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물고기’가 한동안 화제를 모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7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로봇 물고기를 만들어 4대강 수질을 감시하면 오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후 로봇 물고기에 대한 실용성 논란이 일었고, 수질오염과 같이 재난관리에 활용되는 로봇이 관심을 모았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로봇 물고기에 대한 비판은 영국의 한 대학에서 수질감시용 로봇 물고기를 개발했으나 값이 너무 비싸고 몸집도 커서 바다에서나 사용할 수 있을 뿐 하천감시용으론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몸집을 줄이면서 값도 내리면 4대강 수질감시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결국 로봇 물고기 실용성 논란의 핵심은 돈과 기술인 셈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나 아직까진?
이명박 대통령이 로봇 물고기를 언급하면서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지원을 받아 영국의 에섹스대학교와 엔지니어링 컨설팅회사 BTM 그룹이 공동 개발해 지난해 3월 선보인 로봇 물고기다. 이 로봇 물고기는 1.5m 크기에, 인공꼬리와 지느러미를 갖춰 1초에 1m를 헤엄칠 수 있다. 마리당 가격은 약 4000만원에 달한다. 바다에서 활동하면서 수질오염을 탐지해 송수신할 수 있는 초소형 센서를 내장했고 사람이 조종하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움직인다.

8시간 마다 배터리를 재충전하기 위해 되돌아오도록 설계됐다. 이 물고기만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수질 감시에 로봇 물고기를 활용하겠다고 말한 것은 과장이라 할 수 있다. 너무 크고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봇 선진국에서 속속 개발되는 로봇 물고기들을 보면 과장이 아닐 수도 있다. 지난해 2월 미국 미시건주립대학교 교수들이 개발한 로봇 물고기는 23㎝에 불과하다.

시제품으로 개발돼 실용화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순 없으나 이 물고기는 몇 개월 동안 스스로 작동하며 수온, 용존산소, 오염물질 등의 수질 자료를 측정하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앞으로 부력 변화 장치까지 개발할 예정이라 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도 지난해 8월 13∼20㎝ 크기에 값도 수백 달러에 불과한 로봇 물고기들을 선보였다. MIT 연구팀도 이 로봇 물고기를 해양 오염물질 탐지와 해저 지형 탐사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언제 실용화할 것인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이처럼 오염물질을 탐지하고 수질을 관리하는 데 쓰기 위한 로봇 물고기 개발이 활발한 이유는 물고기가 물속에서 활동하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새 모양이 하늘을 나는 데 가장 유리한 것과 같은 이치다. 앞으로 수많은 로봇 물고기가 바다와 강물 속을 헤엄쳐 다니며 효과적으로 수질을 관리하는 날을 기다려본다. 물론 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로봇 물고기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맑은 강물과 바다를 오염시키는 사람들이 없어지지 않는 한 수질관리엔 한계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일본선 국제 로봇 구조대 등장
일본에선 현재 여러 종류의 재난관리 전문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구조대가 진입하기 어려운 재난 지역에 뱀처럼 미끄러지듯 들어가서 실시간 영상을 보내오는 로봇부터 파괴된 지하상가를 누비며 탐사할 수 있는 로봇, 깨진 기와 조각 안만을 탐사하는 로봇에 이르기까지 수십종에 이른다. 일본 국제구출시스템연구기구(IRS)는 안전하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 실현 이바지를 위해 2002년 4월18일 설립된 비영리기관으로 일본 내 여러 대학 등과 공동으로 앞서 밝힌 재난관리 로봇들을 개발하고 있다.

IRS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람이 들어가기엔 위험한 재난현장에서 로봇을 조종해 이재민을 찾을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해 다양한 재난관리 로봇을 개발한다”며 “파괴된 건물이나 지하상가 등에 대한 탐사가 가능해져 소방대원 등의 2차 재해를 예방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또 로봇들이 “실시간 재해 정보를 수집해 재해 상황을 모니터링 할 뿐만 아니라 시뮬레이션에 의한 피해 예측 정확성을 높여 긴급구조 활동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IRS는 로봇 기술을 활용한 ‘국제 구조대’를 목표로 자원봉사 구조팀 ‘국제구출시스템유닛(IRSU)’을 창설하기도 했다. IRS는 “로봇 시스템을 보유한 일본 구조팀이 재해 현장으로 가 기와 조각과 잔해 속에서 이재민을 구조해낸다. 세계적인 지진 발생국이며 로봇 선진국 1위를 자랑하는 일본이 구출 로봇을 인솔하고 이재민을 도우러 가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IRSU를 창설했다”고 설명한다.

IRS는 설립 이후 문부과학성의 구출 로봇 등 차세대 방재 기반기술 개발(2002~2006), 독일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의 차세대 로봇 지능화 기술개발 프로젝트(2007~2009)와 전략적 첨단 로봇 요소 기술개발 프로젝트(2006~2010) 등을 맡아왔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현재 33개 연구팀이 다양한 재난관리 로봇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교토대학에선 방재용 인텔리전트 비행 로봇을 개발중이고, 홋카이도 대학은 계류형 풍선 로봇, 전기통신대학은 기와조각 상부 탐사용 구출 로봇, 치바공업대학은 지하상가 탐사용 구출 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다.

재난현장 누비는 비행로봇
재난관리엔 무인비행기와 같은 비행 로봇도 활용된다. 로봇에 앞서 상용화된 경우도 있으며, 재난 현장에서 맹활약하는 무인비행기와 로봇을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을 듯하다. 세계 여러 나라가 개발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본 NEC는 재난감시용 무인비행기를 이미 지난해 6월5일 출시했다. 또다른 일본 기업은 자연재해 감시용 비행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일부 소방서에선 이미 소방관 대신 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고 직접 화재를 진압하는 구조로봇을 도입해 사용 중이다.

일본 NEC가 선보인 재난감시용 무인비행기는 소형 카메라와 센서, 통신장치를 탑재하고 산불·지진·해일 등 재난이 일어났을 때 현장 위를 날면서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할 수 있다. 땅 위에선 무인비행기를 원격 조종하며 무인비행기가 보내오는 영상과 데이터 등의 정보를 확인하면 된다.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해 자동비행도 가능하다. NEC는 이 무인비행기에 대해 “관공서, 지방자치단체, 기업, 연구기관 등을 겨냥해 이 무인비행기를 출시했다”면서 “특히 재난 직후 교통이 끊긴 경우에 초기정보를 수집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재난 현장에서 활약할 비행로봇을 개발 중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연)과 현대로템은 지난 7월17일 소형비행로봇을 선보였다. 하지만 아직 개발이 덜 끝나서 재난 현장에서 이 국산 비행로봇을 보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 미국 일본 등 비행로봇 선진국에 비하면 기술이 크게 부족한 게 현실이어서 비행 안정성 확보와 비행시간을 늘리는 일 등 실용화를 위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럼에도 이 비행로봇은 너비 30㎝, 무게는 800g에 불과한 초경량이란 장점이 있다. 덩치 큰 무인비행기나 비행로봇보다 쓰임새가 다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생기연 쪽은 주로 위험 지역에 대한 정찰·감시용으로 이 비행로봇을 개발하고 있지만, 화재와 홍수 같은 재난 현장의 상황 파악, 전력선 및 교량 검사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