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콤비나트 방재대책법안’에 ‘소방’이 없다는 지적 끝에 지난 7월17일 소방방재청장의 지시로 예방안전국 특수재난대비과가 관장하던 석유화학단지 안전 관련 업무가 소방정책국 소방제도과로 넘겨지게 됐고 특수재난대비과 석유화학단지 안전 담당 2명이 소방제도과로 자리를 옮겼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6일 김충조 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이 ‘석유화학단지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번 법안은 지난 3월27일 정갑윤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석유화학콤비나트 방재대책법’과 석유화학단지에서 재난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인명 및 재산 피해로 이어질 것을 우려, 총괄재난관리자를 두고 재난 관리 종합 정보 시스템이나 센터를 설치해 종합적인 재난관리체계를 만드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법안은 세부내용은 미세하게 다르지만 입법 의도, 주요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어 ‘중복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한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신설 법은 기존 개별법의 안전관리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재난관리 측면에서 종합적 체계를 만들고자 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정갑윤 의원은 지난 6월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석유화학콤비나트 방재대책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가졌다. 공청회에는 최성룡 소방방재청장을 비롯 유관기관 및 관계자, 기업체 담당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련 단체와 지자체 등 상당수의 반대의견이 제기돼 법 제정 ‘난항’을 예고했다.

< 재난포커스 - 장영광 기자  jang@di-focus.com >

지난 1991년 멕시코 베리쿠르스주에서 화학공장 폭발로 수백명이 유독가스에 중독됐고 프랑스에서는 툴루즈 석유화학공장 폭발로 12명이 사망하는 등 19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가 있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울산 카프로에서 유독물질인 황산가스가 100리터 가량 누출되는 사고가 있었고 이에 앞서 지난 2003년에 호남석유화학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7명의 사상자와 수십억원의 재산피해를 입히는 등 석유화학단지 관련 재난은 수차례 발생해왔다.

울산의 미포와 온산산업단지, 전남 여수산업단지, 충남 서산시 대산산업단지 등에 집중돼 있는 석유화학단지들는 위험물과 가스 등 각종 위험성이 높은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저장·취급하고 있는 시설들이 밀집돼 있다. 특히 울산 및 여수석유화학단지의 경우 30년 이상 경과돼 각종 설비 및 배관 등의 노후화로 사고 위험성이 높고 재난발생시 대규모 피해발생 위험이 항시 상존하고 있다. 석유화학콤비나트(Kombinet)는 석유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석유제품과 부산물을 배관 등을 통해 공급받아 석유화학제품을 제조·생산하는 기업체들의 집단이 위치한 구역과 그 주변지역을 말한다.

	정갑윤 한나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은 지난 6월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석유화학콤비나트 방재대책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김미경 안국 E&C 기술연구소장, 박종윤 소방방재청 특수재난대비과 과장(당시 기준, 현 소방방재청 기후변화대응과장), 김찬오 서울산업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정갑윤 한나라당 의원, 최성룡 소방방재청장, 김영찬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본부장

우리나라에서 석유화학콤비나트에 해당하는 곳은 국가산업단지 또는 개별산업단지에 있는 석유화학산업단지로서 울산미포 석유화학산업단지와 온산 석유화학산업단지, 여수 석유화학산업단지, 대산 석유화학산업단지 등 4곳이다. 특히 대산 석유화학산업단지를 제외한 3곳에는 관리기구가 따로 존재한다. ‘석유화학단지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안’과 ‘석유화학콤비나트 방재대책법’은 현재 석유화학단지의 안전관리가 부처별·개별법으로 분산돼 있어 종합적 재난예방과 피해경감 대책이 매우 미흡한 실정을 개선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들이다.

지난 6월23일 최근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산 유화공단내 석유화학공장에서 가스 누출로 추정되는 불이 나 직원 3명이 전신 화상을 입는 등 관련 사고가 이따금 터지고 있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입법 취지는 공감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지난해 12월말 소방방재청은 ‘2009년 새롭게 달라지는 국가재난관리 정책’<재난포커스 2009년 1월호 63쪽 참고> 발표를 통해 “석유화학콤비나트와 주변지역까지 포함하는 선진화된 재난관리제도 체계 구축을 위해 ▲법제화 추진 ▲통합재난 대응 매뉴얼 작성 활용 ▲주민대피체계 구칙 및 운영 ▲합동 안전전검 ▲심포지움 개최 등 재난예방 활동을 강화한다”며 석유화학콤비나트 종합방재개선 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석유화학콤비나트 방재대책법안
정갑윤 한나라당 의원(울산 중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이 지난 3월27일 발의한 ‘석유화학콤비나트 방재대책법’은 석유화학콤비나트 재난의 예방·대비·대응 및 복구 등의 프로세스 순으로 제도화됐다. 또 ▲피해경감, 대응대책 수립·시행 ▲총괄재난관리자의 선임 ▲재난관리정보종합시스템 구축·운영 ▲위험경보발령과 대피권고 등을 주요업무로 구성해 추진토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콤비나트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 종사자와 주변 주민들에 대한 재난관리 교육·훈련 및 홍보 정책을 강화토록 했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석유화학콤비나트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 및 홍보를 통해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 종사자들의 대응능력이 향상되고, 관리주체 및 사업자가 석유화학콤비나트 주변 주민들에 대해 ‘재난 예방’ 홍보도 강화된다. 또 석유화학콤비나트 관리주체가 재난의 신속한 대응과 지원을 위해 ‘통합재난대응 매뉴얼’을 작성, 활용하게 된다. 현재 콤비나트에 운영되고 있는 각종 재난대응 매뉴얼은 각 개별법에 근거해 작성 및 별도 운영돼 통합적인 재난대응에 미흡하게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법안에는 석유화학콤비나트 관리주체가 재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재난·대응 등 피해경감을 위한 조사와 연구개발(R&D)을 추진토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정갑윤 의원은 “석유화학콤비나트에서 재난이 발생할 경우 해당 시설뿐만 아니라 그 주변지역까지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며 “국가산업 시스템에 막대한 피해 발생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헌법 제34조 제6항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토록 규정됐다”며 “이 취지에 맞게 (이번 법안으로) 석유화학단지의 종합적 재난예방 및 안전관리기준 강화해 재난을 사전에 예방하고 재난 발생시 인명과 재산피해경감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입법 취지을 설명했다.

대규모 위험 ‘상존’해 입법 ‘필요’
정갑윤 의원은 지난 6월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석유화학콤비나트 방재대책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가졌다. 공청회에는 최성룡 소방방재청장을 비롯 유관기관 및 관계자, 기업체 담당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련 단체와 지자체 등 상당수의 반대의견이 제기돼 법 제정 ‘난항’을 예고했다. 김찬오 서울산업대학교 안정공학과 교수가 기조발제를 했으며 종합토론에는 정갑윤 의원이 좌장으로 박종윤 소방방재청 특수재난대비과 과장(당시 기준, 현 소방방재청 기후변화대응과장), 김미경 안국 E&C 기술연구소장, 김영찬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본부장, 강대중 여수소방서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최성룡 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석유화학단지에 종사하는 종사자에 대한 교육과 인접기업체 간 통합재난대응 훈련 등을 통한 재난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소방방재청의 시급한 과제”라며 “공청회를 거쳐 법이 마련되면 법의 취지에 맞게 집행해 석유화학콤비나트 인근 주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석유화학종합단지

김찬오 서울산업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산업안전 보건법’, ‘소방기본법’, ‘위험물안전관리법’, ‘전기사업법’,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등에서 위험물에 대한 세부시설별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가 수행되고 있지만 석유화학콤비나트는 대규모 위험성이 상존해 이러한 세부시설별 재난안전관련 법령만으로는 재난 시 초동대응 등이 어렵다”며 법안의 입법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에 박종윤 소방방재청 특수재난대비과장(당시 기준, 현 소방방재청 기후변화대응과장)은 “(입법을 통해) ‘한국산업단지공단’을 울산미포 및 온산, 여수 석유화학콤비나트에 대한 재난관리 총괄 의무를 주고 개별산업단지인 대산 석유화학콤비나트는 서산시에서 재난관리를 총괄하도록 의무를 줘야 한다“며 김찬오 교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입장을 밝혔다.

법안, 이중규제 논란…실익 ‘의문시’
반대 토론자로 참석한 김영찬 석유화학공업협회 본부장은 “기존 법안 내용을 하나로 끌어 모은데 불과하고 법안의 중복 적용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공장 및 설비가 세분화되고 다양한 유형별 사고 등에 대한 전문적 대응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분야별로 전문화된 17개 법령 대신 1개 법령으로 종합 관리하는 게 안전 및 재난관리를 개선시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찬 본부장은 또 “석유화학이란 특정 산업을 법명에 넣고 울산 여수 대산 등 석유화학단지로 규제 대상을 제한해 그동안 민간 주도로 실시해온 안전 관리 성과를 무너뜨리고 산업계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것으로 우려된다”며 “협회는 산업계가 안전 관리에 해마다 1000억원 안팎의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데다 최근 5년간 중대 안전사고가 단지에서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대중 여수소방서장은 “법안은 용어의 정의가 입법취지를 충분히 반영치 못하고 관리주체의 선정이 책임과 권한의 분산으로 불합리하게 선정돼 있고 이원화 돼 있어 재난관리 체계상 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며 “법안 검토결과 제반규정들이 전반적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위험물안전관리법에서 관리하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중복규제라고 생각되고 이로 인해 사업장의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으며 법제정의 실익이 의문시 된다”고 말했다.

공청회 후 정갑윤 의원은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들과 지자체의 지적들을 겸허히 받아들여 (법안을) 수정해나가겠다”며 ‘이중규제 논란’에 대해서는 “이 법의 제정이유는 새로운 규제를 하려함이 아니라 석유화학단지의 점검을 일원화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콤비나트 방재대책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며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