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설해 대비는 이미 끝마친 거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준비한 재난대응체계가 얼마나 원활하게 가동하는 지가 핵심이다.” 이번 겨울 설해 대책에 대해 묻자, 겨울철 자연재난 대책을 맡은 강철 소방방재청(방재대책과) 주무관은 이렇게 대답했다. 설해를 줄이려면 철저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구축된 대응체계 가동 여부가 더욱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올 겨울 설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대비를 했고, 얼마나 신속한 대응체계를 마련했으며, 대응체계 가동 여부는 어떻게 점검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12월1일부터 겨울철 자연재난대책기간에 돌입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미 지난 10월에 겨울철 자연재난대책 추진지침을 발표했다.

10월16일부터 11월30일까지를 사전준비기간으로 정해서 재난취약시설 전국 일제점검, 유관기관과 전국 시·군·구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재난대응 체계 점검 등을 통해 마련한 대책을 확인·평가키도 했다. 겨울철 자연재난대책 추진지침과 강철 주무관의 말을 종합하면, 설해 대책의 핵심은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시설물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 마련이다. 그동안 겪어온 겨울철 재난 유형과 올 11월에 폭설로 인해 최악의 재난을 당했던 중국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심각한 설해는 도로가 마비되고 시설물이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권·고속도로 통제 늘리고 홍보 강화 역점
눈이 내리면 교통체증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다. 적게 내리거나 날씨가 따뜻해 바로 녹아 없어지면 다행이지만, 조금이라도 도로에 쌓이게 되면 심각한 정체와 교통사고를 부른다. 특히 차량 통행량이 많은 출퇴근시간대 수도권 주요 도로와 고속도로는 많은 눈이 아니라 국지적 강설에도 기능이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수도권 교통문제 해결책으로 중대본 쪽은 서울과 서울로 통하는 수도권 주요 간선도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강설량과 교통상황 등을 재빨리 파악한 뒤 경찰청, 서울시, 해당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진입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교통량을 조정함으로서 교통체증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철 주무관은 “폭설이 내렸던 지난 설 연휴 때 도로공사에서 고속도로 부분통제를 통해 차량 진입을 조절한 결과 ‘교통대란’과 같이 심각한 상황을 피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차량 진입 통제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도로공사에서 발표한 올해 설 연휴 특별교통소통대책 시행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설 연휴기간(1월24~27일) 귀성길과 귀경길 고속도로 교통상황에 큰 문제가 없었다. “24일 오전 7시부터 시작된 귀성차량 혼잡이 수도권과 서해안권 폭설과 맞물리며 오후 8시까지 늘어났다가 25일 오후 11시 정상 소통됐다. 26일 오전 10시께부터 성묘차량과 귀경차량이 뒤섞이면서 고속도로 주요 노선에서 교통혼잡이 이어졌지만 오후 10시께 점차 해소되기 시작해 27일 새벽 1시께 원활한 흐름을 보였다.

27일 오후 10시께 시작된 귀경정체는 오후 11시 이후 정상 소통됐다”는 게 보고서 내용이다. 설 연휴 고속도로 소요시간에 대해 보고서는 귀성길은 지난해와 비슷해 서울-부산이 8시간 10분에서 9시간 5분으로 약간 늘어났고, 귀경길도 귀경연휴가 길었던 지난해(4일)보다 조금 늘어 서울-부산이 7시간 15분에서 8시간 50분으로 1시간 35분 더 걸렸다고 설명했다. 폭설이 쏟아졌음을 감안했을 때 1시간 안팎의 차이는 큰 문제가 아니어서 고속도로 상황이 비교적 무난했음을 알 수 있다.

폭설과 설 연휴가 겹쳤음에도 고속도로 교통상황이 나쁘지 않았던 원인으로, 중대본 쪽은 통제를 통해 고속도로 진입교통량을 조절했기 때문이라 파악해 수도권 교통통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를 위해 중대본 쪽은 실제로 교통통제를 담당할 경찰청, 서울시 등 유관기관과 공조체제를 구축했다. 과천·부천·의정부 등 서울에 인접한 11개시에 있는 상습정체 및 결빙 구간 179개소는 특별 관리한다. 또 서울시·경기도와 협력해 경인고속도로, 남태령, 동부간선도로, 성남대로 등 서울로 통하는 주요 간선도로에 제설전진기지를 배치하고 상황에 맞춰 교통을 통제할 예정이다.

또다른 주요 방침은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홍보를 강화한다는 것. 눈이 내리면 길이 막히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제설작업에 지장을 주는 간선도로변 주차를 피해달라며 시민의식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운전자 행동요령 등도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할 방침을 세웠다. 교통통제구간과 우회도로 등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데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눈이 내리면 다른 방송보다 먼저 교통방송을 통해 집중적으로 방송하고 네비게이션과 영상통화 휴대전화, 재난문자전송서비스(CBS), 재난경보방송(DMB) 등 여러 가지 수단을 활용해 정보를 전하겠다는 게 중대본 방침이다.

철저한 대응체계 점검으로 시설피해 최소화
폭설에 따른 시설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의 핵심은 신속한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일이다. 하지만 재난관리 전문가들은 대응체계 마련은 기본이며 대응체계가 생각했던 것처럼 빠르게 가동되는지 여부가 더욱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모의시험이나 훈련을 통해 대응체계를 꾸준히 점검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재빨리 고쳐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빈틈없는 대응체계라도 훈련이 부족하면, 불시에 재난을 맞았을 때 제대로 가동되지 못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중대본 쪽도 대응체계 가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하면서 일부는 이미 수립된 계획에 맞춰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난관리는 예방→대비→대응→복구 단계에 따라 진행된다. 설해를 관리할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설해를 줄이는 데는 재빠른 대응과 대응체계 가동 여부가 중요하다. 얼마나 빨리 강설 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지와 구축된 대응체계가 계획처럼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핵심이란 뜻이다. 중대본은 특히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는 광역시·도에 앞서 전국 230개 시·군·구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대응체계를 점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들 기초지자체는 광역지자체와 비교해 재난관리를 전담하는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 야간에는 당직자가 재난관리 업무를 맡는 형편이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 눈은 주로 밤에 내리는 경우가 많아 설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때문에 중대본 쪽은 전국 시·군·구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11월16일부터 20일까지 ‘겨울철 자연재난대책 중앙합동점검’을 실시하고, 11월30일까지 점검 결과 통보와 후속조치를 했다.

또 11월30일까지 전국 시·군·구 기초지자체에 자체 훈련을 하도록 지침을 내렸는데, 훈련 실적을 점검한 뒤 문제점을 찾아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지자체 사이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유관기관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기도 하다. 비닐하우스, 축사 등 폭설에 취약한 농촌 시설물 2859개소에 대해선 특별 관리한다는 방침에 따라 시설물 하나하나마다 담당공무원을 지정했다. 이들을 통해 2859개 시설물 소유자 모두의 휴대전화 번호를 이미 확보했다.

폭설 같은 강설정보를 재빨리 문자메시지(SMS)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신속한 상황전파 체계를 마련한 셈이다. 2004년 12월 처음 시작된 것으로, 정확한 수치가 확인되진 않았지만 지난 겨울철 강설·도로결빙 때 사고 경감효과를 본 재난문자전송서비스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 서비스는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가 없어도 읍·면·동 단위 지역 안에 있는 휴대전화 소지자들에게 재난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