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안건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접근하기로 협의돼 공통적으로 합의된 사항이 3가지뿐인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앞으로 열릴 기관장회의에서는 좀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3국의 재난관리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