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이다. 첫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는 소설(小雪)이 지났다. 겨울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눈이다. 벌써 많은 양은 아니지만 서울을 비롯해 곳곳에서 첫 눈이 내렸다. 벌써 큰 눈이 내린 강원도와 제주도 산간지역엔 대설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겨울에 내리는 눈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늘에서 펑펑 눈이 내릴 때와 내린 눈이 쌓인 산과 벌판을 보면 그렇게 낭만적일 수가 없다. 하지만 적은 눈이라도 도로에 쌓이게 되면 극심한 교통체증과 많은 교통사고를 일으킨다.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폭설이라도 내리면 그 피해 정도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게다가 폭설은 교통문제뿐만 아니라 시설피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농촌지역에선 매년 폭설에 따른 시설물 피해로 농민들이 시름을 앓고 있다. 이처럼 눈은 낭만적이면서 심각한 재난을 부르기도 한다. ‘낭만과 ‘재난’이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인 것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달 폭설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중국 사례를 보았다. 11월 9일부터 12일까지 중국 중북부 지역에 쏟아진 폭설은 교통사고와 건물 붕괴를 일으켜 수십명을 숨지게 하고 수백만명을 이재민으로 만들었다.

눈이 그친 뒤에도 재난은 이어져 16일 산시성에선 폭설로 지반이 약해져 일어난 산사태로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눈은 은밀한 재난이라 할 만하다. 호우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지 않고 밀어닥치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한 지역에 내리는 국지적 강설은 최첨단 현대 기상관측 기술로도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고 한다. 폭설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5~10㎝ 미만으로 눈이 내리는 국지적 강설은 어느 지역에 얼마나 올지 미리 알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기상관측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인 셈이다.

눈이 많이 내리건 적게 내리건 어김없이 이번 겨울에도 눈에 의한 피해(설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설해를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느냐가 문제다. 특히 교통 쪽은 아직까지 예방이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시설물 피해는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올 겨울 설해를 줄이려면 얼마나 철저히 대비했고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고 복구할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교통과 시설물 피해를 중심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소방방재청, 한국도로공사, 농촌진흥청 등에서 마련한 겨울철 설해 대책과 유관기관 협력체제 등을 점검해본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