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복 산림청 산불방지과장

산불방지는 거창한 구호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한테 맞는 역할을 제대로 해준다면 산불은 절반이하로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64%가 산림으로 되어있습니다. 자연이야 말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입니다” 현대는 웰빙 시대이다. 웰빙시대에 따라 산림도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등산인구가 3000만명을 넘어서 전 국민 산악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산림은 휴양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치유의 숲 등으로 기능이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기후온난화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이다. 이렇게 산림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산림청의 중심에 산불방지과가 있다. 산불방지과 수장인 이현복 과장은 33년간 산림과 함께해온 산림의 파수꾼이다. 이 과장은 지난해 산불통계가 생겼던 60년 이래 처음으로 ‘3년 연속 산불피해 최소화’라는 성과로 인해 녹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그는 이에 대해 “과분한 영광입니다. 저보다 직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휴일도 없이 고생했는데 제가 받아 송구스럽습니다”라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과 더 큰 책임감을 느낌니다”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90년대 중반 지금은 많이 알려지고 종주도 일반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백두대간’을 각종 개발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전국의 산을 누비며 법을 만들고, 보호지역을 지정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백두대간 보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 계기로 인해 산을 좋아하게 됐고 책을 낼 정도로 마니아가 됐다. “책을 낼 정도면 마니아라도 해도 되겠네요” 라는 질문에 이 과장은 “백두대간 업무를 하면서 관심이 많았고, 10년이 지난 후 기회가 되어 아내와 함께 종주를 시작했는데 너무 좋았다”며 “백두대간의 마루 금을 따라 걸으면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들을 적어 좰꿈의 마루금 백두대간좱이라는 책을 냈는데 지금 생각하니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며 부끄러워했다.

이 과장은 이어 “산림공무원들은 산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산이 일터이기도 해서 그런지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지요? 저는 산림 공무원이 돼서 산을 좋아하게 된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산에 다니는 것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요? 등산은, 돈도 적게 들고 건강에 좋은 대표적인 ‘저비용 고효율’ 취미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했다. 그는 재난업무의 하나인 산불도 초기 대응이 중요하며, 우리나라 산불은 봄철에 집중되고, 100% 사람들의 실수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이 과장은 “산불예방은 산림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는 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대형 산불은 한 지역에 국한돼 피해를 발생하지 않고 인접 지역은 물론 연무현상으로 국가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 더구나 대형 산불은 생태계 파괴가 심각해 복원하는 데 50년 이상의 세월이 요구된다”며 산불 피해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지난해 4월 4일부터 12일까지 9일 동안 전국에서 144건의 동시다발산불이 발생했다. 이 과장은 “곳곳에서 헬기 보내달라고 아우성이고, 보내줄 헬기는 없고, 산림청 산불진화 헬기 47대로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이 크게 확산되다보니 한 곳에 십여 대가 투입되는 사례가 발생해 많이 힘들었다”며 어려움을 표시했다.

특히 지난해 4월 10일 국립공원 경주보문단지 뒷산에 산불이 났는데, 이날 공교롭게도 구미, 안동 등 경북지역에 산불이 집중됐다. 이 과장은 “강풍으로 산불이 확산되는 바람에 인근 지역 헬기를 빼서 보문단지에 투입했다. 늘 아슬아슬하고, 헬기를 보내주지 못할 경우에 가슴이 아프다”고 그날의 심경을 토로했다. 산불은 나지 않는 게 좋지만 초기에 진화해 피해가 적으면 성공이다. 그래서 산림청 직원들은 ‘산불피해 최소화’라는 말을 쓴다. 이 과장은 지진 해일(쓰나미) 등 다른 자연재해와 달리 산불은 인재에서 비롯돼 산불 ZERO를 위해서는 국민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태풍 등과 같은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이 피해를 봐 사전에 철저한 대비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불은 다르다. 산불은 주로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 소각 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결국 인재가 화마를 부르는 것”이라며 “국민의 의식만 바뀌면 산불피해는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올해 산불방지과는 봄철 산불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들을 구상하고 있다. 이 과장의 올해 계획은 우선 산불 줄이기 위한 대책들을 구상하고, 산불 철이 끝나면 산에 다녀보는 것이다. 그는 “백두대간을 종주 중인데 올해 안에 마칠 계획입니다.

2007년에 다닌 구간에 대한 산행기 ‘꿈의 마루금 백두대간’을 썼는데, 다 끝내고 책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되면 에베레스트 산자락에도 가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고 올해의 포부를 밝혔다. 산림청 산불방지과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산불을 총괄 관리하는 부서이다. 방지 종합대책 수립과,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산불상황을 관리하며, 산불과 관련된 법령과 제도 운영, 인적. 물적. 진화자원을 관리하는 곳이다. 이 과장은 늘 입버릇처럼 말한다. “산불 철이 봄 상춘, 가을 단풍철과 겹쳐 직원들이 비상근무 하느라 1년 중에 6개월을 반납하는 직원들한테,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늘 미안하다”고….

< 재난포커스 - 이종근 편집장  tomaboy@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