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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관리는 블루오션이다”
“안전한 사회는 유권자가 선택하는 것”
“가래로도 못 막는 걸 호미로 막겠다”
2010년 02월 16일 (화) 11:28:59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김진항 실장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이 두 돌을 맞는다. 행안부 재난안전실은 MB정부 출범과 함께 옛 비상기획위원회를 통합해 2008년 2월29일 신설됐다. 재난안전실이 맡고 있는 업무는 재난 및 안전관리 정책 총괄조정, 비상대비계획·국가동원·정부연습 등 비상대비 업무 총괄조정 등이다. 국가재난안전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통합적 재난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일, 에너지·정보통신· 교통·금융 등 260개에 달하는 국가 기반시설관리도 재난관리실 몫이다. 초대 재난안전실장으로 부임해 2년째 재난안전실을 이끌고 있는 김진항 실장을 만나 재난안전관리의 필요성과 안전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과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국토해양부, 노동부, 농수산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 소방방재청 등 여러 정부부처로 나뉘어져 있는 국가 재난안전관리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책임을 맡은 김진항 재난안전실장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군 장성 출신이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인의 꽃’이라 불리는 동부전선 최전방 전투부대(육군 제12사단) 사단장과 포병학교장 등을 지냈다. 이 때문에 재난안전뿐 아니라 전쟁이나 이에 준하는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대비계획을 세우고 을지·충무훈련 실시 등 비상대비 업무를 총괄 조정해야 하는 재난안전실장에 임명된 것으로 보인다.

“군은 테니스, 재난안전은 골프”
김진항 실장은 군 임무와 재난안전은 비슷하면서도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킨다는 점은 같지만, 상대가 다른 탓에 대응 방법도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스포츠로 비유를 하면 군은 테니스, 재난안전은 골프와 같다고 설명했다. “군과 재난안전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위기(재난)가 발생하면 굉장히 긴박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점은 같다. 그런데 군 업무는 상대(적)가 있다. 의지를 가진 상대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난 쪽은 의지가 없는 무생물과 경쟁하는 일이어서 군보다 조금 쉽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스포츠에 비유하면 군의 활동은 테니스와 같다. 상대가 되받아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상대편에게 공을 쳐서 넘기기 때문이다. 반면 재난은 움직이지 않는 공을 치는 골프와 같다. 재난관리는 골프처럼 나만 잘하면 되는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쉽다는 뜻이다.” 김 실장은 “재난안전 분야에 대해 군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며 긴급한 상황에서는 때로 군대식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종 인플루엔자 문제가 심각했을 땐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꾸려서 군 지휘관 같은 지휘력과 추진력으로 신종 플루 확산을 막는 데에 이바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군대식으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지난해 신종 플루로 중대본을 설치할 때 같은 경우다. 당시는 빠른 시간 안에 신종 플루에 대응해야 했으므로 (사단장처럼) 행안부 직원들을 다그치기도 했다. 군은 긴급한 상황이 많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 군인은 지휘하기가 쉬운 이유가 교본이란 체계를 같이 공부해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처하는 사고방식이 같기 때문이다. 재난안전 쪽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미흡하다고 느낀 점이 교본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군사 교본을 벤치마킹해서 재난 쪽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교본 체계를 만들려 한다.”

안전 지키려면 지자체장 잘 뽑아야
   
   
김 실장은 인본주의 심리학 창설을 주도한 미국의 심리학자·철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5단계설’을 인용해 아직도 우리는 안전이나 재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유명한 조직심리학자인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주장한 ‘욕구 5단계설’에 따르면 가장 먼저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존의(생리적) 욕구가 있고 그 다음에 안전의 욕구가 있다. 이 두 욕구는 인간의 기본 욕구다. 상위 욕구(3단계 애정 및 소속의 욕구, 4단계 존중 욕구, 5단계 자아실현 욕구)는 기본 욕구가 채워지면 차례로 한 단계씩 채우려 한다.

대개 국가가 발전하는 과정을 보면 (큰 걱정 없이 먹고 살만한 수준인)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돼야 비로소 안전에 대한 인식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이제 안전에 대한 인식이 문턱을 막 넘은 상태다.” 김 실장은 “우리도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안전에 대한 욕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안전한 사회를 위해선 특히 유권자로서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권자들이 지방자치선거에서 자신들의 안전을 지켜줄 만한 인물을 자치단체장으로 선택해야만 안전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지방자치단체를 보면 재난안전 쪽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초임자이거나 정년퇴직을 앞둔 경우가 많다. 인력도 적게 배정하는 경우가 많아 일하는 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유권자들이 안전을 지켜주는 사람을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뽑는 것이다.

그러면 안전에 대한 일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 지자체장이 되면 재난안전 부서 인력도 늘리고 예산도 더 많이 배정할 것이다. 이제 먹고 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으니 안전이 필요하다. 내 안전을 지키려면 내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면 (재난안전에 관한)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유권자의 선택을 강조한 김 실장은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카페에 지방자치와 안전의 관계를 정리한 글을 쓰기도 했다.

이 글에서 그는 “현장 생활안전은 지자체장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에 달려 있다. 유권자가 ‘이제 먹고 살만하니 안전하게 살고 싶다. 안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시장(군수)로 뽑아야겠다’란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권자에게 안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단체장으로 선출해야겠다는 의식을 갖도록 하면, 후보자들은 가장 먼저 안전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고 유세현장에서 안전을 목이 터져라 외칠 것이라는 게 김 실장의 판단이다.

앞으로 재난안전 수요 늘어날 것
김 실장은 재난안전은 블루오션이라고 말한다. 행안부 재난안전실을 비롯해 재난안전 쪽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재난안전이 블루오션이란 뜻이다. 앞에서 지자체 등의 재난안전 담당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설명해놓고 재난안전이 블루오션이라니 수긍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김 실장 설명을 듣고 나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재난안전은 블루오션이다. 재난안전에 대해 흔히 3D업종이라 말한다. 잘해야 본전이란 것이다. 그런데도 블루오션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바닥일 때 투자해야 한다는 것과 같다. 내려가려 해도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는 게 재난안전이다. 앞으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미래 행정수요를 봤을 땐 지방자치가 발전하면 할수록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질 게 확실하다.”

김 실장은 또 “재난을 관리하려면 신속한 상황판단과 지휘 통제력이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 예로 제설 미흡으로 인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수도권 교통대란을 들었다. 미리 막을 수도 있었던 일을 판단착오 탓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나 구청은 눈이 오면 가장 급한 곳이 어디인지를 파악해서 대처해야 한다. 예컨대 한남대교를 건넌 뒤 남산터널에 이르는 경사지 같은 경우가 급한 곳이라 할 수 있다.

경사가 심해 눈이 오면 미끄러질 것 같은 곳에 먼저 제설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가장 먼저 제설차를 투입하고 눈이 녹지 않으면 공사장 모래를 구해서 뿌리더라도 미끄럽지 않게 하는 일이 최우선이다. 그것 말고도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정 안 되면 부직포를 깔 수도 있을 것이냐. 남산터널에서 4시간이나 갇혀 있어야 하는 것을 미리 막을 수도 있었다.

이는 노력을 집중하고 절약하지 못한 결과다. 경사지처럼 문제가 될 것으로 판단한 곳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평지 같으면 웬만큼 눈이 와도 큰 문제가 없다. 일반적으로 수요가 필요하더라도 100개 모두 준비하고 있을 순 없다. 100개가 필요하지만 10개밖에 없다면 우선순위에 따라 먼저 투입해야 한다. 노력의 집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재난안전관리에선 그런 지휘 역량이 필요하다.”

통합재난안전시스템은 신경 살리는 일
   
   
두 해 전 김 실장이 재난안전실에 부임하면서 처음 한 말은 “가래로도 못 막는 걸 호미로 막겠다”였다고 한다. 재난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데 주력하던 재난안전 시스템을 통합 관리함으로서 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합적 재난안전관리가 안 되기 때문에 재난안전실을 만든 것이다. 질병은 보건복지부, 노동자 안전은 노동부, 자연재난은 소방방재청이 맡는 등 따로따로 돌아가고 있다.

이걸 어떻게 하면 정부차원에서 통합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졌고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노력중이다. 현 상황을 사람에 비유하면, 근육과 뼈대는 있는데, 신경계통이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신경계통을 살리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재난이 생기면 신속하게 보고가 되고 그 보고된 내용을 판단해 지휘할 수 있는 기능을 통해 각 기관간 통합을 이뤄내고 시너지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통합 시스템을 어떻게 빨리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일이다. 두 번째는 재난 대응 위주로 관리해온 시스템을 예방 활동 위주의 선제적 대응으로 바꾸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나는 처음 재난안전실장으로 부임했을 때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우리 속담을 패러디해 우리 재난안전실은 가래로도 못 막는 걸 호미로 막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지자체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어 효과적인 재난안전관리가 가능한 행안부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며 통합적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지난해 신종 플루 사태를 예로 들면서 다음에 그런 일이 일어나면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좋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행안부의 가장 큰 장점은 지자체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지난해 신종 플루 사태 때도 우리 직원들을 보내서 많은 일을 처리했다. 예컨대 강원도 평창엔 타미플루가 남아도는데, 원주엔 동이 났다고 해 이를 조정하기도 했다. 그런 일을 행안부가 할 수 있다. 그 때는 내가 군대식으로 밀고 나갔다. 우리 역사상 처음 겪는 일이라 내가 이렇게 하자고하면 그대로 이뤄지곤 했다.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생각에 따라 그 때 일을 백서로 만들어 남기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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