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으로 1월12일 오후 4시53분쯤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에 자리한 섬나라 아이티에서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했다. 아이티는 사망자만 15~20만명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 나올 만큼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진앙지와 가까운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폐허로 변했다. 아이티 지진 발생 뒤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등 43개국에서 파견한 구조대 1700여명이 구호 활동과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였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대재앙을 맞은 아이티에 파견된 세계 각국의 구조대는 대부분 그 나라의 긴급구호 요원과 소방대원, 의료진으로 구성됐다. 우리나라도 지진피해 지역의 인명구조와 의료지원 등을 위해 1월15일 오전 소방방재청 중앙 119구조대 25명,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7명, 한국국제협력단(KOICA) 2명, 대한적십자사 1명 등 총 35명으로 꾸려진 긴급구호대를 파견했다. 우리나라 긴급구호대는 아이티에 도착한 18일부터 인명 탐색 레이더, 내시경 카메라, 구조견 등을 활용한 인명구조 활동과 의료 지원을 시작했다.

아이티 강진 이튿날 급파된 ‘UIISC’
그런데 우리나라 119구조대와 같이 긴급구조요원을 중심으로 구조팀을 구성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프랑스는 재난대응 전문가들로 구성된 군대를 파견해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정부는 아이티에 지진이 발생하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현지 시간으로 1월13일 오전 시민안전 대응참전군(UIISC·Unite d'instruction et d'intervention de la securite civile)을 중심으로 구조팀을 꾸려 파견한 것이다. 구조팀은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북서쪽으로 60㎞ 떨어진 브리뇰에 주둔하던 시민안전 대응참전군 7대대(UIISC 7) 병력과 의료진 등 90명으로 구성됐으며, 구조용 헬기와 군함 2척이 포함됐다.

한국지방자치학회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난 2008년 12월 행정안전부에서 펴낸 <주요 선진국의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 비교연구>를 보면, 아이티에 파견돼 인명구조 활동을 펼친 프랑스 시민안전 대응참전군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의 국가위기 및 재난대응 인력은 민간 인력(민간자원인력 21만6500여명, 전문소방인력 3만3500여명)·전문 인력(파리시 주둔 전문소방대 8300여명, 마르세유 해양 전문소방대 2400여명)·시민안전 상비군(1500여명)·폭파제거 전문가(300여명)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시민안전 상비군(FMSC·formations militaires de la securite civile)은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소방대원을 지원하는 공병부대 출신 등으로 구성된 소방·구조부대다. 시민안전 대응참전군(UIISC)이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특히 산불, 특별한 재난, 매몰자 구출 등에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 UIISC 요원들이 파견된 이유도 이들이 매몰자 구출 전문가들이기 때문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시민안전 위해 1968년 드골이 창설
UIISC는 1968년 드골 대통령이 창설했다. 국가방어와 함께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군 출신으로 이뤄진 재난안전 상비군을 창설한 것이다. UIISC를 창설한 드골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군 기갑사단장으로 활약했고 국방차관을 지낸 뒤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하자 영국으로 망명해 대독항전을 지휘한 전쟁영웅이다. 드골 자신이 군 지휘관 출신이어서 재난을 맞았을 때 군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UIISC는 현재 1·5·7 3개 대대로 조직돼 운영된다. 각 대대는 UIISC 1, UIISC 5, UIISC 7로 불리며 각각 노장 르 로트루(Nogent-le―Rotrou), 코르트(Corte), 브리뇰(Brignoles)에 주둔 중이다. 이들은 아이티 지진에서처럼 국제구조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1988년 3월24일 UIISC는 시민안전 상비군으로 다시 조직됐으며, 일반적으로 육군 출신 장성이 총사령관을 맡는다. 1978년 창설된 UIISC 1을 통해 UIISC 조직과 편제에 대해 살펴보면, UIISC 1의 병력은 장교 45명과 직업군인 및 계약직으로 이뤄진 준장교 129명 등 모두 650명이다.

이들은 지휘부와 물류·병참부(C.C.L), 기술중대, 현장투입중대, 신참교육중대 등으로 편제된다. 지휘부 장교들은 모두 소방대원으로 활동하는 데 꼭 필요한 기본기술교육을 이수한 전문가들로 약 75%가 기술공병 출신이다. 중대에서 평균 4~8년 동안 근무해야만 승진할 수 있다고 한다. 지휘부와 물류·병참부는 재난 발생 시 지휘 및 기술 지원, 대응정책 결정 지원 등 기본 임무뿐 아니라 대응 복구를 위한 물류지원, 재난 현장의 전자통신 시스템 지원 등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산불 진압, 피해자 구출 등 활동 영역이 다양하며 구조견도 보유 중이다.

재난안전교육 마치고 특수장비 보유
신참교육중대는 보통 육군 출신 자원병들의 교육을 담당한다. UIISC에서 근무하려면 최소한 2가지 이상 자격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2가지 자격은 군인 자격과 재난전문가로서 자격을 이른다. 이를 위해 UIISC 자원자들은 신참교육중대에서 재난안전 전문교육을 받아야 한다. 군 교육은 직간접적으로 시민 안전을 지키는 일과 경력직으로 지원하는 데 필요하고 재난안전 전문교육은 전문가로서 앞으로 자신의 직업과 관련돼 필요하다.

UIISC에 지원한 군 출신이 받아야 하는 재난안전 전문교육은 인명을 구조하고 산불을 진압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습득케 하는 전문가 양성교육이라 할 수 있다. 신참교육중대에서 재난안전 전문교육을 이수한 뒤엔 현장투입중대 또는 지휘부와 물류·병참부에 배치된다. 현장투입중대는 다양한 재난 현장에 투입돼 재난대응 및 처리, 인명구조 등을 위해 활동한다. 3개 현장투입중대 중 2개 중대는 주로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현장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하고 나머지 1개 중대의 주임무는 화생방 분야의 기술적 재난발생에 대응하는 것이다.

UIISC 대원들은 계약기간이 끝나거나 전문직으로 임기를 마친 뒤 재난관리 전문지식과 기술, 현장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 등을 살려 일반소방대원으로 활약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UIISC 1의 기본 장비는 화재 현장에서 필요한 방화복을 비롯해 매몰자 구조를 위해 굴착기를 장착한 구명복, 화학방사능 탐지복 등 5가지 특수복장과 의료장비, 식수 및 음료 공급장비 등 휴대장비, 재난현장에 투입하기 알맞은 특수차량 140대, 무전기 300대 등이다.

산불이나 다른 재난이 발생하면, UIISC는 1시간 안에 약 100명을 재난현장에 투입해 산불 확산 방지, 기타 재난에 따른 방어조치, 물류지원 및 의료지원 등을 할 수 있다. 또 3시간 안에 다른 현장투입중대들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UIISC 대원 1명의 재난현장 대응시간은 보통 150~200일이며, 각 중대는 응급수술을 위한 의료차량, 기술적 재난 처리를 위한 특수차량, 식수 오염에 대비한 식수공급차량 등을 보유해 현장에서 신속한 재난대응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우리도 재난안전군을 창설하자”
“군의 장점을 활용해 재난에 적극 대응한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나아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진항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이 인터넷 커뮤니티 ‘한국전략아카데미’(http://home.freechal.com/strategyincyberspace)에 올린 글의 일부다. 행안부에서 재난안전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진항 실장은 틈이 날 때마다 재난안전군 창설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김 실장이 재난안전군 창설을 주장하는 이유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재난현장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조직이 군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평소 재난에 대한 교육훈련을 받은 군부대가 기존 시스템이 파괴된 재난 현장에서 현지민의 도움 없이 피해복구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조직이다”고 밝혔다. 재난안전군을 창설하면 “가장 기동성이 뛰어나고 체계적 대응이 가능한 재난 대응 조직이 될 수 있으며, 기존의 재난 대응 조직이나 자원봉사자로는 불가능한 특수지역에서도 재난 복구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티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튿날 새벽(13일 오전 7시)에 바로 아이티행 항공기에 오른 프랑스 UIISC처럼 국제구호활동을 펴는 데 재난안전군이 효과적일 것으로 김 실장은 보고 있다. “외국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재난안전군을 파병한다면 파병의 어려움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지원을 받는 국가와 돈독한 우의가 생겨 국익증진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김 실장은 ‘재난 발생 시 현재의 군을 그대로 투입하면 되지 무엇 때문에 별도의 재난안전군을 만들 필요가 있나?’란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민지원 차원이어서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재난안전군을 창설하면 재난현장뿐 아니라 군작전에 활용할 수 있으며, 일자리 만들기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재난안전군을 창설해 재난 대응에 대한 전문적 교육과 훈련을 시킨다면, 미래 전장에서 도시지역 작전이나 후방지역 작전 또는 평정작전 내지 안정화 작전에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게다가 재난안전군에서 복무한 장병은 전역 후 재난안전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다. 이러한 인력이 많아지면서 우리 사회는 더욱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