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신종 인플루엔자A(H1N1) 감염환자가 학교를 중심으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0월21일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가 발표한 이달 셋째 주(10월12~18일) 신종플루 발생현황에 따르면 학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사례는 346건으로 이전 주의 137건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중학교가 이달 둘째 주 34건에서 셋째 주 108건으로, 고등학교가 31건에서 94건으로 각각 3배 이상 늘었다. 초등학교도 53건에서 121건, 유치원 13건에서 15건, 대학·학원·국제학교가 4건에서 6건으로 증가했다. 월간 재난포커스는 지난 9월24일 가을철에 신종 인플루엔자A(H1N1) 감염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서울 내자동 한국BCP협회 강의실에서 ‘신종플루와의 전쟁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수많은 전염병 유형별 대응 매뉴얼 작성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는 어떠한 다양한 종류의 전염병이 발생하더라도 과학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염병 위기관리대응 표준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김찬오 사회안전학회 부회장(서울산업대 교수)의 제안에 공감했다.

글 | 장영광 기자 jang@di-focus.com

	현경병 국회의원

이날 토론회에는 황효수 한국BCP협회장의 인사말과 현경병 국회의원(한나라당 미래위기대응특별위원회 부회장, 서울 노원구갑)의 축사에 이어 정영환 한나라당 미래위기대응특별위원회 사회안전위원(한국BCP협회 부회장)의 사회로 열띤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는 ‘신종플루BCP(업무연속성계획수립)와 향후 추진방향’이라는 안병민 SC제일은행 CRES(Corporate Real Estate Service)부 부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자로 참여한 이덕형 보건복지가족부 질병정책관(신종플루 추진상황), 임채영 행정안전부 재난대책과 국가기반보호팀장(신종플루 추진상황 및 향후계획), 김찬오 사회안전학회 부회장(신종플루 관련 국가재난관리체계의 문제점), 김정일 IBM 상무(글로벌 기업의 신종인플루엔자 대응 매뉴얼), 윤성규 재난포커스 편집장(반복되는 재난위기대응 표준 프로세스) 순으로 각각 입장 설명이 있었다.

본사 권고 있지만 지사 BCP가 우선

	황효수 한국BCP협회 회장

안병민 SC제일은행 CRES부 부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SC제일은행 차원의 전염병 대응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안병민 부장은 “오늘 현재 SC제일은행 임직원이 6500명인데 임직원 중 한명이 감염됐고 임직원 가족 중 6명이 감염됐다”며 “2명은 치료 중에 있고 4명은 상태가 아주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부장은 또 “현재 SC제일은행은 전염병 확산대응과 업무연속성계획(BCP)을 위해 CRES부서와 비상대응팀(TF팀)을 가동 중”이라며 “비상대응팀에서 임직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전염 현황까지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고 본점뿐만 아니라 전국지점, 무인점포까지 위생소독 강화, 개인 보호 장비 구입·배치, 홍보, 전염병 관련 특별휴가제 도입·운영, 전염병 BCP계획 검토, 상담실 운영, 유관 기관 간 협조 등 종합적인 상황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병민 SC제일은행 CRES부 부장

그는 특히 “각 부서(지점)별로 BCP를 계속 업데이트해 갖고 있고 BCP에 따라 중요업무별 담당자, 대체업무 장소 등도 상세하게 계획돼 있다”며 “어느 영업점에서 직원의 30% 이상이 전염병에 감염되면 지점을 폐쇄조치하고 인근 영업점에서 업무를 같이 할 수 있도록 상세한 실행계획까지 만들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안병민 부장은 홍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신종 인플루엔자A(H1N1) 감염에 대한 설명부터 감염확인 자가진단 방법과 개인별 대응방안까지 상세한 설명과 홍보에 특히 주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특별한 업무가 아니면 야근이나 휴일근무도 자제토록하고 개인별 가족별 감염 의심 상황에 대해 실시간 보고할 수 있도록 임직원간 자연스러운 대화도 유도하는 등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C제일은행의 본사는 영국 런던에 있는 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의 지사들에 내리는 지침이나 권고사항 등이 있는가?”라는 김찬오 교수의 질문에 안병민 부장은 “그룹 본사 차원의 권고사항은 있지만 세계 각국에 속해 있는 지사들의 BCP가 우선시 된다”며 “이는 대륙별 지역별로 전염병의 확산 정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안 부장은 또 “이번 전염병에 앞서 사스 때도 BCP에 대한 전후 평가를 했는데 상당부분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밝힌 위험 단계와는 다르게 세계 각 지사의 상황에 맞게 BCP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대응 못하고 있다는 지적 일면 수긍
안병민 부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이덕형 보건복지가족부 질병정책관의 국가 차원의 현재 전염병 확산과 대응 현황에 대한 입장 설명이 있었다. 이덕형 질병정책관은 “WHO의 초기 판단 이후 전염병 확산 양상이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상당히 다른 부분이 있어 WHO 차원의 위험대응 단계 발표도 우리나라 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문화적으로 받아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보건복지가족부가 전염병 확산에 대한 입장이 모호해 국민들의 불안을 야기시켰다는 지적부터 WHO의 적극적인 대응과는 다르게 우리 정부는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덕형 보건복지가족부 질병정책관

이덕형 정책관은 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만 현재 신종 인플루엔자A(H1N1) 확산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적절한 수준에서 잘 대응하고 있다”며 “사스나 조류독감 때도 잘 대응했지만 의심환자를 격리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심한 국민적 반감 때문에 비판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민들의 인식이나 기대수준이 상당히 높은 상태인데 전염병의 특성상 두가지 대응 원칙을 고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나는 대량 환자가 생기면 의료시스템에 부하가 걸릴 것이고 향후에 백신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과 두 번째는 환자, 결근자가 많이 생기면 기업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10~15%의 결근자를 대비, BCP가 준비돼 있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덕형 정책관은 특히 “토론에 앞서 김찬오 교수님과 윤성규 편집장님의 자료를 미리 봤는 데 보건 당국이 미흡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두 분의 지적을 기본적으로 받아들이지만 해명할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이덕형 정책관은 지난 2004년부터 정부 당국의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도 BCP 갖춰야

	현경병 국회의원과 정영환 한나라당 미래위기대응특위 사회안전위원

2004년 당시 50만명 분의 타미플루를 구매했다. 예외적으로 예비비를 썼다. 표현이 경망스럽지만 사기를 친 것이다. 당시의 산자부가 능력이 없어 컨소시엄 형태로 유도했지만 그게 깨지고 녹십자 한 회사만이 2005년부터 예산을 받고 준비해서 9.11테러 이전에 WTC가 1993년에 받았는데 많이 망했다. 세계무역센터건물이 비행기 테러로 무너져 내렸지만 그 건물에 입주해 있던 수많은 기업들이 수일 내로 정상 회복됐다. 대표적인 기업이 당시 모건스탠리라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BCP를 잘 갖추고 있었다. 글로벌 기업인 만큼 본사는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입주해 있었지만 세계 각국에 지사를 두고 있었다. 본사가 무너졌는 데 세계 각국의 지사들은 다음날 정상 출근했고 일주일 만에 기업공개 업무도 정상가동에 들어갔다. BCP의 대상은 많은데 전염병 부분은 BCP를 수립하기가 너무 어려워 세계적으로도 전문가들이 많지 않다.

우리 정부도 어렵긴 마찬가지이다. 예견된 잠복기에 맞춰 의심 환자와 접촉자를 통제하고 관리하기가 너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06년에 질병 관련해 발동을 걸었었다. 경제 5단체장과 기본적인 준비를 했었다. 당시 SC제일은행만 준비 중이었고 2006년 4월 기준 당시 글로벌 500대 기업에 13개 한국 기업이 포함됐다. 그 당시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는 삼성, LG, 포스코만 BCP가 수립돼 있었다. 당시 500대 중 200대 기업이 참가한 행사에서 200대 기업 중 18%만 자체 BCP를 수립하고 있다고 보고했고 84%가 대유행이 오면 유통망의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2006년 이후에 지금까지 BCP 관련해서 일부 진전도 있었지만 관련된 추진 동력은 강하지 못했다.

	임채영 행전안전부 재난대책과 국가기반보호팀장

2009년 이번에 들어와서 앞서 시나리오상 1만명에서 5만명 사망에 대비해서 각 기업이 BCP를 점검하고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협의를 한 바 있다. 하지만 1만~5만명이라는 자료가 나가서 여기저기서 곤혹을 치뤘다. %로 이야기하면 받아들이는데 몇 명 이렇게 나가면 안 받아들이는 그런 것이 있다. BCP를 작성토록 안내매뉴얼을 내보낸 바 있다. 많이 노력했지만 정책위에서 항상 불리하다.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도 잘 못했다. 강점도 충분히 있고 준비도 잘 돼 있는 데 그것을 부각시키는데 미흡했다고 자평한다. 김찬오 교수님이나 윤성규 편집장님이 BCP, 국가 표준 등 범정부적으로 감당할 조직의 필요성을 말씀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고 이 토론회를 통해 나아졌으면 한다.

토론회 좌장을 맡고 있는 정영환 한나라당 미래위기대응특별위원회 사회안전위원은 “조류독감 확산 때도 많은 전문가들이 제기한 것이 최소한도의 예측과 예방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치적 문제든 재정적 문제든 이런 대비책들이 당시에는 정리가 잘 되지 않았던 것 같은 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보수적인 대응 논리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보건복지가족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덕형 보건복지가족부 질병정책관의 입장 표명에 이어 임채영 행정안전부 재난대책과 국가기반보호팀장의 ‘신종인플루엔자 추진상황 및 향후계획’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260개 국가기반시설 대상 BCP 수립·실시 하달

	김찬오 사회안전학회 부회장

임채영 국가기반보호팀장은 “국민들에게 초동대응이 미흡했고 시행착오가 잦은 것으로 비춰졌다면 정부 차원에서 뭔가 잘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민이나 언론은 초동대응이나 시행착오의 잦음을 떠나 이제는 보건복지가족부 자체 대응을 넘어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바라고 있는 것 같아 행안부와 복지부가 많은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이어 “아직까지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고 언제든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면 즉시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이미 행정안전부에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내부적으로 상세한 게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행정안전부는 에너지, 정보통신, 금융, 교통 등 8개 분야 260개 국가기반시설을 대상으로 BCP를 수립해 실시토록 지침을 하달한 바 있다”며 “백신접종을 위한 특별교부세 273억원을 이미 집행했고 지난 8월13일에도 관계부처 전담 조직 및 인력 보강을 위해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에 인플루엔자바이러스과를 신설했고 21명을 증원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일 IBM GTS 상무

실제 행정안전부는 이번 전염병 확산과 관련해 이미 총력 대응체계를 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 중심에서 단체장 중심으로 대책본부를 격상해 운영하고 있다. 또 신종인플루엔자 장기화로 보건요원 피로 누적에 따른 보건소 비상근무 인력 지원에도 나서고 있고 방역물자 확충을 위한 예산 지원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지난 9월8일에는 이번 전염병 확산과 관련해 자치단체 보유 예비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임채영 국가기반보호팀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문제, 국가위기관리지침상 경계경보 발령 단계이지만 이것을 ‘심각’단계로 격상할 것인지의 문제 등에 있어 국민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아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플루가 어느 정도의 ‘재난’인가?
임채영 팀장에 이어 김찬오 사회안전학회 부회장(서울산업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의 ‘신종플루 관련 국가재난관리체계의 문제점’에 대한 입장 표명이 이어졌다. 김찬오 부회장은 “행정안전부가 국가의 재난안전업무를 총괄하고 있는데 앞으로 사회안전학회와 함께할 일이 아주 많을 것 같다”며 “사회안전학회는 재난안전 분야를 모두 포괄 할 수 있도록 7개 분과로 구성됐는데 전염병 확산 부분은 위기관리분과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운을 땠다.

	윤성규 재난포커스 편집장

김 부회장은 이어 “보건복지가족부와 행정안전부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 현재 재난안전관리체계가 구성돼서 신종플루 대응체계가 어느 정도 위치에 와 있는가? 새로운 유형의 전염병이 도래했을 때 충분히 대처할 수 있겠는가?의 차원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전염병의 경우 정의하기도 힘들고 현재의 신종플루가 재난 상황인가?에 대한 판단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정부 들어 행정자치부가 행정안전부로 개편됐고 국정과제 중 하나로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와 관련 법들의 개정도 검토되고 있는데 어디까지가 재난인가?에 대해 법 조항 차원에서 정리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같은 경우에 독감이 확산되면 전염병이고 재난으로 인식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재난이라고 다 똑같지 않은 것처럼 신종플루가 얼마나 파괴력을 갖고 있는 강도의 재난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기자들이 기사를 제대로 써주지 않는 것”이라며 “이번 신종플루의 경우는 치사율이 보통 독감보다 낮고 완치율은 높은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기사를 잘 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찬오 부회장은 국가 차원의 각종 재난대응 매뉴얼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어떤 위기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위기대응 매뉴얼과 재난대응 매뉴얼을 적용토록 국가 안전관리계획에 나와 있는데 너무 계획들이 형식적이고 적용키 어렵게 돼 있고 기존에 발생했던 전염병의 경우는 해당 매뉴얼이 그나마 있을 텐데 이번과 같은 신종플루의 경우는 일반 매뉴얼로 대처 자체가 어렵다”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매뉴얼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상황판단회의 등을 어떻게 해서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절차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만큼 기존의 매뉴얼 정책도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지금까지는 정부가 전염병의 세부 유형 병명별 위기관리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대응해 왔으나 이제는 어떠한 새로운 유형의 전염병이 발생하더라도 관련 기관간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형태의 표준 프로세스 매뉴얼을 만드는 데 주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신종플루 예방대책의 문제점으로 “위험요인에 대한 위험성을 평가해 사고의 발생빈도와 피해정도를 각각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고의 발생빈도를 줄이는 사고방지대책이 재난의 예방 차원에서는 가장 중요하지만 예방대책을 마련하는 경우에는 사고확산에 실패하는 경우를 대비해 피해경감 대책도 필수적으로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신종플루의 확산 초기에 특성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휴교조치와 각종 행사의 금지 등 보건복지가족부와 행정안전부의 대처에 혼란이 심해 언론을 통한 국민의 불안을 초래했다”며 “이후에도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충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국가재난관리체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김찬오 부회장은 개선방안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을 통해 신종 재난과 재난의 정도를 명확히 규정토록 재난에 대한 정의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며 “국가재난관리체계의 중심에 있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의 조정위원회 및 분과위원회 등의 하부기능을 강화해 중앙수습본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 여부를 결정토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찬오 부회장에 이어 김정일 IBM GTS(Global Technology Services) 상무의 ‘글로벌 기업의 신종인플루엔자 대응 매뉴얼’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김정일 IBM GTS 상무는 “지난 6월11일 WHO가 신종인플루엔자의 ‘대유행(전염병 경보의 최고단계인 6단계)’을 공식 선언하면서 신종인플루엔자의 확산이 다시 걱정된다”며 “6단계가 되면 WHO는 제약업체에 계절용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을 중지하고 신종플루 백신 생산을 권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WHO의 이번 선언은 1968년 홍콩 독감이 유행해 100만 명이 사망한 이후 40여 년만이기 때문이다.

김정일 상무는 “WHO의 이번 선언은 이번 신종플루가 치명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산한 데 있다”며 “정부는 국내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험도를 ‘주의’ 수준으로 유지키로했지만 예방 및 치료약 개발이 쉽지 않은 데다 전염력이 강해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만큼 앞으로의 관건은 계절적 요인에 따른 전염병 확산과 학생, 관광객의 대량 이동에 따른 전염을 막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상무는 이어 “WHO의 경보 수위 상향 조정에 맞춰 정부는 기존의 방역체계를 재점검해야 하고 민간 기업은 대량 결근 등 인적요인에 의한 피해를 가정한 업무의 분리운영(split operation), 원격지 간 정보공유시스템 구축 등 BCP 실행을 위한 방안과 모의대응훈련 등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일 상무에 이어 윤성규 재난포커스 편집장의 ‘반복되는 재난위기대응체계 표준 프로세스’에 대한 입장 표명이 이어졌다.

계속된 위기재난대응 실패 때문에 불안
윤성규 재난포커스 편집장은 “국민들이나 취재기자들이 정부의 이번 신종플루 대응체계를 보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이번 신종플루 대응체계만을 갖고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들어 취임 초부터 발생했던 수많은 위기재난대응 실패사례에서 체감된 것”이라며 숭례문 전소사건,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멕시코 한국인 피랍 사건,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가동, 경북 봉화군 특별재난지역 선포, 개성공단 유성진씨 억류 사건, 2차 북한 핵실험 강행, 국내 신종인플루엔자 감염 첫 사망자 발생, 황강댐 방류로 인해 임진강 야영객 6명 사망사건, 국내 신종인플루엔자 감염 11번째 사망자 발생 등을 예로 들었다.

윤성규 편집장은 또 “지난해 7월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전국 대형 폭우가 발생했고 7월25일 0시부터 경상북도 봉화군 일대에 집중폭우가 내려 전쟁터를 방불케 했지만 7월25일 오후 1시15분 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당시 소방방재청 박연수 차장은 ‘전국의 호우 대처 상황을 간단하게 보고하면서 경상북도 봉화군의 사태에 대해 전혀 보고치 못했다”며 “경상북도 봉화군 일대는 지난해 8월1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엄청난 재난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국가위기관리체계는 잘 그려져 있지만 읍·면·동, 시·군·구, 광역시·도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중앙정부에 보고치 않으면 국가차원의 위기재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차도 파악할 수 있는 구조를 지적한 것이다. 윤 편집장은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청과 부·처·청 산하 국가기반시설 관리조직에서 어떤 위기재난상황을 감지할 수 있는 모니터링센터 구축이 필요하다”며 “현재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과 소방방재청의 상황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국무총리실 직속의 위기재난상황 모니터링 센터 필요성”을 제안했다.

총리 직속 위기재난상황 모니터링센터 필요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기반시설 8개 분야 260개를 지정, 관리하고 있고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재난관리책임기관 상황실 248개가 설치돼 있다. 또 이 248개 상황실 중에는 125개 상황실이 24시간 365일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또 “이번 신종플루는 앞서 김찬오 교수님이 말씀하셨지만 재난으로 볼 것인지의 여부도 관련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 없고 이미 경험한 전염병의 경우는 해당 매뉴얼이 있지만 신종 전염병의 경우는 매뉴얼 적용도 힘들기 때문에 관련 법에 명확히 규정해야한다는 지적과 매뉴얼도 전염병별 대응매뉴얼이 아닌 어떤 전염병에도 통합적인 대응 가능한 표준 프로세스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이덕형 질병정책관님이 지적한 전염병의 경우는 BCP를 만들기도 실행, 관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도 확산이 어렵다는 지적에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윤성규 편집장은 특히 “‘ISO/TC223 사회안전’ 기구에서 제정한 위기대응 프로세스 표준 가이드라인인 ISO/TC 22399를 우리나가라 수용해 지난해 12월 KS A ISO/PAS22399 국가표준으로 제정, 공고했다”며 “정부부처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공공성이 강한 기업(전기, 가스, 물, 금융, 철도, 도로 등 재난관리책임기관)들부터 KS A ISO/PAS22399 국가표준을 수용해 표준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열띤 토론에 이어 토론시작부터 끝까지 토론장을 지킨 현경병 국회의원의 마무리 발언이 이어졌다. 현경병 의원은 “김찬오 부회장님이 지적했듯이 이번 신종플루의 경우는 치사율이 보통 독감보다 낮고 완치율은 높은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 차원의 홍보가 미흡했던 것 같다”며 “정부와 한나라당 차원에서도 긴밀한 협조, 공조체계를 갖추고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더 이상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더욱 홍보와 예방에 주력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현경병 의원은 또 “제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갑의 의사 분들을 두루 만나 봤는데 신종플루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라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 차원에서는 전국의 병원 의사들을 대상으로 교육해야 할 것 같고 행정안전부 차원에서는 16개 시도, 230개 시군구, 3600여개의 읍면동 접촉채널을 이용해 신종플루에 감염됐을 때 어떻게 해야되는지 충분하게 설명하고 홍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사회안전학회(회장 안문석 고려대 교수), 한국BCP협회(회장 황효수) 주관, 국가위기관리포럼(대표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 행정안전부(장관 이달곤),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전재희) 후원, MDS테크놀로지(대표 김현철) 협찬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