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테러 분야를 학술적으로 깊이 있게 논의키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우리나라는 테러위협에 잘 대처하고 있는가?’라는 주제의 2009대테러학술세미나가 국가대테러정책발전위원회(위원장 박원탁)의 주최로 서울교육문화회관 거문고 홀에서 지난 9월24일 열렸다. 세미나에는 대태러·위기관리분야 석학, 정부, 공공기관, 기업체 관계자들이 참여해 국내외 테러위협 요인을 재평가해 보고 이에 대한 대응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1부에는 홍순남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사회로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해외진출 국민의 테러피해 증가 요인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은 ‘국제교류 확대에 따른 국내 테러위협 환경의 변화’에 대해 주제발표 했다. 2부에서는 손동권 건국대 교수의 사회로 이종영 중앙대 교수가 ‘국가 대테러시스템 확충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또 이경훈 고려대 교수의 ‘다중이용시설 발전동향에 따른 테러위협 대비방안’에 대한 발표도 이뤄졌다. 토론자로는 현승수 한양대 교수, 이재은 충북대 교수, 조병선 청주대 교수, 윤성원 서울산업대 교수가 참여했다.

“대테러활동의 주안점은 예방활동”

	사진1. ‘해외진출 국민의 테러피해 증가 요인에 대한 고찰’에 대해 발표한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교수 사진2. ‘국제교류 확대에 따른 국내 테러위협 환경의 변화’에 대해 발표한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

서정민 교수는 ‘해외진출 국민의 테러피해 증가 요인에 대한 고찰’ 발표에서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해외진출국민의 테러피해 증가요인을 살펴보고 테러 사건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 테러 세력의 주체를 통해 고찰했다. 최근 일련의 테러사건들을 볼 때 책임을 주장하는 단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예멘 내 두 차례 한국인 공격에 대해서도 누가 범행을 저질렀는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서 교수는 최근의 중동지역 테러 사건이 이슬람과격단체에 의해서만 감행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특히 예멘 테러의 성격에는 국제테러단체 혹은 내부 이슬람과격세력 보다는 현지의 부족문화의 잔재가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정민 교수는 “대테러활동의 가장 주안점은 예방활동이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보수집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또 “중동 뿐 아니라 남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그리고 더 나아가 서방에서 활동하는 테러세력까지 그들의 실체가 무엇이며, 그들이 저지르는 테러행위의 원인이 무엇이며, 해외진출국민이 피해를 입는 원인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찾아내 미연에 테러를 막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 인력을 양성·관리하고 또 이들을 통해 대국민 테러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기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테러를 예방하고 테러정책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기구의 설립도 절실하다”며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테러위협 환경 변화
최진태 소장은 ‘국제교류 확대에 따른 국내 테러위협 환경의 변화’ 발표에서 국제 교류의 확대에 따른 한국의 국·내외 테러 환경을 분석하고 결혼이민자의 증가에 따른 다문화 가정의 증가, 북한을 탈출한 동포들이 늘어나면서 국내에 정착하는 새터민의 증가, 국내 불만세력의 증가 등에 따른 현황과 문제점 분석을 통해 미래에 새로운 국내 테러주체의 등장 가능성을 살펴봤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 테러 대응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 사항인 테러발생원인의 근본적 제거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최 소장은 “테러의 안전지대는 없고 테러범에게는 은퇴도 없다”며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였던 국내도 이제는 테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인 국내 체류자 증가, 국제결혼의 증가, 이민자수의 증가, 북한에서 탈출한 동포들의 증가를 예로 들며 한국도 이제는 다문화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진태 소장은 “스페인과 영국의 테러는 다문화 사회의 갈등과 차별이 원인”이라며 “테러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또 “테러의 예방에 있어서 최선의 방법은 테러 발생 원인과 환경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라며 “다문화 사회 시대에 있어서 테러의 원인이 자라나지 못하도록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사회가 이런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국내의 테러 환경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테러 법·제도 개선 방향

	사진1. ‘국가 대테러시스템 확충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발표한 이종영 중앙대 교수 사진2. ‘다중이용시설의 발전동향에 따른 테러위협 대비방안’에 대해 발표한 이경훈 고려대 교수

이종영 교수는 ‘국가 대테러시스템 확충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향’ 발표에서 국가의 테러예방과 방지에 관한 법학적 관점 분석, 국가에 부여된 테러방지와 예방을 위한 법률제정의 필요성, 지금까지 이를 위한 국가의 노력으로 국회에 제출돼 논의된 테러예방과 방지에 관한 법률에 관한 현황과 사항을 분석했다. 또 외국의 테러예방과 방지에 관한 입법례를 분석하고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의 관점에서 테러예방과 방지에 관한 법률의 제정방향에 대해 논했다.

이 교수는 “헌법상 테러에 의한 일반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와 테러혐의자에 대한 기본권의 제한에 관한 법치국가원칙에 의하면 테러방지에 관한 법률적 근거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며 “국가의 테러로부터 안전한 삶을 영위토록 할 국가의 일차적 의무는 테러방지에 관한 일반법률의 제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테러의 개념규정도 테러방지를 위한 입법에서 중요사항”이라며 “테러의 개념은 테러방지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영 교수는 “테러의 개념에 따라서 테러예방을 전담할 국가기관의 활동범위도 확정될 수 있고, 정보수집의 대상자도 확정되고, 이에 대한 국회의 통제도 명확해 테러예방과 테러혐의자의 기본권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테러예방과 방지에 관한 국가의 조치와 기본권보호를 위해 더 이상 테러방지에 관한 입법을 늦출 수 없다”며 “테러방지에 관한 일반법률이 제정되지 않음으로써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은 실질적으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영 교수는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일반 국민도 테러의 위험이 법적으로 방치돼 있고, 테러혐의자로 분류되는 자의 기본권도 사실상 더 많은 침해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일 수 있다”며 “법치국가에 법률의 기능은 공동체 전체의 기본권을 신장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태러예방 피해 최소화 건축방안
이경훈 교수는 ‘다중이용시설의 발전동향에 따른 테러위협 대비방안’ 발표에서 다중이용시설이 점차 도심 밀집화, 대형화, 복합화, 지중화, 초고층화 경향을 보임에 따른 안전 위협요인과 취약점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테러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건축적 방안에 대해 검토했다. 이 교수는 테러발생시 피해 최소화를 위한 건축계획적 방안에 대해 건축물 형태 및 입면계획, 실내공간계획, 피난계획으로 나눠 설명했다.

건축물 형태 및 입면계획을 보면, 첫 번째로 건물형태는 가급적 단순한 형태로 디자인하되 오목한 부분이나 오버행이 발생하는 부분을 지양하며, 볼록하거나 상층부가 셋백(set-back) 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폭발이 일어날 경우 오목한 형태나 오버행 형태는 충격파를 가두는 역할을 하며, 동시에 폭발력이 미치는 외피면적을 증대시켜 폭발의 영향을 극대화시키게 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반면에 볼록한 곡선형태, 그리고 상층부로 갈수록 셋백되는 형태가 외피면적을 감소시켜 폭발 발생시에도 피해를 줄이게 된다.

두 번째로 저층부 외벽에 설치되는 창문은 폭발물 테러 발생시 그 비산파편으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중정, 아트리움, 천창 등을 활용해 실내에 자연광을 도입함으로써 가급적 외벽 창문의 크기와 수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내공간계획으로는 첫 번째로 다중이 이용하는 공간과 보안이 요구되는 주요 공간과는 죠닝을 통해 수직적, 수평적으로 분리배치하고 사이에 완충 공간, 혹은 강화된 벽체나 슬래브를 배치한다. 동시에 다중이 이용하는 공간과 보안을 요하는 주요 공간 사이의 벽체는 바닥에서부터 상층부 슬래브(floor to ceiling)까지 막히도록 계획해 다중이용공간으로부터 천장반자 하부공간을 이용해 보안 공간으로 침투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두 번째로 폭발테러시 인명피해가 커질 수 있는 공간(인명피해 존), 혹은 발화물질, 가연성 물질 등이 많은 공간(피해확산 존) 등은 가급적 건물외피와 인접치 않도록 중앙부에 배치하고, 외피와의 사이에 완충 공간, 혹은 강화된 벽체나 슬래브를 배치한다.

피난경로의 다각적 확보 피난계획으로는 첫 번째로 건축물 내 모든 부분에서 임의로 선택한 2방향 이상의 피난경로를 확보해야 하며, 피난경로는 단순하고 명료해야 한다. 두 번째로 피난을 위한 비상계단 및 비상 엘리베이터 등은 주차장이나 하역공간, 우편물 분류실 등과 같은 폭발 위험공간과 가급적 이격해 배치하며 엘리베이터 샤프트나 엘리베이터 홀 등은 양압을 유지해 연기가 침투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세 번째로 피난 경로로 사용되는 주요 통로에는 시각적인 비상출구 유도등 외에 청각(유도음), 촉각(좌우 벽면의 가슴높이에 벽과 재질, 촉감이 다른 유도 띠 설치)을 활용한 유도장치를 설치하는 것을 고려한다. 네 번째로 피난 경로가 되는 주요 통로에는 비상 손전등, 방독면 등을 비치하며, 비상출구 표시등은 눈높이에 맞게 천장에서 일정거리를 두고 설치한다. 테러, 화재시 발생하는 연기나 유독가스는 거동상 일반적으로 상부에서부터 모이게 된다.

다섯 번째로 초고층 건축물에서는 중간에 피난층을 설치하고 피난층에는 상부층 피난인원을 고려해 적절한 면적의 피난공간을 확보한다. 또한 피난공간은 타 부분과 방화구획하고 가압방식의 제연설비 및 스프링클러 설비에 의해 철저하게 방호토록 한다. (현재 건축법 시행령에 매 30층마다 피난층을 설치토록 입법예고 됨) 여섯 번째로 초고층 건축물의 설계시 가능할 경우 인접 건물과의 수평적 연결을 감안해 발코니 등을 설치해, 비상시 발코니 등을 통해 인접 건물로 가설교를 연결하고 비상탈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토록 한다.

일곱 번째로 일정규모 이상의 지하 다중이용시설 계획시에는 자연채광, 자연환기가 가능하고, 지상으로 통하는 직선 피난계단 등이 설치된 중정, 혹은 선큰 가든과 같은 1차 피난공간 설치를 고려한다. (자연채광이 가능한 중정, 선큰 가든 등은 화재시 정전이 돼도 향광성 혹은 향개방성 피난행태를 가진 군중에게 좋은 이정표가 될 수 있으며, 구조적으로 폐쇄된 지하공간에서 폭발이 발생했을 때 폭발압을 분산시켜 줌으로써 실내 공간에서의 인명피해를 완화시켜 주는 기능, 비상시 소방 · 구조대원의 진입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됨)

마지막으로 지하공간은 지상으로 통하는 출입구가 거실레벨보다 상부에 있어 연기가 출입구로 배출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대피 중인 이용자의 피난과 외부소방대의 진입에 장애요소로 작용하므로 일정규모 이상의 지하 다중이용시설의 주요 통로 축상에는 일정 간격으로 지상으로 뚫린 천창 등을 설치해 자연채광과 외부조망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이 방향감을 상실치 않고 비상시 연기와 폭발압의 배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