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포커스는 지난 7월호(45쪽 참고)에서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이하 협의제도) 효과성 분석 연구용역’으로 드러난 협의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본 바 있다. 소방방재청(청장 최성룡)은 협의제도 효과성 분석 연구용역(책임연구원 - 박상우 서남대학교 교수, 공동연구원 - 이현재 한국종합기술개발 전무, 정종호 하존이앤씨 대표, 노경수 삼본엔지니어링 전무, 박상배 이산 상무)에서 도출된 문제점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검토 후 고쳐나갈 것이라고 지난 7월20일 밝혔다. 이번 협의제도 효과성 분석 연구용역(이하 연구용역)의 성과물을 토대로 협의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한다.(재난포커스 2009년 3월호 46쪽, 5월호 104쪽 참고)

<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

연구용역팀의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한 박상우 서남대학교 교수는 “사업시행기관·시공자들은 소방방재청에서 내려준 조치결과·조치계획을 행정계획단계에서는 개발사업 또는 실시계획시 반영하겠다고 했으나 그 내용이 개발사업단계에서 반영되었는지 확인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조치계획의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로 연구용역의 실무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많이 거론됐던 문제다.

사후관리제도 시급한 문제

	‘안좌 대리지구 밭기반정비사업’의 사면 보호공 설치 모습

실무자들은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 후 협의된 사항이 어느 정도 이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설문조사에 57%가 ‘보통’이라고 했으며 ‘안됨’까지 포함하면 69%로 대체로 이행이 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협의 후 이행이 잘 안 되고 있는 사유로 실무자들이 제시한 의견은 협의내용에 대해 인허가 후 준공 시 제재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는 것과 협의 후 사후관리제도가 미흡하다(협의기관에게 착공, 중단, 완공 사업단계 확인사항통보 필요)는 점을 들었다. 실무자들은 또 검토사항의 피드백이 이뤄지지 않아 이행이 잘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사후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없고 사업변경 시 협의가 안 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 본 개발사업 준공승인 전 이행조치결과를 제출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협의로 이행완료검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 박혜열 소방방재청 재해경감과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 담당공무원은 “지방을 제외하고 서울에서만 벌어지는 협의건수가 400건이 넘어간다”며 “현재는 협의의견이 들어와 조치계획을 내려주면 시행여부를 다시 일일이 확인하고 관리·감독 할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이 없어 검토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담당공무원은 또 “자연재해대책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협의의견에 대한 최종조치계획을 사업시행기관·시공자로 하여금 사업시행 전에 제출하게 만들 것을 제도화 시킬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넓게 보면 사후재해영향성검토 제도(사후Monitoring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에서 실무자들은 ‘사후재해영향성검토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82%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소방방재청 담당공무원은 “사후관리제도는 지금은 없어진 재해영향평가제도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며 “행정계획단계에서 검토를 요청했던 조치계획을 개발계획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사전재해영향성검토위원회 위원들에게 의견을 다시 받는 것으로 ‘제도’라기 보다는 하나의 개선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사후관리제도의 필요성은 연구용역으로 협의제도의 허점이 노출된 지금 가장 중요하고 개선이 시급한 문제로 대두됐다.

“협의대상사업 삭제 어려워”

	‘대륭지구 수리시설 개보수사업’의 제체보강(그라우팅 시공) 모습

한편 협의제도 연구용역팀은 2005년부터 2008년 말까지 협의된 대상사업에 대해 협의사업장이 없는 협의대상사업은 삭제하는 검토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기존협의대상사업은 ‘행정계획’에 32개 법령에 의한 41개 계획과 ‘개발사업’에 42개 법령에 의한 50개 사업으로 총 91개의 행정계획 및 개발사업이다. 연구용역팀이 제시한 협의사업장이 없는 협의 대상사업이 삭제되면 ‘행정계획’에 20개 법령에 의한 29개 계획과 ‘개발사업’에 32개 법령에 의한 40개 사업으로 총 69개의 행정계획 및 개발사업으로 변경돼 적용범위가 줄어들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해 소방방재청 담당공무원은 “협의대상사업 삭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3년 동안 협의대상 건수가 없다고 해서 협의대상사업 조항 자체를 없애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방재분야 표준품셈 개정 필요
연구용역팀은 연구용역에서 작성대가의 책정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행정계획 시 현재는 정성적 분석에 용역비를 산정하고 있으나 행정계획이라 하더라도 입지선정에 정량적 검토가 필요한 경우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시행기관·시공자가 협의서 작성을 대행자에게 위탁할 경우 방재분야 표준품셈(2007-22호, 소방방재청고시, 2007년 4월12일)을 적용해 대행비용(용역비)을 산정하게 돼있다. 하지만 이 품셈에 따른 기준 면적이 일괄적으로 적용하게 돼 있어 용역업체 측에서는 면적이 좁은 지역을 분석하고 받는 비용이나 면적이 넓은 지역을 분석하고 받는 비용이나 둘 다 비슷한 비용을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소방방재청 담당공무원은 “협의대상의 면적이 소규모인 사업장과 대규모인 사업장에 대해 면적 차이에 의한 용역비 산정 방법을 검토 중이다”라며 “품셈의 시·군·구 단위 이상계획, 행정계획, 개발사업으로 구분된 단위업무의 조정을 통해 바꿔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구용역팀은 또 품셈 관련 문제 중에 사업시행기관·시공자의 예산부족으로 기준대가이하의 예산으로 발주되고 있어 협의서가 부실할 우려가 있으므로 협의용역의 별도 분리발주를 통해 적정대가로 수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군포 부곡지구 택지개발사업’의 영구저류지

이 문제는 설계와 협의서 작성 용역을 분리 발주하는 기준이 없고 예산부족으로 기준대가 이하의 예산으로 발주되고 있어 대상사업에 대한 재해요인 검토가 미흡하게 되고 용역비가 용역업체에게 과소하게 책정되는 경우가 있다. 소방방재청 담당공무원은 “사업시행기관·시공자의 예산이 부족한 경우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에 대한 용역을 다른 용역비와 묶어서 책정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설계와 검토협의서 작성을 분리 발주토록 기준을 설정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연구용역팀은 검토협의서 작성 중에 변경 또는 재작성에 대한 추가비용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예를 들면 용역업체에서 A라는 지역을 분석하다가 변경사항이 생겨 B지역을 분석하게 됐을 경우 용역업체는 결과물에 대한 용역비만 책정 받아 한곳을 분석한 용역비만 받게 되는 문제이다. 담당공무원은 “품셈을 적용해 변경·재작성한 부분까지 금액을 합쳐서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중이다”라고 말했다.

재해영향평가제도가 없어진 지금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는 사전에 각종사업을 재해로부터 지킬 수 있는 역량을 검증하는 유일한 제도이다. 연구용역으로 도출된 제도의 여러 문제점들을 차근차근 개선해 좀 더 탄탄한 제도로 만들어야한다. 개선뿐만 아니라 개선 된 법률과 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교육으로 실무담당자들의 이해력을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번 연구용역의 결과로 사업시행기관·시공자가 더 이상 ‘귀찮은 제도’로 인식치 않는 진보된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