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화 소방방재청 방재관리국장

재난이 없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러나 재난에 강한 나라는 있습니다.
올 여름철은 유난히 아시아 지역에서 대형 자연재난이 기승을 부린 한해였다.
8월 7~8일에는 제8호 태풍 모라꼿이 대만과 중국을 휩쓸면서 대만은 688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중국은 16명이 사망했다. 또 제16호 태풍 켓사나가 필리핀을 강타하여 도시전체가 물바다가 되고 산사태가 발생되면서 497명이 사망한바 있다.
우리나라도 7월중 장기간(7월3일~7월28일)에 걸쳐서 집중호우가 빈발하였고, 전국 평균 강수량이 490.6㎜로 평년 강수(263.4㎜)를 훨씬 초과(227.2㎜, 186.3%)하는 집중폭우가 내리면서 12명의 인명과 2553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됐다.

특히, 이 기간 중 최고 강수량은 부산 886㎜, 홍천 830㎜, 수원 766㎜, 서울 659㎜가 내렸는데, 부산지역은 1963년 이후 46년 만에 내린 기록이고, 서울은 장마기간 중(6월20일~7월12일) 490㎜가 내려 1946년 이후 63년 만에 최고 강수 기록이다.
 강우강도를 의미하는 최대시우량도 신안 117㎜(7.8), 마산 102㎜(7.6)가 내려 1985년도 관측이래 최고값을 갱신하는 물폭탄과 같은 매우 강한 비에 해당된다.
 이와 같은 악기상 속에서 우리나라의 금년 여름철 동안 인명피해 12명과 재산피해 2553억원은 최근 10년 평균 (인명 75명, 재산 1조5898억원)과 비교해 볼 때 인명과 재산피해 모두 84%가 경감되었다.
또한, 금년과 강우조건이 비슷한 2006년 7월 집중호우와 비교해 보아도 인명피해는 80%(50명↓)까지 줄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와 같은 피해경감 성과는 7월중 시간당 50㎜ 이상의 강한 집중폭우 지역이 서울, 부산, 마산 등 10개 지역이고 기상관측 이래 최고기록을 갱신하는 악기상이였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금년 역점시책으로 추진한 피해예측시스템 개발 활용과 조기경보발령체계(Early Warning System) 구축을 통한 선제적 재난대응, 인명피해 우려지역 지정 관리·취약지구점검 정비 등 철저한 사전대비 업무추진, 지속적인 예방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피해감소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금년은 다행히 태풍 내습이 없었다는 점도 피해경감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올여름 풍수해대비해서 추진한 주요정책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첫째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자연재난이 빈발하고 대형화되는 추세에 따라 과학방재정책 토대를 마련키 위해 전국지형과 방재시설현황 DB를 구축하고, 과거 피해함수를 활용한「피해예측시스템」을 개발하여 실제 내리고 있는 지역별 누적 강우량과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3시간 후 예측 강우량을 입력하면 위험지역이 예측 제시됨으로써 주민 사전대피와 재난 취약시설 예찰, 위험요인 사전 제거 등을 통해서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또한, 기존의 피해 집계 위주의 상황관리시스템을 재난관련 모든 Process에서 활용토록 개선한「시·군·구 재난관리시스템」사용을 정착시켜서 지방자치단체 상황근무자들이 온라인상에서 표준행동절차를 신속히 수행할 수 있도록 재난대응체계를 개선 한 것도 주효했다.

둘째 기상청의 3시간 예측 강우량이 빗나가는 돌발호우에 대비키 위해 금년 특수시책으로 조기경보발령체계(Early Warning System)구축·운영하여  현장중심의 선제적 대응체계를 확립했다.
 금년은 실제적인 민·관 방재협력체계를 가동하는 원년으로 전국 480개 산간마을 이장과 192개 지역자율방재단에 대한 비상연락 DB를 구축했고 전국 읍·면·동 강우정보(1646개소), 산간계곡 자동우량 강우정보(136개), 무인관측시스템인 AWS(560개소)를 실시간 모니터링 한 후 시간당 30~50㎜ 강우가 연속 내릴 경우 이장, 방재단에게 긴급 통화해 주민을 대피시키는 조기경보발령체계(Early Warning System)를 구축해 중앙·시·군·구↔마을이장·지역자율방재단간 양방향 Hot-Line을 통해 상황근무자들이 마을이장 등과 1139회에 걸쳐 긴급통화를 하는 등 신속한 현장 대응관리를 철저히 추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장 방재활동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전문방재교육을 실시한 후 ‘현장 재난관리관’으로 위촉해 자긍심 고취를 통한 적극적인 현장 활동을 유도한 바 있다.
 실제로 금년 7월15일 23시5분 논산시 병암 2리에 시간당 40㎜이상 연속강우가 내리자 중앙상황실과 마을이장간 Hot-Line을 활용해 하천변 저지대 주민 20명을 대피시키는 등 총 1269명을 사전 대피시켜 인명피해 예방에 크게 기여했다.

셋째 재해예방사업의 조기 집행 및 투자확대를 통한 방재시설을 대폭 정비함으로써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로 대형 태풍·집중호우가 빈발하고 있어 재해위험지구, 소하천 등 재해예방사업을 조기 발주해 총 898개소 중 445개소를 우기전에 완공하였는데, 예년 같으면 4월 이후에나 착공하여 해를 넘겨가며 공사를 추진하던 것을 올해는 지난해 12월 설계를 시작하여 공사를 착공함으로서 조기완공 했다.
 예산투자 규모도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과 재난 예방투자의 필요성이 부합돼 획기적인 투자확대(2008년 3982억원→2009년 1만532억원 2.6배 증가)를 통해 재난위험요인을 사전제거 한 것도 피해 최소화에 크게 기여 했다.
 따라서 금년도 추진성과를 토대로 내년(2010년) 사업도 앞당겨 추진해 사업 효과가 배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재해예방사업의 중요성을 서울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1990년 9월 한강 대홍수를 계기로 수해항구대책 3개년계획(1999~1992년 2803억원)을 수립했으나, 사업추진이 부진하자 2002년도에 제2차 ‘수방항구대책 5개년계획(2002~2006년)’을 수립한 후 펌프장 및 하수관거 등 6796억원 예방사업비를 투자했고, 연이어 3차 4개년 계획(2007~2010년)을 수립, 펌프장 확충 및 하수관로 등 예방사업에 8018억원을 투입한 결과 금년 장마가 시작된 6월20일~7월12일까지 동기간 대비 63년 만에 496㎜라는 최고 강수량이 내렸으나 피해가 전무 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사전예방투자의 중요성을 시사해주는 것으로서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 태풍, 집중호우가 빈발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국가방재정책의 기본 틀을 피해발생 후 복구위주에서 사전예방사업 투자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이번 여름철 성과에서 나타난 우수사례는 내년 여름철 방재정책에 반영 더욱 발전 정착시키고, 강우정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산간지역 강우 관측장비 추가설치, 기관 간 재난정보공유 강화 등 미흡한 점은 지속적으로 보완해 재난에 강한 살기좋은 국가건설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끝으로, 국민 여러분도 재난으로부터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생활방재의식을 실천해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고 국가방재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