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노른자와 파를 송송 썰어 넣고 보글보글 끓인 라면을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마시거나, 혹은 가슴까지 시원할 것 같은 생맥주를 단숨에 삼키고 통통한 닭다리를 뜯는 모습을 오늘 밤 TV에서 본다면 당신은 어떻겠는가. 아마 잠도 달아나고 먹고 싶다는 생각을 쉽사리 떨쳐 버리기 어려울 것 같다. 실제 직장인 10명 가운데 6명은 밤 10시 이후 심야시간대에 TV에서 음식이나 먹는 장면을 보면 식욕이 당겨서 야식을 먹는다는 흥미로운 통계가 나왔다.

이는 최근 종합언론홍보마케팅회사인 ‘프레스 홀드’와 배를 촉진해 몸속 질병을 진단하는 ‘부천 한의원(원장 노영범)’이 서울시내 직장남녀 138명을 대상으로 ‘심야시간대 TV시청과 식습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한 결과다. 56.5%(78명)의 응답자가 심야시간대에 음식이나 먹는 장면을 TV에서 보게 되면 해당음식 혹은 다른 음식 등 야식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야식을 먹지는 않았지만 ‘식욕은 당겼다’는 응답자도 28.3%(39명)를 기록했으며, ‘식욕 당김도 없었다’는 응답은 15.2%(21명)에 그쳤다.

설문에 참여한 전체 응답자들은 심야시간대에 음식장면이 가장 많이 나오는 TV프로그램 유형을 ‘드라마(50%/69명)’로 꼽았다. 예능·오락 또한 39.1%(54명)로 많았으며, 홈쇼핑과 광고 8.7%(12명), 2.2%(3명)가 ‘다큐’라고 대답했다. 부천한의원 노영범 원장은 “음식을 보거나 소리를 듣고 식욕이 당기는 것은 ‘기억 속에 저장된 정보’가 자극을 받기 때문이며 공복일수록 그 자극은 더 심해져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되도록 밤에 TV를 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케이블방송의 채널이 많아지고 영향력이 커진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 재방송이 많을 뿐만 아니라 특히 인기 드라마와 예능·오락 등 가장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밤 10시에서 새벽 2시경 사이에 내보내는 경향이 있다. 또한 회사에서의 과다한 업무와 술자리 등이 늦은 귀가로 이어진 ‘저녁형 인간’들이 자기 전에 TV를 켜는 습관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78명의 야식족들이 선택한 최고의 메뉴는 ‘보쌈 및 치킨 등 고기류(41%/32명)’였다.

이어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 27%(21명), 야채와 과일 15.4%(12명), 밥과 반찬 6.4%(5명), ‘햄버거 피자 등 빵류’와 ‘아이스크림’이 둘 다 3.8%(3명), 기타 2.6%(2명)순으로 집계됐다. 한 주에 먹는 횟수에는 1회가 69.2%(54명)로 가장 많았으며, 2회 23.1%(18명), 3회 이상 7.7%(6명)순이었다. 하지만 ‘야식을 먹고 나서 곧 후회했다’는 대답이 37.2%로 단순한 배고픔보다는 갑작스런 식욕을 참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포만감에 기분이 좋았다’는 대답이 44.9%(35명)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가운데 9명은 거식증과 폭식증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식은 다음날 후유증으로 이어졌다.

가장 많은 28.2%(22명) 응답자가 ‘얼굴이 많이 부었다’고 대답했으며, ‘소화불량’ 24.3%(19명), ‘식욕이 떨어짐’ 19.2%(15명), ‘별 이상이 없다’ 10.3%(8명), ‘몸이 무겁고 변비’ 9%(7명), ‘방구를 자주 뀐다’ 6.4%(5명), ‘설사를 한다’ 2.6%(2명)순으로 후유증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노영범 원장은 “야식을 먹고 소화를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잠을 잘 경우 복부에 노폐물이 정체되는데 지속되면 가장 먼저 간의 해독기능을 떨어뜨리고 피를 탁하게 만들어 여드름 등 피부병을 유발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식이장애와 수면부족까지 일으켜 신체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노 원장은 또한 “잦은 야식으로 이미 나쁜 증상들이 몸에 나타났다면 소화를 방해하는 야식 대신에 약간의 야채와 과일 혹은 차라리 물을 마셔 습관적인 공복감을 서서히 없애야 하며, 자주 피로하거나 간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것을 느낀다면 검정콩을 메주처럼 발효시킨 ‘향시’를 수시로 복용하거나 전문가로부터 ‘향시’를 넣은 한약처방을 받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설문조사에도 74.4%(58명)의 응답자는 야식을 먹은 다음 1~2시간 안에 잠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잔다’는 응답자도 20.5%(16명)였으며, ‘3~4시간 후 소화를 시킨 다음’은 5.1%(4명)에 그쳤다. 잠자기 4시간 전에는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야 간의 부담을 덜어주고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 재난포커스 - 이종근 편집장  tomaboy@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