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평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정책과 서기관

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모든 이의 새해는 소망으로 시작된다. 특히, 올해는 60년만에 돌아오는 백호랑이 해로 그간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하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는 기대감이 넘치는 해이기도 하다. 가정에서 ‘가화(家和)’가 ‘만사성(萬事成)’이라면 국가엔 ‘안전(安全)’이 ‘만사성(萬事成)’에 이르는 근본이라 할 만큼 안전한 사회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안전은 지난 세기 압축적 근대화 과정과 떼어놓고 논의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발전은 선진국을 빨리 따라잡기 위해 경제 발전을 최고의 가치로 보고, 1960년대 이후 정부 주도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위해 매진한 ‘압축적 근대화’가 근간이 되었다.

국가 주도의 압축적 근대화가 부추긴 속도 효율의 전쟁 속에서 국가 차원의 안전에 대한 고려는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성수대교 붕괴(1994), 삼풍백화점 붕괴(1995),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1995), 대구지하철 방화(2003), 태풍 매미(2003), 태풍 에위니아(2006), 태안 기름유출사고(2007), 숭례문 방화(2008) 등 자연적·인적 재난에 형편없이 취약한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위기관리체제의 부재 현상은 대한민국을 각종 재난의 백화점과 같이 인식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국민들의 불안 의식은 매년 증가하는 상황을 빚게 되었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안전 문제는 다른 어떤 사회 문제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한국 사회를 근대화가 극단적으로 실험된 데다 최첨단 정보사회의 영향이 중첩된 특별히 위험한 사회”로 규정하였듯이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대내·외적인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과거보다 더욱 더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한 새로운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기존 안전을 위한 서비스를 국가에 위임하고 국가 중심으로 제공하던 것을 국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며 안전관리에 대한 권한도 중앙에서 지방으로 분산되어야할 필요가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에서는 안전·안심·안정된 지역을 만들기 위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합심·노력하는 안전공동체를 형성해 각종 안전사고와 재난 예방을 위한 환경을 개선을 목적으로 ‘안전도시’ 사업에 착수하였다.

안전도시 사업은 기존의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과 복구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재난관리를 벗어나 안전·안심·안정의 새로운 안전관리 패러다임에 기반한 정책 도입을 통해 사회위험에 따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2009년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9개 지역(전북 익산시, 경기 과천시, 충남 천안시, 강원 횡성군, 전남 장흥군, 경남 함양군, 대전 대덕구, 광주 남구, 대구 동구)을 시범 자치단체로 선정하고 인센티브로 5억원씩을 배정하여 안전과 관련된 각종 사업을 추진토록 하고 있다.

비록 5억이라는 많지 않은 예산으로 지방자치단체를 바로 안전한 도시로 전환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이것이 일단 안전도시 만들기에 작은 불씨가 되고 나아가 대한민국에 안전문화가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안전도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시기,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수해, 화재, 산불 등 전통적 재난관리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항상 발생하는 범죄, 교통사고 등에 대한 중점관리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

안전도시 사업은 물질적인 위험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느끼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해소해 안심하며 살 수 있는 지역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의 사회적 복원력을 증대시켜 갑작스런 사고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지역사회 구축을 지향한다. 또한, 정부의 획일적 리더십보다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자발적이고 지역의 특성에 적합한 창의적 안전관리를 지향하고 경찰, 소방, 시민단체, 재난관리 책임기관 등 지역 공동체의 위험관리 기관간의 협력을 통한 안전도시 거버넌스를 추진해야 하며 정부의 동원에 의한 수동적 참여보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민·관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행정안전부에서는 안전도시 시범 자치단체로 선정된 9개 시·군·구의 사업 결과를 반영하여 시·군·구별 지역특성에 부합하는 안전도시 성공모델을 개발 보급하고 특히 각 자치단체별로 안전도시 추진을 위한 운영매뉴얼을 마련하여 자치단체 스스로 안전수준을 향상시킬수 있도록 유도하며 이에 대한 평가를 통해 안전도시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국내외 안전도시 협력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안전한 나라’ 건설을 도모하는데 주력해 나갈 예정이다.

덧붙여 안전의식 미성숙과 안전불감증에 의해 발생한 각종 사고 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성공적인 안전도시 사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국민 안전의식 제고 및 안전문화 운동 활성화 사업도 병행하여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안전’에 대한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2010년 경인년 새해를 맞이하여 안전도시 사업을 통해 우리 주변의 위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G-20 정상회의 개최와 함께 안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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