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는 이름 그대로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를 위해 만든 길이다. 자동차 전용도로여서 신호등도 없기 때문에 막히지만 않으면 빠른 시간에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명절, 주말 등 차량이 집중되는 때만 아니라면 차를 몰고 ‘신나게’ 달릴 수 있는 게 고속도로다. 하지만 겨울철엔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폭설이 내리면 고속도로는 주차장으로 바뀐다.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보면 폭설은 가장 큰 재난인 셈이다.

특히 차량이 몰리는 설 명절이나 주말에 많은 눈이 내리면 그야말로 ‘비상’일 수밖에 없다. 수많은 차량이 길 위에서 꼼짝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2004년 3월4~5일 충청지역에 큰 눈이 쏟아졌다. 대전에선 하루 49㎝를 기록할 정도였다. 이 눈으로 경부고속도로 위에 있던 차량 1만200여대와 도로이용자들이 거의 이틀에 달하는 37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또 이듬해 12월21~25일 호남권 대설 때도 차량 900여대가 호남고속도로 위에서 20시간 동안 고립됐었다.

두 경우 모두 차량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었지 차량들이 몰렸거나 차량에 노약자들이 여럿 탔었다면, 오랜 시간 고립으로 인해 자칫 인명피해와 같은 큰 재난으로 이어질 뻔했던 사건들이다. 그러면 이런 사건을 피하기 위해선 어떤 대비가 필요할까. 고속도로에서 가장 중요한 설해대책은 곧 ‘제설대책’이다. 어차피 눈은 내린 상황이기에 재빨리 눈을 치워서 고속도로 기능을 회복하는 게 핵심이다. 이어서 고립된 차량을 국도 등 다른 길로 돌리거나 구호품을 전하는 일이 필요하다.

폭설대비 모의훈련 실시
올 겨울 기상전망을 보면 기온은 평년의 -6~8℃보다 높겠으나 일시적으로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변동폭이 클 것이라 한다. 강수량도 평년55~214㎜과 비슷하거나 다소 많겠으며, 지역적인 영향으로 많은 눈이 내리는 곳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산간지역에 대설이나 폭설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경부고속국도를 비롯해 주요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는 이미 지난 11월15일부터 제설대책기간에 접어들었다.

도로공사는 이날부터 내년 3월15일까지 넉 달간 재난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이번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제설작업 사전준비와 실제 상황에 대비한 폭설대비 모의훈련도 끝마쳤다. 특히 11월12일 실시한 폭설대비 모의훈련은 교통량이 많은 수도권 고속도로 폭설에 대비한 것으로, 수도권 다차로 구간 전차로 동시제설 훈련으로 진행됐다.

설에 폭설이 내리면 통제되는 구간인 경부고속국도 안성분기점에서 안성휴게소까지 구간에서 실시된 훈련은 경찰청과, 119구조대, 군부대 등 유관기관이 함께 참여했고 도로공사 지역본부 다른 지사 담당자가 참관했다. 도로공사는 특히 빠르고 효과적인 제설작업을 위해 올 7월 국방부와 ‘업무 상호지원 협약’을 맺었다. 이로써 폭설이 내렸을 때 가까운 군부대로부터 제설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5월에는 대한적십자사와 ‘긴급구호활동에 관한 사회공헌협약’을 맺고, 적십자사로부터 구호물자를 지원받기로 했다.

인력·장비 늘리고 통제 강화
설해를 줄이기 위한 교육에도 힘을 쏟는다. 12월 중에 각 지역본부와 지사를 돌면서, 제설담당자를 대상으로 개인별 임무 및 강설시 대응방안 등 효율적 제설방법 및 올해 주요 추진사항에 대해 교육할 계획이다. 제설인력과 제설장비도 늘렸다. 월동기간 전 연속강설에 대비한 교대 인원 확보를 위해 제설장비 운전인력과 작업인력을 늘리고 제설장비 정비원은 사전 정비·점검을 위해 제설대책기간이 시작된 11월15일 전에 채용했다. 제설장비는 살포기를 391대에서 446대로, 제설기는 442대에서 576대로 확충했다.

특히 일반 제설기(2.9m)보다 작업 폭이 넓어(4.1m) 작업효율이 1.4배 높은 광폭제설기를 15대에서 25대로 크게 늘렸다. 광폭제설기는 경기지역 6대, 강원지역 5대, 충청지역 5대, 호남지역 6대, 경북지역 3대 등 강설량을 고려해 배치됐다. 폭설로 고속도로 이용차량 고립이나 정체가 예상될 때 신속한 본선 통행제한을 위해 본사와 지역본부, 지사에 ‘교통차단팀’을 운영하고 소통상황에 따른 교통관리를 위해 교통제한 사전예고제를 적극 시행하기로 했다.

고속도로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미리 막아서 피해를 줄이려는 계산이다. 교통제한은 적설량 등 기상, 교통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시행되는데, 폭설 때 체인 미장착 차량 통제와 통제에 따르지 않는 차량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도로공사가 자체 개발해 운영중인 차세대 고속도로 관리 정보체계 ‘하이맨(Hi-MAN)’의 재난관리시스템도 고속도로 설해를 줄이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맨을 통해 고속도로 전 구간의 강설상황과 제설작업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맨 재난관리시스템’을 활용한 실시간 상황 관리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