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사장 류철호)는 국가기간교통망인 고속도로 유지·관리를 맡은 공기업이다. 2010년 1월 말 현재 민자고속도로를 빼고 30개 노선 3496㎞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 관리해야 할 노선이 연장되고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성 호우, 기습적인 폭설 등 재난이 늘어나면서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서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소방방재청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8년도 재난관리평가’결과 공공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2008년에 이어 2년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는 일찍이 재난·재해통합관리부서(재난총괄팀)를 설치하는 등 재난관리시스템을 체계화하기 위해 노력해온 성과라 할 수 있다. 도로공사는 특히 재난관리에 IT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폭설, 풍수해 등에 대비해 연간 100회가 넘는 실제훈련과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4 폭설대란’에 빛난 재난관리시스템
＃1 1월4일 수도권지역 폭설과 관련해 박연수 소방방재청은 7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제설대책 개선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를 마친 뒤 폭설피해방지 대책에 관한 브리핑을 하면서 눈이 내리기 전부터 미리 대비한 한국도로공사를 수범사례로 꼽았다.

＃2 12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동절기 안전관리대책 점검회의’에 참석한 도로공사 재난관리 관계자는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1월4일 폭설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고속도로 교통소통이 원활했다는 칭찬을 받았다. 12일 행안부 회의에 참석했던 박양흠 방재총괄팀 부장은 1·4 폭설대란에서도 경부고속도로 달래내 고개를 뺀 고속도로 전 구간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진 건 철저한 사전준비와 한 박자 빠른 대응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부장은 도로공사의 1월4일 제설에 대해 “제설장비와 인원을 사전배치하고 눈이 내리기 전부터 제설제를 살포하는 등 선제 대응을 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시간당 6.5㎝에 달하는 폭설로, 제설을 마치기도 전에 눈이 쌓인 탓에 경사가 심한 달래내 고개에서만 정체를 보였을 뿐이다”고 말했다. 도로공사가 뛰어난 재난관리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은, 2004년 충청지역 폭설이 계기가 됐다. 그해 3월4일 충청지역에 시간당 최대 13㎝의 눈폭탄이 쏟아졌다.

충청지역에 내린 100년만의 기습적인 폭설이었다. 이로 인해 경부고속도로 천안~죽암 구간과 중부고속도로 진천~남이분기점 구간에 1만대가 넘는 차량들이 최대 37시간 동안 고립되고 말았다. 도로공사는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폭설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질책을 받았다. 이후 도로공사는 방재총괄팀을 만들고 설해방지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설해방지종합대책에 따라 2004년부터 24건의 과제를 추진해 지난해까지 23건을 끝냈다. 마지막 남은 경부고속도로 옥천~영동구간 개선대책(선형개량 공사)은 2013년 마칠 예정이다.

IT기술 활용한 관리·정보시스템 강점
도로공사는 폭설과 풍수해를 중심으로 재난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물론 자연재해뿐 아니라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및 관련 시설에서 일어나는 대형교통사고와 화재 같은 인적재난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인 우리나라 상황에 맞춰 고속도로 이용자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줄수 있는 국지성 호우, 기습적인 폭설 등에 대비하는 게 핵심 역할이기 때문이다.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서 도로공사가 역점을 두는 것은 철저한 사전준비와 재난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 일찍부터 IT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 국토에 뻗어있고 시시각각 상황이 바뀌는 고속도로를 관리하려면 IT기술이 꼭 필요한 때문이기도 하다. 2004년 방재총괄팀을 설치한 이후 도로공사는 재난관제시스템, 재난·도로관리통합정보시스템, 도로기상정보시스템, 취약사면 상시계측시스템, 자동결빙방지시스템 등 IT기술을 활용한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2008년엔 차세대 고속도로 관리 정보체계 ‘하이맨(Hi-MAN)’을 자체 개발했다.

고속도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개발한 하이맨은 전자지도를 기반으로 CCTV, 지능형 센서, 지리정보시스템(GIS) 등을 활용해 실시간 고속도로 기상정보, 실시간 재난상황 정보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도로공사 쪽은 하이맨이 신속한 재난관리, 개인별 재난대응 임무체계 강화 등 과학적 재난관리 체계를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T기술 활용과 함께 재난현장에서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 119구조대, 경찰, 군부대 등 유관기관들이 참여하는 훈련에도 힘을 기울인다. 정기적으로 폭설과 풍수해 등에 대비한 현장훈련을 실시하고 있는데, 지난해엔 실제훈련과 모의훈련을 합쳐 101회를 실시했다. 올해도 지난해만큼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훈련을 통한 재난관리 효율성 확보를 위해 훈련 결과를 평가하는 지표를 마련하기도 했다.

한편, 도로공사는 2월8~12일 캐나다 퀘벡에서 50개국 1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세계도로협회(PIARC) 동계도로회의에 부스를 마련해 재난관리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심명진 방재총괄팀 차장은 이에 대해 “동계 도로의 이동성 및 안전성 확보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 우리 공사의 폭설 시 교통통제 및 제설시스템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