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한국정보화진흥원 최현호 (재난관리지도사)

지난 7월 윤제균 감독의 영화 ‘해운대’가 개봉을 했다. 여름휴가 시즌에 피서지로 유명한 해운대라는 지역의 특수성과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한국형 재난영화라는 것이 나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영화 ‘해운대’의 주요 관심사는 물론 ‘쓰나미’에 있지만 영화 중반부까지는 해운대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일반 서민들의 모습을 전개해 드라마적인 요소를 관객의 입맛에 맞게 잘 표현했다. 그 중 나의 관심을 끄는 캐릭터와 영화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영화에서는 박중훈(분)이 연기하는 지진전문가(재난전문가) 캐릭터가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참 공감이 가는 내용을 영화 속에서 많이 보여준 것 같다.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배경으로 ‘메가 쓰나미’라는 대재앙으로부터 많은 시민의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적극적인 활동이 재난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나 자신을 투영해 보는 기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아쉬웠던 순간은 그러한 전문성과 의지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공권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지금의 현실과 비슷한 부분일 것이다. 또한, 영화상에 등장하는 재난관련 공무원의 안일한 태도는 눈살을 찌부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영화의 극적인 상황을 강조하려 다소 과장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박중훈과 대비되는 캐릭터(방재담당 공무원 등)의 방관자적인 행동과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는 태도는 문제로 지적할 만하다(결과적으로 시민의 대피 및 재난관리 활동이 지연-재난관리에서는 시간적 요소가 중요하다). 요사이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각종 재난의 상황을 볼 때, 영화의 표현은 아주 과장된 상황은 아닌듯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2004년 아시아 쓰나미 피해도 결과적으로 보면 해당 정부의 사전 예·경보에 대한 무지와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재난관련 전문가 및 정부 관계자의 신뢰성과 정보 교류의 확대가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일반 시민에 대한 재난관련 홍보 및 비상시 교육에 대한 방안이 절실히 요구되는 내용도 중요한 포인트로 볼 수 있다. 영화에서 엄정화(분)는 1차 쓰나미 이후 자신의 딸을 구하러 호텔로 들어간다.

하지만. 비상시 활용하면 안 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함으로써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백사장에 있던 수 많은 사람들이 놀란 나머지 우후죽순 대피하는 바람에 사람에 의한 2차적 피해와 비효율적인 비상시 행동요령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관련 기관의 상황통제에도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관련 정부 기관 및 재난관련 전문가는 이러한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대국민 행동요령 및 교육(훈련)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록, 영화상이지만 희생된 모든 시민과 자신의 위치에서 목숨을 바쳐 재난구호 활동에 노력을 아끼지 않은 공무원에게 재난관리자의 한사람으로서 아낌없는 위로와 찬사를 바치고 싶다. 영화 전개상 보여준 생명에 대한 인간애의 표현은 정말 감동적이다. 재난 없는 세상은 반드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의 실현을 위해서는 한 사람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다. 이 세상을 같이 살아가는 모든 이가 합심해 재난으로 인한 허무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