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도 세계 각지에서 여러 가지 자연재해가 끊이질 않았다. 태풍 ‘미리내’에 강타당한 베트남은 13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중국 중북부 지역은 기록적인 폭설과 이에 따른 산사태로, 60여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플루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재난이 잦아지면서 사업연속성계획(BCP)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일찍 BCP가 정착된 일본을 중심으로 BCP 동향을 알아본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일상공회, 중소기업용 BCP 동영상 제작
BCP 알기 쉽게 설명…홈페이지서 서비스
일본상공회의소는 중소기업을 위해 사업연속성계획(BCP)의 필요성과 책정 방법 등을 설명한 동영상을 만들었다. 일본 기업수의 99% 이상을 차지해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재난을 당했을 때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특히 재해를 당한 중소기업이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면 폐업이나 도산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상공회의소는 중소기업 BCP 책정을 돕기 위해 ‘중소기업을 위한 BCP’ 동영상을 제작했다.

재해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문을 닫으면 그 기업이 자리한 지역의 경제는 물론 일본경제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 등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BCP 도입을 적극 권장하면서 지원하고 있다. 10월15일부터 일본상공회 홈페이지(www.jcci.or.jp/bcp/ chusho-bcp/)에 올려진 ‘중소기업을 위한 BCP’도 이러한 움직임 가운데 하나로 이해된다.

이 동영상에 대해 일본상공회는 “중소기업을 위한 BCP란 중소기업이 재난에 부닥쳤을 때 핵심이 되는 사업을 조기에 복구해 계속하는 것으로,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유지하고, 고객이나 거래처로부터 신용을 향상시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또 일본상공회 쪽은 “중소기업 입장에선 BCP를 책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쉽지만, 오히려 중소기업이어서 긴급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상공회 중소기업을 위한 BCP 페이지를 찾으면,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BCP 책정 운용 지침’과 신종플루나 지진 등 자연재해 대책·BCP, 공제제도 등 중소기업 경영 안정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청의 경영 서포트인 ‘경영 안정 지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밖에 후생노동성의 ‘신형 인플루엔자 대책 관련 정보’, 내각부의 ‘기업방재 페이지’, 기상청의 ‘방재기상정보’, 소방청의 ‘방재매뉴얼’ 등과도 연결시켜 놓았다. 한편 일본 중소기업청도 올 5월부터 일본에서 유행중인 신종 인플루엔자A(H1N1)에 대한 기본 지식과 사업자가 알아야 할 대책을 정리한 팸플릿 ‘신종 플루 대책을 위한 BCP’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마루베니가 데스크톱 가상화 기술을 활용해 선보인 ‘판데믹크 패키지’ 개요.

마루베니, BCP 대책 패키지 상품화
데스크톱 가상화 서비스 활용…신종플루 대응 BCP 제공
종합상사 마루베니는 데스크톱 가상화 서비스 ‘버추어톱(VirtuaTop)’을 활용한 기업의 BCP 대책용 서비스를 선보였다. ‘판데믹크 패키지’로 이름 지어진 이 서비스는 최근의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과 같은 상황을 맞은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판데믹크’는 대유행이란 뜻이다. 10월20일 발표된 이 상품은 데이터센터에서 구축·운용하는 데스크톱 가상화 환경을 네트워크화해 제공하는 패키지 서비스다.

마루베니 쪽은 이 패키지를 활용하면, 가상 데스크톱 생성 영역을 확보하고 사전에 도입 기업과 마루베니 그룹이 보유한 데이터 센터를 묶는 네트워크를 가설하는 것으로, 대유행이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서비스를 제공받는 기업 입장은 대유행이 발생할 때까지 사용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신종플루 대유행과 함께 BCP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처럼, BCP는 이산화탄소 삭감 대책과 같은 환경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최저 계약기간은 1년이고 서비스 요금은 세금을 뺀 초기 비용 20만엔(약 260만원)에 매월 20만엔(데이터센터 쪽 회선료 포함)을 내야 한다. 버추어톱 스탠더드로 환산하면, 50대 분의 데스크톱 가상화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대유행이 발생했을 때 고객인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받기 시작한지 채 한 달이 안 됐다면 이 패키지 요금으로 이용이 가능하고 그 후로도 계속 이용하거나 1년 2회 이상 이용하는 경우는 통상 요금으로 바뀌게 된다.

BCP에서는 대유행 발생 초기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 하지만 마루베니는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가장 빠른 시간에 다음 영업일부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긴급한 상황을 맞았을 때에도 기업 활동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고 자랑한다. 서비스를 제공받는 기업 입장에선 사업 기회 손실과 업무 효율 저하를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꿩 먹고 알도 먹는 BCP를 위해
“IT기술 활용해 환경분야 접목 가능하다” 
정보통신 전문 싱크탱크인 (주)정보통신종합연구소 마케팅·솔루션 연구그룹 연구원으로 각종 통신기술에 대한 동향 조사를 하고 있는 신카와 아츠시는 이 연구소 뉴스레터에 BCP 책정에서 지진 재해와 신종 인플루엔자를 비교하는 글을 게재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정책과 기업의 BCP’ 시리즈의 하나로 판데믹크 대책과 각종 정부 시책을 다룬 이 글은 지진과 신종플루의 차이를 정리하면서 신종플루 감염 방지책(예)까지 소개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감염자가 늘어나는 신종플루가 올 봄 간사이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됐을 때에도 간사이 출장을 삼가는 등 감염을 걱정하는 경향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11월4일을 기점으로 신종플루가 대유행하는 국면을 띠는 상황이다. 이에 일본 정부가 올 2월17일 발표한 ‘신종 인플루엔자 대책 가이드라인’과 BCP를 통해 지진 재해와 신종플루의 차이를 비교해보기로 한다.

이와 같이 지진과 신종플루는 여러 가지 차이점을 보이지만, 특히 신종플루는 피해 기간이 불확실하고 지리적 영향 없이 대체 시설 등으로 보완하는 게 곤란한 점을 감안했을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BCP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 대책 가이드라인’에서는 ‘사업을 계속할 경우 감염 방지책의 예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신종플루 감염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으로서 재택근무나 전화 회의, 비디오 회의를 들 수 있는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대책도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해서 감염 위험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이러한 생각은 이산화탄소 삭감 대책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른바 IT를 활용한 다른 산업의 그린화(Green by IT)라 불리는 분야가 신종플루 대책이 활용될 수 있는 경우일 것이다.

그 중에서 특히 ‘사람의 이동’이 전술의 대책에 해당하지만, 그 밖에도 ‘물질의 전자 정보화’는 매장에 나가는 불편을 줄이고, ‘전자 정부·전자 자치체’는 관공서 방문을 줄일 수 있다. 이와 같이 신종플루 대책은 정부 등의 시책과 연관성을 가진다. 예를 들면, ‘i-재팬 전략 2015’에서는 육아·개호(간병 또는 수발) 등과 일을 함께 하거나 장애자 등의 취업 촉진, 개인의 창조력 발휘, 위기 때 사업 계속 등의 대책을 위해 2015년까지 재택형 텔레워커(컴퓨터를 이용해 집에서 일하는 직원)를 700만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게다가 총무성에서는 업무 효율화·생산성 향상에 의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텔레워크 환경정비 세제’도 창설하고 있다. 대유행 대책이라 말하면 위기 대책의 색깔이 강하지만 정부 등의 여러 시책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여러 가지 지원 등도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투자라면 위기 대책＋환경 대책＋경쟁력 강화와 아울러 실시하고 이바지하는 일을 계획해 한 알을 먹어도 두 번이나 맛을 느낄 수 있는 방식을 택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리스크관리’ 유망산업 떠올라
BCP컨설팅 BC설비솔루션 큰 성장 전망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든 신종 인플루엔자를 비롯해 올 9월말 발생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남태평양 쓰나미와 인도네시아 지진 등 예기치 못했던 재난이 잇따르면서 BCP(사업연속성계획)로 대표되는 리스크 관리가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잦은 일본은 신종플루 대유행과 함께 BCP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게다가 금융상품 거래에 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일본판 사베인옥슬리법(J-SOX법)이나 2010년 국제표준화기구(ISO)의 BCP 규격 인증 움직임 등도 BCP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회사 후지경제가 올 초 발표한 일본 리스크 관리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9953억엔(약 13조원)이었던 일본 리스크 관리 시장은 2013년 1조6486억엔(21조 4700억원)으로 늘어나고, 앞으로 6년간 기업과 자치단체 수요가 66% 증가할 전망이다.

또 새로운 리스크 관리 또는 안심·안전이란 컨셉트를 부가가치로 한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리스크 관리 시장에서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BCP 지원 컨설팅과 BC(사업연속성) 설비 솔루션이다. BCP 지원 컨설팅은 재난이 발생해도 핵심 사업을 지속하고, 중단된다 해도 가능한 빠른 시간에 재난이 일어나기 전 업무로 복귀할 수 있도록 활동이나 수단 등을 미리 정해 두는 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일본에선 BCP로 대표되는 리스크관리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BC 설비 솔루션은 BCP를 도입하는 기업과 자치단체, 공공 인프라 등의 건축물과 설비에 대한 내진 보강이나 전기·공조 설비 등을 위한 공사를 이른다. 일본 BCP 지원 컨설팅 시장은 앞으로 몇 년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BCP를 도입하는 기업과 자치단체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후지경제는 “지난해부터 대기업이 거래하는 중견·중소기업에 BCP를 의무화하기 시작하고, 신종플루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새로운 리스크로 부각되면서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견·중소기업을 타깃으로 한 BCP 지원 컨설팅 사업자가 증가해 새로운 상품을 부가하는 움직임도 보인다”는 전망과 함께 “신종플루 관련 서비스가 지난해 중반 이후 집중 출시돼 그 수요를 추정할 수도 없을 정도”라고 내다봤다. 특히 지난해 8월8월 지방공공단체를 대상으로 한 정보통신기술 부문의 사업연속성계획(ICT BCP) 정책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이 발표돼 자치단체의 BCP를 요구하면서 앞으로 3년간 시장 확대가 예측된다는 게 후지경제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