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은 우리 삶을 크게 바꿔놓았다. 전자·통신·금융·유통 등 거의 전 산업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왔을 뿐 아니라 개개인의 삶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방재부문도 예외가 아니어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여러 분야에서 IT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방재와 융합된 IT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또 앞으로 방재시스템을 어떤 방향으로 바뀌게 할 것인지 유비쿼터스 도시를 통해 살펴본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유비쿼터스 도시(U-시티)는 ‘IT기술의 꽃’이라 할 만큼 최신 기술이 집약돼야 가능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IT기술에 많은 투자를 해 온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춘 IT강국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국 곳곳에서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해 u-시티를 건설하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 등으로 구성된 유비쿼터스도시 위원회는 11월 2일 ‘제1회 유비쿼터스도시 위원회’를 열고 U-시티 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전략인 ‘제1차 유비쿼터스도시 종합계획’을 심의해 확정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3년까지 5년간 국비 약 4900억원을 투자해 제도 기반 마련, 핵심기술 개발, U-시티 산업 육성 지원, 국민체감 u-서비스 창출 등을 이룰 방침이다. U-시티 종합 계획에는 재난·재해 예방을 위한 방재 감시 정보를 위한 시스템과 소방서와 경찰, 병원 등과 연계한 재난 정보 시스템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앞으로 도시 방재체계에 큰 변화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될까. 국토해양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선 36개 지방자치단체가 52개 지구에서 U-시티를 건설 중이며, 화성 동탄 신도시는 이미 건설이 끝났다. 또 부산광역시에선 U-시티와 별도로 첨단 U-IT기술을 적용해 2020년까지 광역도시안전망 구축을 목표로 ‘U-방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부산의 U-방재 사업과 이미 건설이 끝난 화성 동탄 사례를 통해 U-시티에 포함되거나 포함될 방재 시스템을 알아본다.

부산, 2020년까지 U-방재 사업 추진
부산시는 2006년부터 최첨단 U-IT 적용, 광역도시안전망 구축을 시작했다. 기상이변이 빈번해지고 도시가 커지면서 자연·인적 재난이 늘고 한 번 재난이 일어나면 대재난으로 발전하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또 부산시 쪽은 “생활의식 변화에 따른 시민의 안전수요 확대와 IT기술 발전 및 삶의 질에 대한 가치변화”도 추진배경으로 꼽았다.

광역도시안전망 구축을 위한 U-방재 사업의 구체적인 추진과제는 자동수위관측 및 영상감시 시스템, 방재장비 및 구호물자 통합관리 시스템, 풍수해 예측 및 대응 시스템 등 15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U-워터파크(Water Park), U-안전마을 등 3개 시범서비스와 교량·터널, 하천, 급경사면 등 3개 시설물 관리 시스템이 포함됐다. 부산시는 이 사업을 위해 2006년 5월 U-방재기술지원 등을 위한 협약을 부경대학교 방재연구소와, 이듬해 6월에는 태평양재해센터(PDC)와 U-방재기술 지원 협약 체결을 맺었다.

지난해 9월에는 U-방재 구축을 위한 국제워크숍을 개최키도 했다. 또 2006년 11월 전국 최초로 지진해일 예·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만덕2터널 U-IT 기반 안전관리모니터링 시스템(2007년 12월), 재난안전통신원(등대콜 택시) 관제시스템(2008년 2월), 부산시 방재를 위한 프로토 타입 풍수해정보 시스템(2008년 7월) 등도 구축을 마쳤다. 올해에도 재난방송 온라인 시스템, 위험사면·건축물 자동계측시스템, 자동수위관측 및 영상감시시스템, 풍수해 예측·대응시스템, U-방재 인프라통합플랫폼 등을 마련했거나 구축 중이다.

이 가운데 U-방재 인프라 통합플랫폼 구축은 U-시티 구현을 위한 방재, 교통, 관광, 교육, 보건, 항만 6개 분야의 방재관련 시스템 통합과 연계를 통해 실시간 예측·대응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U-방재인프라통합플랫폼은 국토해양부 U-시범도시 지원 사업으로 선정돼 올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37억원을 지원받아 구축 중이다.

내년 이후에도 방재의 메카도시 구현을 위해 재난 관리 시스템, 주요시설물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안전 로하스 도시구현을 위한 서비스(U-워터파크, 시민안전체험관 건립), 해양방재의 중심지 구현을 위한 서비스(재난통합지휘무선망, 위험물정보시스템, 방재기상 레이다 설치) 등도 중앙부처 과제 제안과 시범사업의 지속적 유치를 통해 2020년까지 연차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동탄은 방범 위주, 방재는 기초단계
경기도 화성 동탄 신도시는 정부가 2004년 U-시티 건설 종합계획을 발표한 뒤 처음 건설된 유비쿼터스 도시다. 지난해부터 교통, 방범 서비스 등을 위주로 운영 중인데, 부산처럼 특별한 재난관리 시스템은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특히 범죄취약지구 및 공공시설 감시 등을 통한 안심 귀가와, 범죄 또는 화재 같은 위급상황이 일어났을 때 경찰서, 소방서 등 유관기관과 보안업체에 통보하고 응급상황에 실시간 대처하는 방범 서비스에 주안점을 뒀다.

그 밖에 화성 동탄 U-시티는 실시간 교통신호제어 서비스, 교통정보제공 서비스, 주차편의 제공을 위한 U-Parking 서비스, 각종 생활 정보를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제공하는 미디어보드 서비스, 환경오염 정보 서비스 등으로 구성됐다. 화성 동탄 U-시티에서 방재 관련 서비스는 방범 서비스에 포함돼 있는데, 화재가 났거나 기타 재난을 맞았을 때 가로등에 설치된 비상벨을 눌러 정보센터로 알리고, 감시카메라와 영상전송장치 등을 통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화재나 수해 등이 일어나면 재난방송과 스피커를 통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시스템도 갖췄다. 이에 대해 화성 동탄 U-시티 쪽은 “범죄가 많이 일어나지 않음에도 영화 등을 통해 화성시에 범죄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범죄가 많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방범 서비스에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로 소방방재청, 소방서 등과 협력해 방재 서비스를 확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서 방범과 함께 방재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내비췄다. 구체적으론 소방서와 협력해 이미 구축된 교통관제(교통신호제어) 시스템을 활용한 빠른 출동 방법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시스템은 시스템일 뿐 제대로 작동해야
정부와 지자체의 U-시티 건설 열풍과 U-방재 시스템에 대한 관심에 대해 한 도시방재 전문가는 아무리 뛰어난 방재 시스템이라고 제대로 작동해야 의미가 있다며 시스템은 말 그대로 사람이 만든 시스템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방재 시스템을 구축한 뒤부터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게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유럽 등 일찍부터 U-시티를 구축한 사례를 보면 도시 전체를 U-시티로 건설한 경우는 찾을 수 없고 작은 단위 지역 위주로 구축됐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는 수익모델과 관련이 크다. 생활정보 제공이나 방범 등과 달리 방재는 공공 서비스 성격이 강한 탓에 수익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IT 인프라는 초기 구축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유지·관리에도 큰돈이 들어간다. 그런데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어려운 문제가 따른다. 방재에 대한 민간의 수요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까지 방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국내 상황에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면서도 수요가 많지 않은 방재 시스템 구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김현주 국립방재연구소 도시방재팀장은 “많은 전문가들은 방재 시스템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서, 지금까지 화성 동탄을 비롯한 국내 U-시티는 일반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방범·치안 위주로 구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재는 국가재난관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옳지만 민간과 국가가 동시에 운영하는 U-시티에선 공공인지 민간인지가 불명확해 예산 중복이란 비판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U-시티 방재 시스템이 시민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생활 체감형 서비스가 아니어서 어려움이 따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일상생활 편리성 쪽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김현주 팀장은 설명했다. 특히 김 팀장은 “국내 자연재해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태풍·호우나 화재·교통사고 등 유형별로 과제를 정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팀장은 “피해가 큰 탓에 반드시 필요하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게 가능한 과제를 선정해 피해가 큰 지자체에 시범 적용하고 문제점을 찾아 표준화한 뒤 각 지자체로 보급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