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수 사회안전학회 사무국장

사회안전(ISO/TC223 Societal security)총회가 11월16~20일 닷새 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렸다. 남아공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 인근에 자리한 복스버그에서 개최된 이번 총회는 8회째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표준관련 정부기관, 재난 및 안전을 총괄하는 부서(한국은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 국제비정부기구(NGO), 학계,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사회안전총회는 자연적·인적 재난시 정부 및 민간기업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사회안전의 국제표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때로는 각국의 능력에 따라 재난을 극복하기도 하지만 한 국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인 경우에는 국제 협력체제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동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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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서 첫 개최, 참여국·민간전문가 증가
특히 이번 제8차 총회는 아프리카대륙에서 처음 열려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많은 참여가 있었다. 아프리카 국가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에 속하기 때문에 이번 행사 주빈국인 남아공이 그동안 개도국 의장(컨비너)을 맡아온 것도 총회 개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대륙은 아직도 많은 국가가 내전, 종교 분쟁, 전쟁, 기근, 물 부족, 자연재해 등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회문제를 안고 있는 탓에 남아프리카에서 열린 이번 총회는 국제표준화기구 입장에서도 사회안전에 대한 국제적 노력의 일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 제8차 총회에 우리나라는 한국간사기관인 한국비시피협회 정영환 부회장을 비롯해 기술표준원 조영돈 연구관, 소방방재청 박종윤 과장, 목원대 김윤호·강희조 교수, 목원대 김천규 과장, 동국대 정덕훈·이영재 교수, 금오공대 장기태 교수, 금오공대 기술연구소 강휘진 부장 이렇게 10명이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또한 이번 총회는 현재 개발 중인 표준이 어느 정도 성숙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각국의 관심이 더욱 고조된 대회라 할 수 있다.

신종플루가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에도 44개 회원국에서 130여명이 참석해 표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대변했다. 아프리카에서 열린 만큼 많은 아프리카 국가(콩고, 기니, 라이베리아, 모잠비크, 나미비아, 나이지리아, 말라위, 세네갈, 스와질란드, 토고, 잠비아, 짐바브웨)가 게스트로 참석했다. 중국과 영국은 작업초안 제안을 위해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특히 사회안전 국제표준의 운영을 위한 요구사항들이 표준으로 구체화됨에 따라 참여국가의 증가와 함께 인증, 컨설팅 등에 관심이 있는 민간전문가들의 참여가 늘었다는 게 달라진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사회안전 국제표준 개발 가속도
현재 사회안전 국제표준 기술은 8개 분야로 ISO9000시리즈처럼 성문기술표준으로 다음 표와 같이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사회안전 국제표준은 출발부터 긴급을 요하는 것으로, 다른 국제표준 개발과는 달리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미 2007년 ISO/PAS22399 Societal security-Guidelines for incident preparedness and operational continuity management(사회안전-사고대비 운영연속성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2008년 12월 국가표준으로 제정했다.

일반적으로 ISO에서 PAS(Publicly Available Specification)는 국제표준 규격이 없어서 긴급을 요할 때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PAS가 붙은 규격은 3년간 시행을 하고 1회에 한하여 3년을 연장하거나 폐기 또는 유지하는 방법으로 재논의를 거쳐 표준으로 제정된다. 따라서 이미 개발된 ISO/PAS22399(사고대비 운영연속성 가이드라인) 경우가 ISO개발 규정에 의해 WG(Working Group) 4에서 다시 수정해 시작하는 작업초안단계(ISO/WD22399)인 2번째 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다.

WG 1, 사회안전 표준체제
각 워킹그룹별로 살펴보면 우선 WG 1-Framework는 주로 ‘사회안전 관리 표준체제’를 개발하는 곳으로 이미 개발한 ISO/PAS22399를 진행했다. 제8차 총회에서 논의된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WG 1에서는 첫 번째 ISO/PWI 22397(Public and Private Partnership)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는 국가가 없어 작업초안(PWI, Proposal Work Item) 삭제를 미국에서 제안했고, 새로운 안을 마련해 내년 4월까지 각국에 회람하는 것으로 정하였으나 이탈리아 대표에 의해 수정 초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두 번째 ISO/PWI 22398(Exercise and Testing)은 NWIP(New Work Item Proposal) 신규안에 대하여 각국의 투표(2010년 1월)를 거쳐 다음 총회에는 CD안 상정을 추진키로 했다.

세 번째는 ‘Societal Security'의 명칭과 표준의 내용이 서로 달라 부적절하다는 각국의 의견에 대해 TC 간사에게 추가 검토 요청을 했다. 즉 한국, 일본, 중국 대표단의 논의 결과 ‘Societal Security' 명칭 변경 필요성을 WG 1에 전달했다. 비영어권인 한국, 일본, 중국에서 각자의 모국어로 번역할 때 영어권과 동일한 뜻을 전하기 힘들다는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대표단 정덕훈 교수, 박종윤 소방방재청 과장은 ‘Resilence’나 ‘Sustainability’ 같은 개념 용어는 시스템 구축을 위한 대규모 예산 필요 등으로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영어권인 미국과 영국에 동남아권의 의사로 표명했다.

WG 2, 용어
두 번째 WG 2에서는 ‘Societal Security' 용어 정의를 하거나 관련 용어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도 매번 하는 것처럼 이미 CD 투표가 진행돼 각국의 ISO/CD 22300(Fundamentals and vocabulary) 코멘트 사항에 대한 의견 반영과 국제표준 개발과정 4번째 단계인 국제표준안단계(DIS,Draft International Standard)안으로 추진하는 작업을 했다. 또한 지난번 제7차 파리총회에서부터 개도국에서 회의를 하기로 했던 것을 DEVCO(개도국위원회)와 연계하여 콜롬비아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모든 워킹그룹의 개발 과정이 그러하지만 대부분 총회가 끝나고 나면 각 워킹그룹별로 의장 등이 다음 총회를 위해 한두 번 회합을 갖는다.

WG 3,명령, 조정, 공조 및 협력
세 번째는 WG 3으로 만약 인증을 하게 된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ISO/CD 22320(Principles for command and control, coordination and cooperation)은 가이드라인으로 추진하자는 일본 제안에 대해 참가국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최소한의 요구사항을 포함하는 표준으로 추진키로 결정했다. 또한 각국이 제안한 코멘트에 대하여 다른 워킹 그룹과 마찬가지로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했으며, 특히 그동안 사용해온 표준명칭을 변경 전(Societal security - Command and control, information, coordination and cooperation for emergency management Requirements)에서 변경 후(Societal security- Emergency management -Requirements for command and control) 명칭으로 수정했다.

이 안은 CD수정안 회람(2009년 12월) 후 DIS안(2010년 3월)으로 추진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 ISO/PWI 22322(Inter/intra organizational warning procedures)는 일본에서 그동안 국제표준으로 추진하다 중단한 Public Warning System을 보완해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번 일본 워크숍에서 정덕훈 동국대 교수가 국내 민방위시스템을 소개키도 했다. 그동안 중국은 많은 인원이 참석치 않았으나, 제6차 발리총회부터 약간씩 참석자가 늘었다. 이번 총회에는 10여명이 대거 참석했으며, 처음으로 중국에서 제안한 ‘Guideline of Emergency Response Capability Assessment’에 대해 2010년 상반기 중국에서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마도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많이 발휘하고 있으며,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는 미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투자를 하는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른 워킹그룹과 마찬가지로 ISO/CD 22320, ISO/PWI 22322 검토를 위한 WG 3 회의를 다음 총회 전 스웨덴(스톡홀름)에서 2010년 3월15~16일 동안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워킹그룹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의견을 제시하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관련 분야 전문가를 선정하여 참가하는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WG 4, 대비 및 연속성
WG 4에서는 이미 DIS단계인 ISO/CD 22301 요구사항(Preparedness and continuity management systems - Requirements)에 대한 각국의 코멘트 논의와 함께 표준명칭 변경이 있었다. 표준명칭은 ‘continuity management systems - Requirements’로 수정되었다. 특히 모든 TC가 개발하는 다른 표준과 중복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관리인 ISO FDIS 31000(Risk Management)과 중복되는 사항을 검토하기 위해 PT(Project Team)1을 구성하고 2010년 1월까지 수정(안)을 마련해 2010년 2월 각국에 회람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던 ISO/WD 22399에 대한 각국의 코멘트 논의를 거쳐 ISO/PAS 22399의 유효기간(2010년 10월) 안에 국제표준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다른 워킹그룹과 마찬가지로 담당하고 있는 ISO/CD 22301, ISO/WD22399의 보완내용 검토 등을 위해 WG4 회의를 2010년 3월 네덜란드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6차 발리총회에서부터 거론되었던 ISO/WD22311(비디오 감시) 국제표준 제정 추진을 위해 WG5를 신설하고, 국제 간사로 프랑스 프랑스표준화협회(AFNOR)의 장 프랑소와 술처(Jean-Franccois Sulzer)를 선임했다.

각국의 표준 적용 동향
미국은 9.11테러 이후 국토안보국(DHS: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에서 2008년부터 기업이 자율적으로 인증을 추진할 수 있도록 ‘emergency preparedness certification’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로 Evacuation, Communication, Business continuity 중심으로 구성되어 실행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이미 국제표준의 검토방향에 맞추어 국내 운영요령, 기술기준 등 세부 운영기준을 개정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BSI에서 추진하는 인증은 기업 등에서 개별적으로 자율 추진 중인데, 영국은 이미 자국의 표준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수출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일본은 민간, 공공분야 사회안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운영 중이나 지금까지 점검, 감독 등 강제사항으로 추진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고 있지 않지만 사회안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기업에 적용하고 있으며, 대기업의 35%가 가이드라인을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SO 표준이 제정되면 현재 수행중인 가이드라인을 국제표준에 따라 수정할 계획임을 언급했다. 아마도 이는 WTO/TBT(무역기술장벽)에 따라 모든 국가가 국제표준을 따라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회안전 국제표준에 대한 우리의 대안
모든 선진국이 국제표준 특허를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지하자원이 없는 국가는 이러한 국제표준 특허를 지식정보화 사업에 활용해 새로운 산업을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IMF 때 수많은 기업들이 외국의 컨설팅과 인증 등을 통해 국부가 유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따라서 사회안전 분야에서는 국제표준의 지속적인 검토와 확대 및 국내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전문위원회의 활성화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정부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은 물론 관련 기업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국제표준에 따른 운영요령과 기술기준 검토·정비 등 신속한 국제적 대응체제를 구축하고 있음을 고려해 국제표준의 국내 도입이 원활하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간사기관을 통한 국제표준 추진과 정보 보급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ISO TC223에서 검토 중인 국제표준은 2010년 하반기부터 제정이 예상되기 때문에 미리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표준화 회의에서 국제표준 제정 현황, 각국의 대응 방안 파악, 국내 세부 운영계획 수립·추진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련 부처와 국내 전문가를 포함한 대표단 구성 및 참여가 필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