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장의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도박판(?)처럼 현금이 오가는 일이 벌어져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7월2일 서울 남산 소재의 문학의집서울 산림문학관에서 소방방재청(청장 최성룡)이 주최하고 한국재난안전교육협회(회장 정흥수), 요우코소회(회장 송호열), 드림방재포럼(공동대표 : 김영희, 김태민, 박영진, 박해정, 배온희, 송은수, 송호열, 안재현, 유승경, 임성률)이 주관하는 ‘테마가 있는 재난예방 워크숍’이 개최됐다. 이번 워크숍은 소방방재청 관계자를 비롯 지자체 관계자, 소방방재 전문가, 지역자율방재단, 의용소방대, 한국재난안전네트워크 등 8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행사는 소방방재청 산하단체, 정책 주제별 커뮤니티와 공동 워크숍을 통해 정책역량 강화와 상호 협동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란 목적으로 진행됐다.

<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

정흥수 한국재난안전교육협회장의 개회사와 최성룡 소방방재청장의 환영사로 시작된 워크숍은 1부 ‘재미있는 방재교육 사례’에서 소방방재청 예방전략과 공무원이 특허를 낸 오프라인 보드게임 형식인 ‘상황판단 방재게임’을 선보였다. 게임은 기존의 방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인 ‘재미없고’, ‘딱딱하고’, ‘무섭고’, ‘나와 무관한 일’에서 ‘재미있고’, ‘부드럽고’, ‘친숙하고’ ‘항상 내 곁에 함께 하는 일’로의 인식전환을 목적으로 만들어 졌다. 확실히 기존의 딱딱한 방재의 이미지를 게임으로 보다 쉽게 풀어낸 것은 큰 호응을 불러왔다. 하지만 매개체로 사용된 현금이 참가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사진1. 환영사를 하고 있는 최성룡 소방방재청장 사진2. 행사를 주관하고 개회사를 하고 있는 정흥수 한국재난안전교육협회 회장

테이블 머니 놓고 방재게임

	테이블 머니를 놓고 ‘상황판단 방재게임’을 하며 즐거워하는 참가자들

게임에는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 중 40여명이 참여했다. 테이블 별로 5명이 앉은 상태에서 각자 5000원씩을 게임비로 테이블에 올려놓고 예, 아니오 카드를 가지고 상황판단 게임을 하는 형식이다. 자신의 입장을 설정해 놓고 재난사태를 맞는 상황에 대한 예문이 나오면 그 상황에 맞게 예, 아니오를 선택한 후 정답을 공개한다. 다수가 정답을 맞춘 경우에는 테이블 머니에서 1000원씩 가져가고 문제를 혼자 맞췄을 경우는 4000원을 가져가는 형식의 게임이다. 예를 들면 ‘당신은 재난상황실 직원이다.

직원들 모두 현장에 지원을 나가고 상황실 요원은 혼자뿐이다. 한 시민의 긴급구조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이 달려가면 그 시민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곧바로 달려간다.’ ‘예’, ‘아니오’ 선택. 정답은 ‘아니오.’ ‘상황실 이탈 금지’이다. ‘당신은 소방대원이다. 힘들게 한 곳의 불을 끄고 지령에 따라 다음 장소로 이동 중에 가까운 곳의 불을 꺼달라는 주민이 다가와 갈 길을 막고 있다. 불길은 확실하게 오르고 있지만 업무의 명령도 중요하다. 주민의 요구에 응한다.’ ‘예’, ‘아니오’ 선택. 정답은 ‘아니오.’ ‘명령에 따른다.’ ‘당신은 재해대책본부장이다. 대형 폭발사고로 약 천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부상자를 병원으로 후송키 위한 인력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소생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어린이가 구출됐다. 이 어린이를 병원으로 먼저 후송토록 지시한다.’ ‘예’, ‘아니오’ 선택. 정답은 ‘아니오.’ ‘환자를 선별한다.’ ‘당신은 40대 영업사원이다. 거래처 접대 차 골프를 치던 중, 갑자기 날씨가 험악해져 비가 내리고 계속 번개가 치고 있다. 주변에는 건물도 전혀 없고 나무숲은 100M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손님을 즉시 나무숲으로 이동시킨다.’ ‘예’, ‘아니오’ 선택. 정답은 ‘아니오.’ ‘저자세로 위기모면’이다. 마지막에는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1000원씩을 갹출해 테이블 별로 가장 많은 금액을 소유한 사람들을 뽑아 대표경기를 벌였다. 1등을 한 사람에게 모인 4만5000원 가량의 금액을 상금으로 줬다. 게임이 끝나고 테이블별로 돈을 다시 원래대로 배분한 테이블도 있고 그냥 이긴 사람이 가져간 테이블도 있었다.

게임 몰입도 위해 현금 사용해

	테이블 머니를 놓고 ‘상황판단 방재게임’을 하고 있는 (오른쪽부터)정흥수 한국재난안전교육협회장, 송재우 홍익대학교 교수, 조원철 연세대학교 교수, 김찬오 서울산업대학교 교수, 황효수 한국 BCP협회 회장

한 게임 참가자는 “청장님 주제행사인데 돈이 오고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도박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며 “대낮에 청장님이 불법도박장을 개설한 꼴”이라고 말했다. 위크숍에는 참여했지만 게임은 하지 않은 한 참가자는 “현금을 놓고 게임을 하는 것은 의도가 어찌됐던, 액수가 많던 적던 도박은 도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 참가자는 “게임 의도는 좋은데 굳이 돈을 이용해서 게임을 진행할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며 “상품이나 선물 같은 것을 준비해서 진행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한 게임 참가자는 “게임으로 방재를 풀어나가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지만 공식적인 행사에서 현금을 이용한 게임을 한다는 것은 유감스러웠다”며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모인 금액을 1등 한명이 가져가는 것 보다는 기부를 하거나 좋은 의도로 사용됐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를 기획한 소방방재청 K 담당공무원은 “원래는 모의동전으로 하는 게임이지만 성인들 대상이고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현금으로 게임 한 것”이라며 “참석하신 분들의 의사를 반영해서 한 것이고, 이곳저곳에서 시범교육을 해본결과 성인을 대상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면에서는 현금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미래형 에듀엔터 교육시스템 구축돼야”
임성률 한국재난안전교육협회 사무처장의 ‘테마가 있는 재난 안전교육’을 주제로 한 발표가 이어졌다. 임성률 사무처장은 방재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전 시간의 ‘상황판단 방재게임’의 재미요소를 예로 들며 재미없는 교육에서 실효성 있는 교육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사무처장은 또 보성군에 녹차 밭 지역과 강원도 태백시의 테마파크와 연계한 재난안전교육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특히 교육과 문화체험을 함께 할 수 있는 현장체험과 인터넷을 이용한 방재전략 시뮬레이션을 개발하고 역할별 상황판단과 해외의 재난재해지역을 방문해보는 광역체험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재난상황과 역할들을 수행해 볼 수 있는 미래형 에듀엔터 교육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률 사무처장의 발표가 끝나고 1부에 대한 전체 토론시간이 있었다. 송재우 홍익대학교 교수는 “방재관련 인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가르칠 수 있도록 커리큘럼에 포함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민방위 교육에도 정식 종목으로 포함되게 하면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오 서울산업대학교 교수는 “제도적인방재교육들이 산발적이고 자율적으로 벌어지다보니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며 “법적인 근거를 만들어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원철 연세대학교 교수는 “돈을 매개로 게임을 하니 긴장감이 더했고 다양한 매개방법을 사용한 것은 좋았다”며 “게임이라 쉽게 보이지만 예문들을 세세하게 보면 상당히 어려운 문제들이라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일반 시민들과 전문가 교육으로 발전가능성이 굉장히 많은 게임”이라고 말했다.

지진체험 이동식 차량 ‘기진차’
2부에서는 타니시로(谷史朗) 일본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CLAIR) 서울사무소장의 ‘일본의 문화재방재시스템’에 대한 주제 발표가 박영진 국립방재연구소 연구관의 통역으로 이뤄졌다. 타니시로 소장은 일본의 경우 지자체와 소방이 합쳐져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시·군·구에서 실질적으로 소방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밝혔다. 타니시로 소장은 또 일본의 국보 건조물은 214건, 중요문화재건조물은 2344건(2009.1.1현재)이라고 말했다. 규슈지방의 ‘구마모토 성’을 예로 들며 중요문화재 건물의 90%가 목조로 이뤄져있고 최근 10년간 화재사건 중 방화사건이 가장 많았다고 강조했다.

문화재보호법의 제정과 문화재방재의 날 설정 등 일본의 제도적 측면에서의 추진상황을 설명하고 ‘방수총’과 ‘트랜처’ 등을 이용한 일본 문화재 방재설비의 실례를 들었다.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한 참가자는 일본의 방재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했다. 타니시로 소장은 “일본은 방재교육을 유치원 때부터 과목으로 지정해 교과서와 여러 자료를 동원해 교육을 하고 있다”며 “일본은 지진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대피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니시로 소장은 또 “체험교육을 중요시해 지역마다 여러 방재교육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고 지진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이동식 차량인 ‘기진차’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3부에서는 소방방재청 직원 20명으로 구성된 일본어 연구모임인 요우코소회에서 번역 출판한 ‘알기쉬운 방재사 길라잡이’ 출판기념식과 만찬이 이어졌다. 이는 우리나라의 재난관리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일본의 방재사 교본을 번역 출판한 것으로 나 자신과 이웃의 공조와 실천에서 재난·재해의 해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를 담은 내용의 책이다. 국내 방재 대학교와 대학원 등에서 방재사 교본 원문 복사본이 불법사용 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키 위해 번역됐다. 송호열 요우코소회 회장(국립방재교육연구원 기획협력과장)은 “일본의 방재제도·정책 전반에 대해 이해를 도모하고 나아가 국가 및 지자체, 각급 방재관련 행정·교육기관 등에 방재업무와 교육교재로 활용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번역서를 발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