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을 포함한 정부부처가 아이티 지진을 계기로 지진방재종합대책을 점검했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은 25일 오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지진대책을 발표했다. 박연수 청장이 발표한 지진대책은 이날 아침부터 관련부처가 모여서 지진대책을 종합점검하고 앞으로 보완할 방향에 대해 논의한 결과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25일 개최된 ‘대규모 지진발생 대비, 대응태세 점검을 위한 관련부처 지진방재종합대책 보고회’ 개최 배경으로 소방방재청은 주변국인 중국·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고 우리나라도 지진 발생 빈도가 증가 추세란 점을 들었다. 2008년 5월12일 중국 쓰촨성 지진으로 7만여명이 사망하고, 지난 1월12일에는 아이티 수도인 포르토프랭스 지역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0 강진으로 수십만 명의 인명피해가 생기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환태평양 지진대와 접하고 있는 유라시아판 동쪽 가장자리 내부에 위치해 비교적 지진 안전지대로 인식해왔으나 78년 지진관측 이후 96년까지 연평균 18회였던 지진발생 횟수가 97년부터 연평균 42회로 증가추세란 것도 이유로 꼽혔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에선 지진관측 이래 역대 최대인 60회가 발생했으며, 지진전문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내진설계대상 저층건물로 확대
이날 브리핑에서 박연수 청장은 “15만여명의 사망자가 생긴 지난 1월12일 아이티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0 강진을 계기로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것이 무엇인지 검토했다”며 대책회의를 통해 검토하거나 결정된 내용을 발표했다. 박 청장이 가장 먼저 발표한 것은 1~2층 건물을 내진설계 대상건축물에 포함시키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박 청장은 “다른 지진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아이티 지진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띤 것이 저층 구조물에 대한 피해”라고 설명했다.

저층건물 지진방재대책은 건축물 내진설계 대상을 현행 3층 이상에서 1~2층 저층건물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공공시설을 비롯해 대형사고가 예상되는 고층건물과 대형건물 중심으로 지진대책이 운용되면서 사각지대가 된 2층 이하 저층 건축물을 집중 보완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층건물에 대해선 정부 각 부처가 이번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청장은 “저층 건물은 대부분 주택과 상가여서 (전체를) 내진설계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국민 부담이 추가된다는 문제가 있다”며 “민간 소유 건축물이 내진설계를 도입할 경우 지방세 감면과 보험요율을 차등 적용하는 등 인센티브를 통해 보충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박 청장은 또 “(저층건물 내진설계를) 강행규정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권고규정으로 할 것인지는 앞으로 더 논의하고 여론수렴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방세에 대한 인센티브를 통해 보충하겠다는 내용은 지방세를 중심으로 기존 건축물은 재산세, 새로 짓는 건축물은 취·등록세 감면을 추진한다는 것으로, “구체적인 방안은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라는 게 소방방재청의 설명이다.

병원·학교 내진설계기준 강화
저층건물을 내진설계 대상건축물에 포함하겠다는 내용 외에 박 청장은 교정시설과 문화재, 종합병원, 놀이시설, 학교 등에 대한 대책도 설명했다. 이 가운데 교정시설은 아이티 지진으로 교도소가 파괴돼 각종 범죄자들이 탈출하는 소동에 따른 것이다. 종합점검회의에 참석한 법무부 쪽이 교도소는 국가보안목표시설로 운영하고 있어 탈출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해 건물 붕괴로 인한 사상자 발생을 막기 위한 안전점검을 통해 필요한 경우 보완하기로 법무부 쪽 합의했다고 한다.

문화재에 대해선 특수한 건축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내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별도로 문화재청에서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아이티 지진에서 나타난 것처럼 종합병원이 피해를 입을 경우 속수무책인 탓에 건축법으로 정한 리히터 규모 5.5~6.5에 대응하는 기준을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상향조정하며 기존 건물은 연차적으로 보강할 예정이다. 삭도·궤도를 포함한 놀이시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내진·풍해·설해 등 일반적인 재난에 대한 기준을 정해 지난해 2월 고시한 내용에 따라 점검하고, 연차적으로 보완하기로 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자들이나 대피자들을 수용하는 공간인 학교에 대해서는 건축법의 1.2 계수를 1.5로 상향조정해 고시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브리핑에서 박연수 청장은 “기상청에서 지진을 관측하면 3.9분 이내에 소방방재청에 도달하도록 운용되고 있다”면서 “지진 통보를 받으면 11~15분 안에 피해 예측이 가능한 지진지해대응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82개 지진방재과제 추진중
박연수 청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95년 처음으로 자연재해대책법에 지진관련 내용을 추가하고 96년부터 2005년까지 제1차 지진방재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했다. 현재는 제2차 지진방재종합대책(2005~2008년)을 거쳐 지난해 수립된 제3차 지진방재종합대책을 추진 중이다. 2008년 3월28일엔 지진재해대책법이 제정돼 지난해 3월2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소방방재청은 지진재해대책법 제정·시행 의미로 ▷지진재해경감을 위한 국가 및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책무 근거 마련 ▷기존시설물의 내진보강기본계획 수립 및 내진보강사업 추진 ▷지진피해 경감을 위한 지진재해대응체계의 구축 근거 마련을 꼽았다. 제3차 지진방재종합대책에 대해선 지난해 2월5일 국토부, 기상청 등 16개 부처와 지자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거쳐 9월20일 제3차 지진방재종합대책을 확정하고 관계기관에 통보했다는 설명이다. 제3차 지진방재종합대책은 내진보강, 지진위험 지도 제작·활용 등 8개 분야 24개 중과제와 58개 세부과제로 이뤄졌다.

중과제는 기존 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 추진, 활성단층 지도제작 등이며 세부과제는 국가 내진성능 목표 설정 R&D 및 제도화 추진, 지진위험지도에 따른 시설물 보강방안, 기존시설물 내진보강 기본계획 수립 등이다. 이 가운데 기존시설물 내진보강 기본계획은 지난해 9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내진실태 조사를 거쳐 12월11일 국토해양부, 교육과학부, 지식경제부, 농수산식품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한 기본계획 수립 관계부처 회의에서 수립돼 추진 중이다. 지난해 5월엔 임원항, 경포대해수욕장, 삼척항 등 3개소에 대한 동해안 지진해일 해안침수예상도를 작성했으며, 11월에는 가속도 계측자료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