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IT전문지에는 지난해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BCP 훈련으로 전 직원에게 재택근무 훈련을 시킨 중소기업 사장 이야기가 실렸다. 또 새해 들어 BCP 책정을 돕기 위한 세미나와 강좌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IT-BCP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한 자치단체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BCP를 포함한 호텔·여관용 신종 플루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공개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BCP 훈련으로 재택근무 실시한 IT업체
일본의 인터넷 IT전문지 <아이티미디어> 1월5일 재난에 대비한 BCP의 일환으로 전 직원의 자택근무를 실시한 (주)링크의 사례를 소개했다. 링크는 IT서비스회사로서 업무연속성이 필수 과제다. 재난이 발생했다고 서비스를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카다 겐지 링크 사장은 대재난이나 신종 플루 같은 전염병에 대비해 전 직원 6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훈련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대유행(pandemic)으로 직장이 폐쇄됐을 경우에도 업무를 지속하기 위해 신종 플루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9월17일 재택근무 훈련을 했다.

이어서 10월21일과 22일에는 이틀 연속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수도권에 대유행이 선언돼 직원들이 정상 출근해 일하기 어려운 경우 12주 정도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상황을 설정한 훈련이었다. 재택근무 훈련에 대해 오카다 사장은 BCP 훈련 배경에 대해 “지난해 ‘골든위크’(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지는 일본의 장기 연휴) 무렵부터 신종 플루가 유행했는데, 앞으로 폭발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미리 훈련을 실시했다”며 “예방 접종의 우선순위 등 혼란이 생기고 있어 대응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카다 사장은 또 “신종 플루 이전에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유행했을 때 BCP 매뉴얼을 만든 기업은 많다. 매뉴얼을 만들고 백업장치를 도입한 것만으로 안심하고 있는 기업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재난이 발생했을 때 매뉴얼에 따라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실제로 훈련을 해보지 않으면 문제점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복구기간 운영자금으로 반년치 임금 준비
BCP를 도입한 많은 기업들이 피해 복구기간 필요한 운영자금 준비에 소홀한 경우가 많은 데 비해 링크는 대재난이 발생하면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에 대비해 운영자금 문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에 대해 오카다 사장은 “대지진 등으로 수개월간 매출이 정지될 가능성도 있지만 복구기간 동안 직원들에게 지급할 급여를 준비하는 것도 BCP의 일부”라면서 “우리 회사는 재난에 대비해 전 직원의 반년치 급여를 비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전화, 팩스, 이메일 등 사무환경이었다.

링크는 이 문제를 자사의 IP전화(인터넷전화) 시스템 ‘비즈텔’(BIZTEL)로 해결했다. 비즈텔은 세계 최대의 IP PBX 오픈 소스 엔진인 ‘애스터리스크’(Asterisk) 기반의 업무용 IP전화 서비스다. 링크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노트북으로 전화와 팩스를 대체했다. 사내 네트워크 접속과 메일 송수신은 가상사설망(VPN)을 거쳤다. 가상사설망을 거치면 인터넷을 사용할 때 도청 위험을 줄이는 등 보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이 실제로 책상 앞에 앉아서 일하고 있는지 여부는 인스턴트 메신저의 재석 기능이 알려줬다.

근무시간 문제도 ‘근무 중’ ‘근무 끝’ 등 메신저 스테이터스에 각자 상황을 표시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회의는 비즈텔의 전화회의실 기능과 메신저를 이용했다고 한다. 비즈텔 전화회의실은 정해진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여러 명이 동시에 통화할 수 있는 기능이다. 헤드셋을 사용하면 컴퓨터를 조작하면서 회의를 할 수 있다. 단 동시 통화인원이 너무 많으면 서로 얼굴이 안 보이는 탓에 맞장구치는 경우가 많아 목소리를 듣지 못하므로 5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전화회의실과 메신저 외에 플레이스테이션(PS)3의 비디오 채팅 기능을 활용해 화상회의도 병행할 수 있었다. PS3은 최대 6명이 동시에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데, 링크 쪽은 이번 BCP 훈련을 통해 PS3가 업무용으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함을 확인했다. 한편 오카다 사장은 훈련 결과에 만족해하며 “앞으로 재난뿐 아니라 육아휴가나 병으로 요양 중인 직원들의 재택근무는 물론 해외출장 중 또는 지사를 관리할 때도 활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IT-BCP가 뜬다
IT와 BCP(업무연속성계획)를 결합한 ‘IT-BCP’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새해 들어 IT-BCP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연이어 개최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디아이에스솔루션이 1월22일 오사카의 일본전기(NEC) 간사이빌딩에서 IT-BCP 세미나를 열었다. 정보시스템과 총무 분야 담당자를 대상으로 개최된 이 세미나는 NEC, 야마하, 재팬미디어시스템(JMS) 등 IT업체들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IT-BCP 책정 방법과 복구 대책, 전염병대책을 위한 웹·TV회의 시스템 등에 대한 전문가 강연, 10분 복구·저가·통합형 BCP 인프라솔루션과 사례 해설, NEC의 재해대책솔루션인 ‘클러스터프로(CLUSTERPRO)’ 소개 등으로 꾸며졌다. 2월8일엔 일본테크노센터에서 주최하는 ‘IT-BCP 위기관리’ 세미나가 도쿄 신주쿠 제일생명빌딩 일본테크노센터 연수실에서 열린다.

이날 세미나 목적에 대해 일본테크노센터 쪽은 “IT-BCP의 추진 책임자에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이해시키기 위해 마련했다”면서 “업무연속성의 핵심이 되는 IT-BCP에 대해 배우면서 모의 구축 체험을 통해 실무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T-BCP 위기관리 세미나 내용은 ‘IT-BCP의 기초’, 위기관리와 IT-BCP의 관계에 대해 알기 쉽게 해설하는 ‘위기관리 관점으로부터 IT-BCP의 의의’, IT서비스 연속성 전략을 책정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IT-BCP 구축의 실천’ 3개 과정으로 구성된다.

도쿄상공회 BCP 책정 강좌
도쿄상공회의소는 1월 말부터 3월 초까지 BCP 책정 강좌를 마련한다. 강좌는 1월29일과 2월8일, 2월23일, 3월5일 4회에 걸쳐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도쿄 치요다구에 자리한 토쿄상공회의소빌딩 4층 특별회의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 강좌에 대해 도쿄상공회 쪽은 “문부 과학성 지진 조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일본 수도권에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향후 30년간 70%로 추산돼 기업이 BCP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거래처로부터 BCP 책정 요구를 받는 사례도 나타난다.

앞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확산된다면, BCP를 가지지 않는 기업은 시장에 참가할 수 없게 되는 일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도쿄상공회 쪽은 또 “지난해 2번 진행했던 강좌가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BCP 필요성은 충분히 느끼고 있으면서도, BCP를 어떻게 책정할지 몰라 고민하는 소사업자 및 중소기업 경영자, 총무·방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3번째 강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강좌는 BCP 책정 때 주의해야 할 포인트와 책정 방법 등 기본을 배워서 단기간으로 BCP의 뼈대를 만들 수 있도록 소수 스터디 그룹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강좌 정원은 30명이며 참가비는 무료다.

신종플루 대응 숙박시설 매뉴얼
시즈오카현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BCP를 포함한 숙박시설 전용 신종 인플루엔자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올해 초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매뉴얼은 신종 플루 유행에 대비해 안심하고 시즈오카현을 방문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시즈오카현 호텔여관생활위생동업조합과 협력해 시즈오카현 산업부 관광국이 작성했으며, BCP 책정과 연결이 가능한게 특징이다.

시즈오카현 쪽은 “현 내 호텔이나 여관 등의 숙박시설을 대상으로 BCP 책정과 연결되는 신종 플루 대책 매뉴얼”이라며 “PDF와 MS 워드 파일로 홈페이지에 올렸기 때문에 양식 변경이 가능하며 필요한 연락처나 대처 방법 등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각 숙박시설 실정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매뉴얼을 보면, 숙박시설 종업원 각자가 신종 플루 대책을 이해하고 훈련하며, 평상시부터 예방조치를 하는 것과 동시에 실제로 신종 플루 환자가 생겼을 경우 신속하게 대응해, 숙박객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또 BCP 책정에 연결되는 신종 플루 대책에 특화한 매뉴얼로, 이 메뉴얼을 출발점으로 해서 앞으로 각 시설이 BCP 책정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길 부탁한다고 요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