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창근(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어떤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식’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것이 어처구니없는 ‘비상식’이 될 수 있다. 우리사회는 다원화됐기 때문에 하나의 쟁점에 대해 여러 가지 견해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나와 다른 견해를 ‘소통’이라는 도구를 통해 때로는 양보하고 타협해 합의를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한 덕목이다. 정책은 결코 천사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선 보다는 차선의 ‘상식’을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4대강 살리기 추진사업단은 지난 4월27일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 대한 중간발표를 한 후, 6월8일 최종 확정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약 3년동안 22조원에 이르는 예산의 대부분을 4대강 본류구간에 투입해 물확보, 홍수방어, 수질개선, 지역발전 등을 도모하려고 한다. 그러나 발표한 내용을 검토한 결과 이 사업은 보건설과 준설로 오히려 하천을 죽이는 사업으로 이행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난 4월27일 중간발표에 따르면 4대강사업의 예산이 13조9000억원으로 책정돼 있었는데, 6월8일의 최종발표에서는 4대강사업이 22조2000억원의 국책사업이 됐다. 약 한 달여 만에 무려 8조3000억원(60%)이 증가됐다. 4대강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평가하기에 앞서 과연 이 사업이 준비가 된 것인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준비 안 된 국책사업이 성공한다면 다행이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다. 만약 그럴 경우 천문학적인 예산낭비, 돌이킬 수없는 환경파괴 그리고 사회적 갈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둘째, 하천법에 근거해 수립된 최상위 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년도 수립)에 따르면 2011년 낙동강권역에서는 1100만톤의 물이 오히려 남는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동강에서 10억톤의 물을 개발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비상식적이다. 낙동강에 물이 부족하다는 억지논리를 바탕으로 낙동강 본류에 8개의 보(weir)를 설치해 물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천에 보를 설치하면 흐름이 느려져서 수질이 악화되기 때문에 보건설로 확보된 물은 거대한 섞은 ‘물덩어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하천본류에 보를 설치해 물을 저류시켜 확보하겠다는 사례는 전 세계에서도 그 유래가 없으며, 설령 물을 확보했다 해도 쓸모가 없다.

	원주천 보 좌우안 및 바닥호공 유실

셋째, 홍수예방과 수질개선을 위해 본류 보다 지류에 대한 투자가 우선이다. 이미 4대강 사업구간의 경우 97% 이상 하천정비가 완료됐고 지방하천의 경우 84% 정도에 머물고 있다. 또한 홍수피해는 강원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4대강 본류구간이 아니라 지방하천과 소하천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홍수를 예방키 위해 본류구간에 예산을 집중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또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이 본류 보다 지류의 수질을 개선시키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넷째, 4대강사업에 대한 소통공간이 없다. 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 6개월이라는 단기간에 밀실에서 22조2000억원이라는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에 대한 연구를 했다. 이렇게 급조된 계획에 대한 어떠한 기술적 자료의 외부유출을 철저히 금지했고, 보를 건설하면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계산도 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리고 주민설명회, 공청회 등으로 소통을 하기보다는 그것은 명분 쌓기였고 우려의 목소리는 ‘소귀에 경읽기’에 지나지 않았다.

한달 남짓한 기간동안 14조원에서 22조원으로 예산이 증가한 점은 그 계획의 부실함을 반증하고 있다. 무엇엔가 쫓기 듯 홍보하는 모습에서 4대강 사업은 아직도 실체가 명확치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쳐다보면 위태로움과 아찔함을 느낀다. 인도의 성인 간디가 지적했듯이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라는 말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정부는 일견 엄청난 추진력으로 4대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듯하지만, 지향점이 잘못 설정되면 그것은 허황되고 오히려 자승자박을 한다는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6개월이란 단기간에 밀실에서 급조된 4대강 계획서를 지극히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정당화시키고 하천공사관련 각종 절차들을 무시해 만들어질 우리의 하천이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국민 앞에 나타날 것인지를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 후손은 그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진행키 위한 나름대로의 절차를 밟고 있다.

	논산시 별곡면 한삼천교 직하류 보 우안 파손

지난 7월20일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 완성됐고 16개의 보 건설, 5억7000만㎥의 준설, 낙동강 배수갑문 증설 등 4대강 사업의 대부분이 턴키방식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설계기간은 2개월 정도이며 공사는 10월경에 시작해 2011년 말까지 약 2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규모면에서 설계기간만 2년 이상 걸릴 토목사업이고, 특히 보건설로 홍수를 방어하고 물을 확보할 방안에 대해 각 하천별로 정밀검토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간적으로 그러한 검토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또한 보를 건설하면 하천수질이 악화되는데 이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질악화에 대한 개선방안 역시 아직까지 마련치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수자원관련 설계를 할 국내 전문인력이 부족해 2개월 만에 설계를 완료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부실한 설계가 예견되고 그에 따라 효율적이지 못한 공사가 진행돼 궁극적으로 예산낭비가 뒤따르고 경우에 따라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4대강사업에서 홍수방어의 허구성
게릴라성 집중호우 현상 등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피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키 위해 200년 빈도 이상 홍수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키 위해 홍수조절 능력을 4대강에 걸쳐 9억2000만㎥ 만큼 증대시키는 사업이 4대강 살리기의 주요 목적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퇴적토 5억7000만㎥ 준설로 홍수 소통공간을 확보해 홍수위를 저하(0.4∼3.9m)시킴으로써 제방누수와 하천범람을 방지하는 ‘신개념 치수대책’을 제시하고 있고 또한 ‘홍수조절지 2개, 강변저류지 3개, 댐 3개 건설과 농업용저수지 96개 증고로 홍수조절능력 3억5000만㎥ 확보’하는 방안을 포괄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논산천 보 접합부 유실

그러나 홍수를 선제적으로 예방키 위해 정부가 제시하는 홍수조절능력 9억2000만㎥에 대한 근거가 없다. 왜냐하면 4대강 유역종합치수계획들이 수립돼야만 이에 근거해 홍수조절능력을 산정하고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데, 한강과 낙동강의 경우 유역종합치수계획이 수립되기 전에 4대강살리기 마스터플랜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4대강 각 하천별로 부족한 홍수조절능력을 산정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수립해야 홍수방어 계획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데, 실시계획 형태인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을 먼저 수립하고 그에 근거해 유역종합치수계획을 수립했다.

요약하면 홍수방어를 위한 대책들을 수립한 결과 홍수조절용량이 9억2000만㎥가 확보됐기 때문에, 이를 지침으로 해 유역종합대책을 수립했다. 또한 4대강에서 5.7억㎥를 준설해 홍수 소통공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은 상식수준에서도 이해하기가 힘든 논리이다. 즉 5.7억㎥의 모래를 준설하면 그 공간이 바로 홍수 소통공간이 된다는 논리인데, 4대강에 16개의 보로 흐름을 차단한 상태에서 준설한 공간은 이미 물로 가득 차 있는 ‘죽은 공간’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16개의 보를 고정보와 가동보를 적절히 혼용해 설치할 계획인데, 고정보 상류지역에서 준설한 공간은 전혀 홍수 소통공간으로 이용되지 못하고 가동보의 경우 홍수가 발생키 전에 수문을 열어 가동보에 의해 저장돼 있는 물을 하류로 내보내야만 홍수 소통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가동보와 고정보가 혼용돼 있을 경우, 고정보 상류지역에서는 오히려 홍수 소통공간이 줄어들어 홍수피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준설한 공간을 보로 막은 상태에서 홍수 소통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은 다시 검토돼야 할 것이다. 보를 건설한다는 것 자체는 홍수위험을 증가시킬 수박에 없고, 보에 의해 증가된 홍수량을 저감시키기 위해 각종 홍수방어 대책을 수립하는 모습이다. 이는 병 주고 약주는 처방이다. 더구나 감사원(2007) 감사결과에 따르면 낙동강 본류 하천(332km)에서 인위적인 하천골재 채취 및 홍수 등에 의한 하상 및 유심 변동으로 유역종합치수계획에서 사용한 구간별 과거 측량자료(1993년-2002년)가 최근 하천정비기본계획 수립 시 측량한 자료보다 하상이 최대 9.4m 낮아지고 하상 골재가 2억여 ㎥가 줄어드는 등 낙동강 본류의 홍수방어 능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낙동강의 경우 골재 채취로 하상이 낮아짐에 따라 홍수위도 낮아지는데, 이미 홍수방어 능력이 커진 하천상태를 반영치 않고 홍수위를 더 높게 설정해 필요 없는 홍수저감 대책을 수립함으로써 예산낭비를 가져올 것이다. 더구나 4대강사업에서 낙동강 구간의 경우 준설량이 4.7억㎥에 이르는데 이는 부산에서 안동까지 낙동강을 따라 약 330km 구간을 폭 220m, 평균 6m 깊이로 준설하는 물량이다. 이렇게 과도하게 준설한 결과 낙동강 본류구간 일부에서는 약 4m 정도의 홍수위가 저감됐다.

정부가 발표한 ‘4대강살리기 사업 요약’에 따르면 홍수위가 낮아져 설계기준 보다 여유고 확보가 충분한 곳에 기존 제방의 높이를 낮추는 방안은 추후에 검토할 예정이다. 만약 땅을 파서 홍수를 저감할 계획이면 필요한 구간에서만 땅을 파면된다. 4대강 사업으로 홍수를 저감시킬 계획인데 홍수피해는 본류 보다는 지류에서 더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방재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홍수피해는 국가하천 구간에서 3.6% 정도 발생하고 나머지 96.4%는 지방하천과 소하천에서 발생한다.

지난 7월 장마기간 동안 홍수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국가하천 구간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고 모두 지방하천에서 홍수피해가 발생했다. 그리고 홍수방어의 기본은 유역차원에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인데 홍수에 취약한 지방하천은 그대로 두고 본류에서 홍수를 방어하겠다는 방침이다. 본류에서 홍수위를 낮추면 지류에서 홍수피해를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다는 ‘억지춘향’의 논리를 펴고 있다. 한강에 준설해 홍수위를 낮추는 것과 강원도 지방하천의 홍수방어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 오히려 지류의 홍수량을 저감시키는 것이 본류의 홍수를 저감시킬 수 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3단계 속도조절론

	김해 조만강 보 양안부 유실

만약 4대강 사업이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발판으로 삼으려면 지금과 같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 예산낭비 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추진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3단계 속도조절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가 제안하는 것은 표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과학적 근거가 있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업은 1단계로 시행하고, 과학적으로 일정 부분 그 타당성이 인정된 사업이지만 지역차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업은 2단계로 시행하고, 아직 과학적으로 그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업은 3단계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2단계 사업의 경우 지역차원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데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학적 검토도 병행돼야 한다. 3단계 사업은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기 위한 전단계인 과학적 검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업이므로 3단계 사업이 가져올 환경파괴, 사업의 근거 등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2, 3단계 사업을 진행키 위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또 다른 대안으로 4대강 중 대표하천을 선택해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마스터플랜에 따라 하천을 정비하고,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이에 근거한 문제점 도출과 대책마련을 한 후, 나머지 하천으로 사업을 넓히는 방안이다. - 1단계 : 4대강중 대표하천 선정(사회적 합의에 근거해) - 2단계 : 모니터링(수질과 수량 등)을 통해 문제점 도출과 대책 마련 - 3단계 : 나머지 4대강으로 사업 확대 이제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일정 부분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안을 적극 검토할 시점에 와있다.

< 재난포커스 - www.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