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소방방재청(청장 최성룡)에서 관장하는 국책보험인 풍수해보험의 신규가입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8월12일 현재 풍수해보험의 가입건수가 44만8068건을 넘어서면서 정부의 예산이 부족하게 됐다. 최성룡 소방방재청장은 전국에서 시행중인 풍수해보험의 신규 가입을 8월말까지 제한한다고 지난 8월10일 공고했다. 재난포커스는 지난 7월호(76쪽)와 8월호(22쪽)에서 이 부족한 예산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

풍수해보험의 보험료는 가입 건수에 대해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61%에서 68%를 지원하고 가입자(본인 부담)가 나머지 32%에서 39%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이 모자라게 되면 가입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 ‘2009년 풍수해보험 사업계획’에 배정된 예산은 총 68억원으로 이중 63억5000만원이 보험료 지원금으로 쓰이는 액수이다. 총 가입건수가 45만건에 육박해 보험료 지원금 중 70% 정도의 예산이 사용되면서 소방방재청은 신규가입자를 줄이는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이다.

이희춘 소방방재청 재해보험과장은 “예산이 적어 지금으로써는 신규가입자를 억제하고 작년에 가입한 재가입자들의 운영에 신경을 쓰는 방법이 최선”이라며 “불용예산 가용은 현실적으로 힘들고 지자체의 지방비 비중을 높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희춘 과장은 또 “풍수해보험은 전국사업으로 시행 된지 이제 막 2년째에 접어들었고 1년 사이 가입률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에 예산 예측이 힘들다”며 “예산을 예측하는 것은 1년 정도 더 운영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부족한 2010년 예산
풍수해보험은 올해 폭발적인 가입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에도 올해와 같은 액수의 예산이 책정될 것으로 비춰져 많은 관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소방방재청의 ‘2010년도 예산(안) 개요’에 보면 내년에도 총 68억원 예산이 지원될 계획이며 보험료 지원에 63억8600만원, 풍수해보험 홍보 등 7400만원, 풍수해보험 활성화 연구개발 4000만원이 계획돼있다. 이희춘 소방방재청 재해보험과장은 “내년에는 신규가입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보험이 꼭 필요한 층에게 할애할 예정”이라며 “풍수해보험 가입기간을 일정하게 지정해서 그 동안만 가입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한 보험사의 풍수해보험 담당자는 “풍수해보험 시장이 점점 커져나가는 만큼 예산도 확대돼야한다”며 “지금 예산보다 두 배 이상은 확대돼야 충분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또 “2010년에 추가될 풍수해보험4(소상공인보험) 상품이 추가되면 풍수해보험의 가입 범위는 대도시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올해와 같은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 명약관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풍수해보험 담당자는 “올해 신규가입 건만으로도 예산이 다 소진돼 작년 가입 건들의 갱신과 유지가 힘든 입장”이라며 “정부 예산의 전력적인 지원이 있어야 매출 확대를 바라볼 수 있는데 올해 예산과 같게 놓으면 신규가입자를 받지 말라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풍수해보험 담당자는 “부족한 예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라 기획재정부와 보험사업자들 사이에 낀 소방방재청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정부가 정책을 만들어 놓고 뒷북치는 인상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실가입자들과 보험사의 불만들
풍수해보험은 국민의 재산을 위한 정책보험인 만큼 실가입자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4월1일부터 온실 보험료를 일부인하 했다. 작년 손해율을 반영해 온실과 축사의 보험료를 평균 10%정도 인하한 것이다. 하지만 온실이나 축사 같은 경우 범위가 크기 때문에 실가입자들은 이에 따른 보험료의 부담이 아직도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보험료 지원금으로 제외되는 부분을 빼고도 100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곳이 많아 가입을 꺼리는 주민들이 많다.

또 풍수해보험은 소멸성 보험이기 때문에 1년을 보장받고는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없다는 것도 가입자들이 가입을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한 풍수해보험 가입자는 “풍수해보험에 가입해서 일년동안 들어가는 보험료와 하우스의 비닐을 새로 치는 돈이 액수가 비슷하다”며 “풍수해로 피해 입은 하우스 비닐이나 파이프에만 국한하지 말고 화재 피해나 하우스 속의 농작물까지 피해를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풍수해보험 담당 한 설계사는 “생명보험처럼 장기저축성 보험으로 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과 화재보험과의 연동을 바라는 가입자들이 많다”고 밝혔다.

특히 풍수해보험에 가입하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도 가입자들의 큰 걱정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이 재난복구비지원제도와 풍수해보험이 병행됨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일반가입자들 보다는 보험사측의 불만이 크다. 재난복구비지원제도와 풍수해보험이 공존하다보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가입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이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풍수해보험에 가입하면 재난복구비지원제도보다 좋은 여러 특약도 있고 보상도 많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있지만 굳이 돈 들여 풍수해보험에 가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는 가입자를 유치하는 입장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풍수해보험의 적용대상 시설물은 주택, 온실(비닐하우스), 축사로 가입대상은 지방의 농어촌의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산간지역이나 섬 같은 경우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 보험사의 마케팅이 채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생기게 마련이다. 한 보험사의 풍수해보험 담당자는 “정책보험이니 공무원의 행정력을 이용해서 보험사의 마케팅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까지 지원해야 한다”며 “보험사의 여러 보상이나 서비스 같은 인프라와 현행 공무원의 행정력을 합치면 산간지역이나 섬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KDI, 풍수해보험 재정사업평가 중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소방방재청은 8월말에서 9월 중순 사이 풍수해보험을 발전시키기 위한 T/F팀을 꾸릴 예정이다. T/F팀에는 소방방재청과 3개 보험사(동부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1개 재보험사(코리안리), 보험개발원이 참여할 계획이다. 10월 중에는 풍수해보험 활성화 추진 워크숍도 개최할 계획이다. 풍수해보험에 대한 ‘재정사업신청평가’가 2010년 상반기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분석이 이뤄질 예정이다. 풍수해보험을 선진국형 보험제도로 발전시키기 위한 평가로 해외보험의 좋은 제도들을 벤치마킹하게 된다. 자기부담금 제도 도입, 할인할증률의 폭을 넓힘, 보험금 지급 대기기간(Waiting Period) 도입 등의 내용이 국내 풍수해보험의 특징과 버무려진다. 풍수해보험은 정책보험인 만큼 정부의 사업운영에 대한 장점과 민영보험사의 전문성이 잘 융화돼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이뤄져야한다. 정부와 보험사, 국민이 모두 만족하는 제도로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