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폐막한 제15차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가 대세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 섭씨 2도 이내 제한, 선진국의 개도국 지원 1000억달러 기금 조성 등의 ‘코펜하겐 협정’ 채택엔 성공했지만 법적 구속력은 확보하지 못했다. 오는 2012년 종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협정안을 내년 제16차 멕시코 총회 이후로 이월시켜 불협화음의 불씨를 남긴 것이다.

총회 실패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이견과 지구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 대립을 원만하게 조정,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때문이다. 개도국들은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개도국에 대한 자금지원 규모가 충분치 않다며 대폭 확대를 주장했다. 또 중국은 미국에 대해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먼저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한 반면, 미국은 중국 등 개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국제적으로 검증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그렇다고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193개 협약국 대표와 130여개국 정상들이 참석, 지상 최대의 외교 쇼를 연출했다. 정치적 선언에 그쳤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세계 질서가 미·중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분석도 음미할 대목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12시간 마라톤 협상 끝에 평가절하받는 내용일망정 코펜하겐 협정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 설립 계획 및 2012년 총회 유치 의사 표명은 특기할 만하다. 개도국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등록하는 ‘나마 등록부(NAMA Registry)’ 제안이 협정 합의문에 포함된 것은 또 하나의 외교적 수확이다. 이번 코펜하겐 총회는 향후 기후변화회의 성패가 선진국과 개도국을 각각 대표하는 미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책임 분담과 중재에 달렸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미국 등 선진산업국은 역사적으로 탄소 배출의 최대 책임을 안고 있으며, 중국은 신흥 공업국으로서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탄소 배출 의무 감축국에 편입되지 않은 건 다행이나 2005년 대비 4% 감축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의무 감축국 지정에 상응한 대비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 재난포커스 - 이종근 편집장  tomaboy@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