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 방재연구소 소장 광운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제15회 과학기술 최우수 논문상 대한 건축학회 학술상

90년대 중반 우리는 성수대교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와 2000년대 태풍 매미.나리의 내습, 대구지하철 화재사고를 겪으면서 재난에 있어 예방과 경감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 개청 등 종합적인 재난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부산사격장 화재, 이천 냉동창고 화재, 숭례문 화재사고 등을 보면서 아직까지 예방중심의 재난관리체계는 멀게만 느껴진다.

노동부 2010년 업무계획에서 산업재해 감소를 통한 사회적 비용 절감방안으로 제조·건설업 등에 대한 ‘위험성평가 제도’시범사업실시, 50인 미만 산재취약 81만개소 사업장에 대한 교육·재정·기술 패키지지원, 안전보건문화 확산을 위한 ‘1사1안전 지키기 운동’을 제시하였다. 이중 노사자율적 안전보건관리체제로의 점진적 전환을 위해 실시하는‘위험성평가 제도’시범사업을 3천개소 사업장에 시범 실시한다고 한다. ‘위험성평가 제도’는 사업장내 위험요인을 잘 아는 노사가 협력하여 지속적인 유해·위험요인을 발굴·개선과 종합적인 안전관리 활동이다.

사업장의 위험성평가 제도는 산업안전 및 건설안전 분야에서는 기본적인 안전관리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기업과 대형건설현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노동부의 PSM(Process Safety Management)제도와 지식경제부의 SMS(Safety Management System)제도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화학 산업과 가스 산업 중심으로 활성화 되어 있다. Heinrich는 사고방지 5단계(조직-사실발견-조사·분석-대책선정-대책적용)에서 제2단계로 사실의 발견을 제시하며 위험성평가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것은 발견되는 불안전한 요소에 대해서는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발견되지 않은 위험은 사고발생 때까지 방치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따라서 위험발견을 위한 위험성평가는 안전관리에 있어서 핵심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으며, 안전관리뿐만 아니라 재난관리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이런 점에 노동부의 전사업장에 위험성평가 제도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실시는 매우 환영할 일이다.

기업 외적인 위험요인관리의 중요성은 이미 1992년 허리케인 앤드류에 의해 재해/재난에 대해 적절한 대비 태세를 갖추지 않은 기업 중 80%가 도산함으로써 입증되었다. 미국 가트너사(Gartner)에 의하면 업무재개 및 복구계획이 없는 기업의 경우 약 40%가 5년 이내에 파산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결과 금융업의 경우 2일, 유통업은 3.3일, 제조업은 5일 이상 복구가 지연되면 그 중 25%는 바로 파산, 40%는 2년 내 파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92년 이전 기업의 위험관리는 경영적 측면과 산업안전 측면에서 별도로 이루어졌으나 오늘날에는 국내외 경영환경변화, 이윤보전을 위한 손실제어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재난으로부터 경영안전성 확보 등으로 인하여 안전경영시스템 및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의 운영필요성이 국내외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기업의 재난관리체계는 국내외적으로 안전관리 성과를 인정받는 인증체계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과 사업파트너인 국내기업에게 ‘BS 25999(비즈니스 연속성 관리, 영국표준)’ 인증을 요구하기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BCP에 대한 개념이 금융 분야와 IT분야에 한정되어 있으며, 국내기업의 BCP 도입 율은 저조한 실정이다. 2006년 11월 ‘BS 25999’ 발표 이후 2009년 현재까지 전 세계 22개국 약 140개사가 인증을 취득하고 있으며, 이 중 국내기업은 3개사가 포함되어 있다. BCP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업무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핵심서비스와 제품 생산 활동을 적시에 복구하며 원활한 기업 활동을 도모하기 위한 경영복구계획이라 할 수 있다.

위험성평가 제도와 BCP의 운영내용은 기업에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위험요인을 발견하고, 평가하여, 위험요인을 제거하거나, 재난으로부터 피해를 경감하고자 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단지 차이라면 위험요인에 대한 범위의 차원이다. 향후 기업의 안전관리 및 재난관리는 인증체계 중심으로 재편 될 것이 예상된다. 과거 ISO 9000(품질경영시스템)과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 및 OHSAS 18000(직장안전보건경영시스템, Occupational Health and Safety Assessment Series)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각국 및 다국적 기업에서는 사업파트너로써 건전성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개별국가의 ‘BS 25999’와 같은 독자적인 인증체계 구축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안전관리인증에 대한 국가적 지원체계와 독자적 인증체계를 갖지 못할 경우 국외기관에 상당한 인증비용 지불이 예상된다. 이러한 시점에 노동부의 위험성평가 제도 도입이 산업안전측면의 재난예방과 더불어 기업경영측면에서 BCP 체계 구축과 함께 이뤄진다면 상호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으리라 본다.

또한 국가차원에서도 안전인증체계 도입을 통해 안전관리 책임주체가 자율적으로 안전수준을 향상시키도록 지원하고, 이를 대국민 안전수준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국제사회의 안전관리환경변화를 선도하면서 기업 내 산업재해 감소와 기업의 국외활동까지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BCP의 최근 국제적 동향을 살펴보면 지속가능경영, 전사적 위험관리, 규제 등 다양한 목적과 연계되어 BCP가 수립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Substantiality)는 기업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의미한다. Dow Jones에서는 매년 각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관련지수(Dow Jones Substantiality Index Assessment)를 발표하며 경제부분평가에 있어 BCP체계 구축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전사적 위험관리(Enterprise Risk Management)는 재무리스트 외의 비재무 리스크 위협 증대로 인한 전사적 차원의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인식되어 행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인 S&P에서는 2009년부터 ERM 체계를 기업 신용평가시 적용키로 하였으며, BCP를 평가항목에 편입시켜 향후 BCP 구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규제는 사회적 금융시스템 전반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재해 및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바젤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에서는 BCP 수립을 규제와 했다. 이러한 BCP의 국제적 동향을 살펴볼 때 국내기업의 BCP 수립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의 신종인플루엔자의 위협, 파업 및 점거 등에 따른 피해, 자연재해의 증가, 기술적 위험 및 IT사고 발생의 증가 등 신종위험요인에서 기업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BCP에 도입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BCP 인프라의 미흡으로 인해 국내여건이 성숙되지 못한 상황이며, 또한 전문인력이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이러한 시점에 노동부의 ‘위험성평가 제도’ 도입은 국가적으로 BCP확대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미 PSM, SMS 등 제도를 운영하며 구축된 위험성평가 인프라를 BCP 인프라로 확대한다면 국가적으로 BCP 인프라 구축비용을 절감하면서 쉽게 BCP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프라 구축이 빨라지는 만큼 기업의 안전성 및 건전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BCP확대를 통해 기업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기업의 재난대응능력 향상과 더불어 국가전반에 방재역량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 재난포커스 - www.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