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조 민주당(비례대표) 의원과 정수성 무소속(경북 경주시) 의원은 지난 10월9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소방방재청 국정감사에서 작년 9월26일 개정된 ‘자연재해대책법 시행령’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자연재해대책법(이하 자대법)에 의거해 운영되는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이하 협의제도)의 협의대상에서 갑자기 ‘하천법 제17조에 따른 하천정비기본계획’과 ‘소하천정비법 제7조에 따른 소하천정비종합계획’이 빠지게 된 것이다. 이 조항이 빠지게 되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사실상 ‘자연재해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행정계획 및 개발사업으로 인한 재해유발요인을 예측·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취지의 협의제도를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이 돼버렸다. 여기서 출발한 의문은 자대법 시행령 개정과정의 행정처리상 문제들과 겹쳐지면서 ‘4대강과 관련된 외압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

2008년 6월12일 소방방재청 방재대책과에서 방재관리국으로 ‘자대법 및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 자료 제출(생산등록번호:방재대책과-207)’이라는 제목의 공문이 올라온다. 그 공문의 내용은 ‘2008년 3월28일 개정공포 되니 자대법의 후속조치(시행령, 시행규칙) 및 그동안 법 운용과정에서 나타난 미흡·보완사항 등을 포함 개정코자하니 붙임서식에 따라 개정조문을 작성, 6월18일까지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로 작년 9월26일로 공포된 자대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키 위한 첫 공문이다.

2008년 7월27일 소방방재청에서 관계부처로 ‘자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의견조회(생산등록번호:방재대책과-327)’라는 제목의 공문이 발송된다. 공문의 내용은 ‘자대법 개정법률이 공포(2008년 3월28일)됨에 따라 동법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한 시행령(안)을 마련해 붙임과 같이 송부하니 귀 부·처(청)의 검토의견을 2008년 8월4일까지 회신해 주시기 바라며, 동기간 내에 회신이 없을 경우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처리할 계획임을 알려드리오니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이다.

하천법 빠진 이유, 1년 넘은 감사원 감사 때문?
2008년 7월30일 소방방재청에서 국가권익위원회로 ‘자연재해대책법 시행령, 시행규칙 부패영향평가의뢰(생산등록번호:방재대책과-338)’라는 제목의 공문이 발송된다. 이 공문의 내용은 ‘부패방지법 제20조의2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의2에 따라 자연재해대책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령(안)에 대한 부패영향평가를 붙임과 같이 의뢰하니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이다. 7월30일까지는 하천법을 삭제하려는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9일 행정안전위원회 소방방재청 국정감사에서 자연재해대책법 시행령 개정에 의혹을 제기한 김충조 민주당(비례대표) 의원(좌)과 정수성 무소속(경북 경주시) 의원(우)

이 공문에 붙임으로 첨부된 자대법 시행령(안) 개정령에 별표1로 첨부된 신·구조문대비표를 보면 현행과 개정(안)에 둘 다 똑같이 (협의대상 - 라. 하천의 이용 및 개발, 대상행정계획 - 하천법 제17조에 따른 하천정비기본계획, 협의시기 - 관계행정기관의 장과 협의시), (협의대상 - 라. 하천의 이용 및 개발, 대상행정계획 - 소하천정비법 제7조에 따른 소하천정비종합계획, 협의시기 - 계획 수립 전)이라고 명시 돼있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청 국감 당시 김충조 위원이 “협의제도 검토대상이던 하천법 제17조에 따른 하천정비기본계획이 작년 9월26일 있었던 자대법 시행령 개정에서 왜 빠지게 된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최성룡 前 청장은 “2007년도 5월10일 감사원감사(업무갈등해소 대책관련)에서 하천정비기본계획을 대상에서 제외토록 결정했다”며 “감사원의 조치지시를 받은 이후 개정을 위해 시·도와 관계부처에 공문을 보내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인천광역시(시장 안상수)와 국토해양부(장관 정종환)에서 하천법을 제외시켜달라고 답이 왔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미 2008년 2월22일(일부개정 제20640호)과 4월3일(일부개정 제20763호) 두차례 시행령 개정이 있었고 앞서 말한7월30까지는 어디에도 하천법과 관련된 부분을 삭제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지난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아 이 두 부분을 뺏다’고 하는 최성룡 前 청장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인천광역시, 두 항목 삭제 건의
2008년 8월1일 소방방재청에서 각 부처로 ‘자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의견조회(생산등록번호:방재대책과-344)’라는 제목의 각 부처에 의견조회를 묻는 공문이 발송된다. 그 공문 내용은 ‘자연재해대책법 개정법률이 공포(2008년 3월28일)됨에 따라 동법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한 시행령(안)을 마련해 붙임과 같이 송부하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2008년 8월11일까지 회신해 주시기 바라며, 동 기간 내에 회신이 없을 경우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처리할 계획임을 알려드리오니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이다.

이 공문에 붙임으로 첨부된 자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보면 ‘개정(제정)이유 - 자연재해대책법이 풍수해저감종합계획 수립 등의 내용이 신설개정(법률 제8999호, 2008년 3월28일 공포·시행)됨에 따라 법률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정하려는 것임’이라며 하천법과 관계된 개정사항이 아닌 풍수해저감종합계획 수립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각 부처는 의견회신을 ‘8월11일까지’ 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08년 8월5일 인천시에서 ‘자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의견제출(접수번호:방재대책과-1946)’이란 제목의 의견조회 회신이 온다. 이 공문을 보면 인천시는 ‘별표1(시행령 제6조 제1항) 1. 행정계획 라. 하천의 이용 및 개발 (2) 하천법 제17조에 따른 하천정비기본계획 → 대상사업제외’, ‘소하천정비법 제7조에 따른 소하천정비종합계획 → 대상사업제외’ 이렇게 두 항목의 삭제를 요구했다.

그 검토의견으로는 ‘지방2급 하천에 대한 하천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할 경우 공무원 및 학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지방하천관리위원회가 하천의 개황, 기본 및 계획홍수량, 홍수위 및 계획하폭 등을 검토하고 하천의 효율적 이용과 체계적인 개수 계획을 심의하고 있는바, 자대법에 의한 사전재해영향성검토협의 업무와 중복·시행된다고 판단됨. 따라서 규제완화 및 업무의 효율성을 감안해 금회 시행령개정(안)에 하천법 제17조에 따른 하천정비기본계획 수립 시 사전재해영향성검토협의 대상사업에서 제외함이 타당하다고 사료됨’이라고 적혀있다.

뒤틀린 행정처리
2008년 8월18일 소방방재청은 행안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에게 ‘자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관보게재 의뢰(생산등록번호:방재대책과-394)’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관보게재 의뢰를 하게된다. 2008년 8월20일 관보게시가 되고 2008년 8월21일 국토부의 의견조회 회신이 들어온다. 이 공문은 비공개 공문이고 인천시와 같은 두 항목을 빼자는 의견과 추가로 몇 개 항목의 삭제요구가 더 들어있다. 8월1일자 소방방재청의 의견조회 공문에 분명히 ‘8월11일까지 회신이 없으면 이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라는 사항이 명기 돼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공문들을 보면 국토부 의견이 반영돼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2008년 9월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당시 원세훈 행안부장관이 결제한 '자대법 시행령 일부개정 계획(안)'

2008년 9월5일 ‘자대법 시행령 일부개정 계획(안)’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당시 원세훈 행안부장관의 결재를 받게 된다. 이 공문의 부처의견 수렴결과 주요내용에는 인천시에서 주장한 내용은 있지만 국토부에서 주장한 하천법관련 두 항목을 빼자는 이야기는 없다. 주요내용은 ‘국토해양부 - 사전재해영향성검토결과통보기간 20일로 단축(미반영)’, ‘국토해양부 - 민간개발사업우수유출저감시설설치 권고 제외(미반영)’, ‘인천광역시 - 하천정비기본계획수립시 사전재해영향성 검토대상 제외(반영)’ 등 이다.

2008년 9월10일 ‘자대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법제처 심사 의뢰접수(생산등록번호:방재대책과-394)’라는 제목의 공문으로 법제처 심사를 의뢰했다. 다음 날인 2008년 9월11일 ‘자대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및 부처의견 수렴결과 보고(방재대책과-482)’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면 의견조회 기간인 8월11일 넘어서 도착한 국토부의 의견회신 내용들이 버젓이 반영 돼있다. 공문에 부처의견수렴일자가 ‘7월27일부터 8월4일로 국토부 등 7개 기관’으로 돼있다.

8월20일 관보게시까지 된 이후 접수된 국토부의 의견이 반영돼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소방방재청 국감에서 정수성 의원은 “담당자에게 확인해본 결과 전화로 먼저 통보 받았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법의 한 부분을 개정하는 중요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전화 한 통화로 처리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 공문에 붙임으로 첨부돼 있는 ‘의견조회검토결과’를 보면 국토부와 인천시의 의견으로‘별표1(시행령 제6조 제1항)에 있는 1. 행정계획 라. 하천의 이용 및 개발 부분에 (1) 댐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른 댐건설기본계획, (2) 하천법 제17조에 따른 하천정비기본계획, (3) 소하천정비법 제7조에 따른 소하천정비종합계획의 3개 사항과 2. 개발사업 마. 하천의 이용 및 개발 부분에 (1) 소하천정비법 제8조에 따른 소하천정비시행계획’ 1개 사항 총 4개 사항에 대해 삭제시켜줄 것을 요구한 것을 볼 수 있다.

국토부는 인천시에서 요구한 하천정비기본계획, 소하천정비종합계획 외에 추가로 댐건설기본계획과, 소하천정비시행계획까지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유는 ‘삭제를 요구하는 계획 및 개발사업은 그 자체가 자연재해의 경감을 위한 계획 및 사업이므로 삭제필요’와 ‘규제완화 및 업무의 효율성을 감안해 금회 시행령개정(안)에 하천법 제25조에 따른 하천정비기본계획 수립시 사전재해영향성검토협의 대상사업에서 제외함이 타당하다고 사료됨’이라고 적혀있다.

소방방재청 검토의견으로는 ‘댐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른 댐건설기본계획에 재해예방 관련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협의대상 제외는 불가함(미반영)’ 또 ‘하천법에 따른 하천정비기본계획 수립시 종합적인 유역배수계획을 하천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립하고 있으므로 협의대상에서 제외(반영)※감사원 감사(업무갈등해소 대책관련)결과요구사항(2007년 6월)’, ‘수하천정비종합계획 및 소하천징비시행계획은 방재청 소관이며, 최근 돌발성 집중호우로 소하천에서 재해발생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협의대상 제외는 불가(미반영)’으로 돼있다.

결국 2008년 9월16일 자대법 시행령 법제처 심사가 완료된 자대법 시행령은 9월18일 차관회의를 통과하고 9월23일 국무회의도 통과해 9월26일부터 공포된 것이다. 김충조 의원과 정수성 의원은 “유독 하천과 관련된 조항 삭제에 열을 올리는 국토부의 움직임과, 자신들의 권한인 재해영향을 검토하는 부분을 너무 쉽게 포기한 소방방재청에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외압에 의해 시행령 개정이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은 것이다.

“자대법 개정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관련 자대법 시행령을 삭제해 4대강 사업에 사전재해영향성검토가 빠지게 만든 것이란 의혹이 든다”는 것이다. 김충조 의원은 “현행 자대법 제5조(사전재해영향성검토협의대상) 1항5호에는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를 실시해야 하는 행정계획·개발사업으로 ‘하천의 이용 및 개발’이 명시돼 있다”며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라도 ‘하천법 제14조에 따른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하천시설 설치 시’에도 협의제도를 적용해 개발사업 단계부터 4대강 사업에 대한 재해영향성을 다시 집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