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68억원.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비닐하우스 시설 피해 금액이다. 인삼재배 시설 피해액도 5년간 1459억원에 달한다. 모두 폭설로 인한 피해로 볼 순 없지만, 농어촌 시설물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겨울철 폭설이다. 2006년의 비닐하우스 시설 피해액 1879억원 가운데 12~3월 피해액이 전체의 88%인 1654억원이란 점이 이를 방증한다. 폭설로 인한 비닐하우스 시설 피해를 줄이려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대비가 부족하면 그만큼 큰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2005년 12월 남부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는데, 사전대비가 미흡해 피해가 가중됐던 게 좋은 사례다. 눈 구경하기가 힘든 남부지역은 설해에 대처해본 경험이 없는 탓에, 눈이 올 땐 비닐하우스에 난방을 해 온도를 높여주거나 눈이 많이 쌓이기 전에 쓸어내려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또다른 피해 발생 원인으로 소방방재청은 “농민에게 영농기술 보급 및 시설 설치 편의 제공, 재해복구 지원 등을 목적으로 표준규격 18종을 보급했으나, 시설비 과다 소요, 시설복구비 지원 부족 등으로 표준규격과 다른 시설을 설치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었다. 표준규격에 맞지 않는 시설을 설치해 재해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규격 다양화에 치중해 내재해성 시설 위주 규격정비가 모자랐다는 것과 농민의 재해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 부족, 노후시설에 대한 개보수 미실시 등도 재해에 취약한 원인으로 꼽혔다.
기상특보 전파체계 구축 필요
소방방재청은 비닐하우스 시설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농림수산식품부 및 지방자치단체 조치사항을 단기대책과 중장기대책으로 나누어 제시했다. 단기대책은 비닐하우스 시설 기준을 개선하고 행정지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세부 대책으론 ▲새로 설치하는 비닐하우스는 내재해형 표준규격 또는 그 이상의 설계 강도가 인정되는 시설로 설치하도록 지도 ▲비닐하우스 설치요령이나 KS구조용강관 사용 지도 등의 지도·홍보 실시 ▲보조지지대를 활용한 대설 피해 대비 등을 내놓았다.
중장기대책은 설해예방종합대책 차원에서 지난해 9월 농식품부에서 지정고시한 지역별 내재해 설계강도기준 및 내재해형 규격시설체제로 전환을 포함해 세 가지를 제시했다. 나머지 두 개는 시설강도 및 품질개선을 위해 KS구조용 강관사용 및 접속자재(조리개) 사용 강화와 농가의 재해 대응력 제고다. 특히 농가의 재해 대응력을 높이려면 주요 재해별 대응요령과 풍수해 보험 가입에 대한 지도·홍보가 필요하고 지역별 기상특보에 대한 농가단위 전파체계 구축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설해 등으로 인해 12~3월에 피해가 집중되는(2006년 91%) 인삼재배시설 피해 원인으로도 비닐하우스와 같이 표준모델기준에 규격이 못 미치는 시설을 설치하고 많은 눈이 내렸을 때 눈을 쓸어내리지 않거나 차광막을 제거하지 않는 등 사전대비가 소홀한 점이 꼽혔다. 농식품부 및 자치단체 조치사항도 내재해기준 시설설치 지도 강화와 재난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지도·계몽 및 홍보 강화 등 비닐하우스 경우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반드시 내재해 규격시설 설치해야
농촌진흥청도 대설에 의한 농업시설 피해 예방 요령과 대설 이후 농업시설 조치 요령 등을 최근 발표했다. 농진청의 농업시설 설해 예방 요령 가운데 핵심 내용은 2007년부터 고시하고 있는 지역별 내재해 설계기준에 맞춘 규격시설로 인정받는 비닐하우스와 인삼해가림시설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는 내재해 규격시설이 아닌 비닐하우스와 인삼해가림시설을 한 농가는 대설이나 강풍 피해를 당해도 전혀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최근 시행되고 있는 농업시설 재해보험도 내재해 규격이 아닌 시설을 설치할 경우 보험료가 오르거나 보험 가입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농진청은 경고했다. 따라서 새로 비닐하우스 등을 설치하려면 내재해형 기준에 맞춰 설치해야 하는데, 특히 내재해형 비닐하우스 규격시설로 인정받기 위해선 반드시 SPVHS(비닐하우스 내재해 구조용 파이프) 마크가 있는 파이프를 사용해야 한다.
대설에 의한 구조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붕괴가 우려되는 비닐하우스는, 중간에 구조물을 지지할 수 있도록 적당한 간격으로 보조기둥을 설치하거나, 비닐 찢기를 하되 안전사고에 주의해야 한다는 게 농진청의 설명이다. 또 농진청은 대설이 내릴 경우 비닐하우스 위에 눈이 쌓이지 않도록 수시로 쓸어내리면서 지붕위 눈을 녹이기 위해 온풍난방기 등을 가동하고, 빈 비닐하우스나 인삼해가림시설은 피복재를 걷어야 폭설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대설 이후 농업시설 조치 요령으론 동해 및 저온피해 예방, 병충해 막기, 피해복구 지원 등을 제시했다. 특히 대설로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원형대로 복구가 불가능한 지역에서 가장 당하기 쉬운 동해 및 저온피해를 막으려면 하우스 안에 작은 터널을 설치하고 보온덮개 등으로 2~3중 보온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하우스 위에 쌓인 눈을 녹여서 햇빛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온풍난방기 등 난방장치를 가동할 것도 권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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