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재은 충북대학교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소장

우리나라는 지리적, 기후적 특성으로 인한 자연재난으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해 국가경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역시 매년 수 조원에 달하는 자연재난 피해에 따른 재해복구비 지출로 인해 재정적 부담을 안고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복구관리는 일종의 배분적 성격을 지닌다. 즉 복구관리는 투자되는 막대한 재원이 어떤 기준에 의해 어디에 있는 누구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느냐 하는 측면은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중요성이 높다. 특히, 복구에 있어서 피해조사는 정부의 지원수준을 결정하고 재난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떠한 복구사업을 전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업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난 발생 지역의 피해상황을 정확하게 조사해 신속하게 보고해야 한다. 피해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서는 적정한 대책을 수립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연재난 피해조사의 현재 문제점은 ▲피해조사 역량의 부족 ▲피해액 대비 복구비 산정의 비합리성 ▲합동조사단 활동의 현실적 애로사항 ▲부족한 중앙 지원과 상세운영규정의 미비 ▲ 피해규모의 증액 및 누락 경향 ▲지나치게 짧은 피해조사 완료기간 ▲조사요원의 전문성 및 업무능력 부족 ▲선(先)계약제도 등의 실행상 문제점 등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모두 11가지가 선행돼야 한다.

재난 피해조사 전문인력 양성
재난 피해조사 및 복구지원·감독과 관련해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적인 지식 능력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잦은 순환보직으로 인한 인사이동 등의 이유에 기인하고 있다. 따라서 재난담당 인력에 대한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첫째, 재난담당인력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민간과의 적절한 업무 분담이 신중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의 재난행정 업무의 현실적 특성을 반영하자면 동·리장에 대한 평소의 교육과 재난담당 직원들과의 유기적인 네트워크 및 커뮤니케이션 확보 방안 등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재난관리 직렬의 신설 등 현 공무원제도 내에서의 다양한 제도적 시도가 요구된다. 물론 이는 현실적으로 재난담당업무가 기피되고 있는 현실에서 재난관련 직렬의 신설은 오히려 공무원들의 사기를 더 저하시킬 우려 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최근 재난의 예측 불가능성 등 재난관리 업무의 어려움과 전문성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평소 담당인력에 대한 꾸준한 교육 훈련과 함께 선진 사례 벤치마킹 등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유시설소유자 피해신고 제도화
현재의 사유시설 피해조사는 부처별·시설별로 양식이 서로 맞지 않으며, 읍·면·동의 조사결과에 의해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유시설 피해확인조서에 의거해 복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피해접수를 근거로 해 조사 및 복구계획을 수립함으로써 과소조사, 조사누락 등의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높으며, 대규모 재난발생시 조사기간 및 인력부족 등`으로 인해 추정조사에 따른 복구비를 과다계상하고 후에 다시 반납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유시설 소유자의 피해 신고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즉 재난발생시 피해소유자 또는 마을 이장 등 관계인은 별지 서식에 의거해 시장·군수·구청장 및 읍·면·동장에게 서면, 통신, 인터넷을 통해 신고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또한 시·도에서 지원금을 집행하기 전에 확인해 과다신고, 허위신고 등은 보상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그리고 시·군·구에서는 피해신고 접수를 받은 즉시 피해사실을 확인하고 복구비를 빠른 시일내에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피해시설 소유자의 신고의무화로 조사누락 등의 민원발생을 방지할 수 있으며, 적절한 복구비 계상으로 예산의 낭비요인을 미연에 차단할 수 있다.

피해조사 항목의 재조정
국내의 경우 피해조사 시 피해상황보고는 발생일시 및 기간, 피해발생 장소 및 지역, 피해개요, 피해액,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피해원인 및 응급조치 등을 기재하게 된다. 피해액의 산정은 재해복구비용 산정기준에 의거해 이루어지고, 동 기준에 명시돼 있지 않은 공종은 물가정보지나 설계 및 견적 가격을 적용하게 된다. 이는 조사된 내용이 재해대장을 토대로 피해조사 총괄표를 작성하게 되는데 현행 피해조사항목은 피해가 발생한 구조물과 공종별로 피해조사가 이루이지고 있으며 이후 피해조사총괄표 상의 항목들로 통합돼 집계된다. 이러한 피해조사 항목들이 세분화되지 않아 현장조사와 피해집계상 누락되는 부분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정확하고 효율적인 피해 집계가 어려운 점이 있다. 피해조사 항목들을 피해유형별로 세분화하고, 각 항목들을 표준화해 피해조사시에 정확하고 신속한 피해조사가 가능하도록 피해조사 항목을 재검토해야 한다.

피해입증 사진자료 활용의 체계화
현재의 피해조사에서 활용이 가능한 현장사진의 촬영방법은 전체 피해양상만 확인할 수 있을 뿐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현장피해 정도와 피해 규모를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이러한 피해양상의 유일한 증거가 되는 사진촬영에 있어, 세부적이고 정량적인 파악이 가능한 촬영지침이 개발돼야 한다. 또한, 이 사진자료의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피해조사를 위한 현장 방문시 표척, 줄자 등을 이용해 정량적인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사진촬영을 해야 한다.

재해발생원인 조사의 제도화
현재 우리나라는 재해원인 분석을 실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체계적인 재해경감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실질적 재해원인 분석보다는 자치단체장의 홍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각종 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과거 재해원인 분석결과를 토대로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재난피해 원인을 분석하지 않고 있어 피해가 재발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재해발생시 재해원인을 조사하고 분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중앙본부장 및 지역본부장이 재해원인 조사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재해의 경우 이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객관적·체계적인 재해원인 조사분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방재와 관련한 학술단체 및 연구소 등의 민간전문가들과 피해지역 주민들이 재해원인 조사 분석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셋째, 재해원인 조사분석 결과를 활용해야 한다. 특히, 사전 재해영향성 검토 협의 및 산사태 위험지역, 상습 침수지역 등의 자연재해 위험지구 지정 등 각종 방재와 관련한 업무를 수행할 때, 재해원인 조사분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복구계획수립 시에 재해원인 조사분석 결과를 반영하고 대규모 재해발생 시에는 중앙합동조사반과 연계해 피해조사 및 조사분석을 실시한다.

피해조사 기간의 조정
현재 자연재난 피해조사 기간은 피해원인이 종료한 후 7일 이내에 최종보고를 하게 돼 있어 정확한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사유시설의 경우는 공공시설보다 피해조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조사기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사유시설의 피해는 피해대상이 다양하고 피해 특성이 일정기간 경과한 후에 나타난다는 특성을 고려해 충분한 조사기간을 부여해야 한다. 이에, 조사 기간은 재해원인이 종료한 후 최종보고 및 확정보고 기간을 3주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대부분의 응급피해복구 활동을 위한 군 또는 민간 자원봉사 활동 지원이 3주 정도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이를 통해 피해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제고시킬 수 있으며, 허위·과장 보고를 방지할 수 있다.

피해조사의 표준화 도입
피해조사 및 복구계획수립지침서에서 규정하는 조사 대상의 피해규모를 산정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빈약하다. 피해조사 경험이 부족한 경우 피해규모 산정이 잘못될 수 있으며, 일관성 있는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피해조사요령은 복구를 목적으로 피해현황을 조사하도록 돼 있어 실제 피해규모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피해액 산정기법은 공사 종류별로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피해사례와 공사종류에 대한 실례들 중 양호하게 적용한 사례를 바탕으로 올바른 피해액 산정이 될 수 있도록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피해조사 법·제도 정비
재난 피해조사 인력의 부족이나 자연재난 복구공사 기간 및 규모 파악의 어려움, 설비 관련 용역 등의 현실적인 문제점에 따른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조사·설계·계약과 관련한 피해복구 계약에 관한 특별법과 같은 제정을 통해 담당공무원으로 하여금 비리의혹이나 특혜 시비 등에 휘말리지 않고 신속하게 피해조사·설계·계약 등 제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재해복구의 모든 업무가 The Stafford Act에 의해 지원금 규모에서부터 제반 업무 내용과 제한사항 등이 법제화 돼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본도 피해조사 및 복구체계 흐름의 재해보고에서 실시공사 준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철저히 각종 지침에 따르고 있다.

피해조사 민·관 협력 모델 정립
최근 들어 재난관리는 공공부문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재난관리 거버넌스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의 전 과정에서 민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에는 이미 재난 피해조사 및 복구지원·감독체계에 있어서 민·관·군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선진사례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즉 미국은 피해조사 및 복구체계의 합리적인 운용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민·관·군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피해복구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고 재해발생시점부터 피해복구 종료시점까지 모든 활동은 프로그램으로 구분돼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별로 민·관·군의 적절한 업무 분담이 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재난에 있어 군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재난관리책임기관과 군의 합리적 역할분담에 대한 많은 연구를 토대로 바람직한 협력 모델을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민간부문과의 역할분담과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효율적인 참여와 협력 방안 등에 대해서도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소 복구사업 기간 설정
현재 우리나라의 재해복구사업 완료에 대한 합리적 기준의 설정이 매우 미흡하다. 모든 재해복구사업은 익년도 우기가 오기 전에 완료돼야 한다는 인식으로 인해 무리한 공기단축 등에 따른 부실시공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해소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복구계획의 확정통보 후 계약발주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미흡해 계약발주 지연 등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우기전 완료가능 사업과 미완공 지구에 대한 합리적 분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소당 사업비 3억원 미만 사업은 익년도(6월말)에 완료하도록 하며, 3억이상 사업지구는 최대 2년이내 완료를 원칙으로 하되 피해재발방지대책을 최우선으로 강구해야 한다. 또한 복구계획의 확정 통보 후 사업발주 최소기간을 설정해 운영한다. 복구비 3억원 이하 및 자체설계 사업은 복구비 확정통보 후 50일 이내 설계 완료해 계약 담당부서의 발주를 의뢰한다. 복구비 3억원 이상 및 용역 설계지구는 용역이 끝난 후 지체 없이 계약부서에 발주를 의뢰하며, 계약담당부서는 계약 발주기간을 명시한다. 그리고 현행 관련 법령의 계약방법별 공고기간 등을 고려해 최소 소요일수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피해조사 및 복구활동의 투명성 확보
피해조사 및 복구체계 전 과정에 대한 투명성·효율성을 제고 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사유시설 피해 지원 확대에 편승한 피해의 허위·과장 등 도덕적 해이현상 심화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재해복구 추진관행 및 행태개선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에 피해조사 및 복구체계의 전 과정에 대한 감시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해복구 전 과정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관리·감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사유시설의 비위 발생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소관부처와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투명성 확보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복구비 지원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피해조사 및 복구 추진 전 과정에 대한 정책 환류기능 확보로 피해 최소화를 도모하고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