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원천은 무엇일까? 기업의 위기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 만약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기업의 위기관리는 정확히 예측해 미래에 대비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가 누구나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마저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수십 년간 진행하고 있는 유명한 다트콘테스트는 미래의 주가 예측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말해준다. 이 잡지는 매년 초 유명한 저널리스트들이 선정한 종목들과 훈련된 원숭이들이 다트를 던져서 무작위로 선정한 종목들 간의 수익률을 그 해 말 비교한 결과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1900년대 초부터 약 80년간의 콘테스트에서 저널리스트들이 선정한 종목의 수익률이 높았던 경우는 60%가 채 되지 않는다. 또 다른 예로, 미국은 허리케인의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통해 미 동부해변의 허리케인 상륙지점을 예측하고 있다. 80년대에 허리케인 상륙지점의 오차는 평균 60마일이었고, 슈퍼컴퓨터의 성능이 수십 배 향상된 90년에 들어와서는 49마일의 오차가 존재했다(우리나라로 치면 부산으로 상륙한다는 태풍이 포항이나 그 위쪽으로 상륙한다는 말이다).
1900년대 중반 허드슨 연구소의 회장인 허만 칸 박사는 그의 저서 ‘기원 200년: 20세기 중에 예상되는 100개의 기술혁신’에서 발굴이나 채굴에 핵폭발을 이용하게 될 것, 기상/기후 조절 능력을 갖게 될 것,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의 인간 동면이 가능해지고, 노화 억제 및 회춘의 가능성, 영구 유인 우주선과 달 정착, 바다속 주거 및 식민지화가 가능해질 것 등을 포함한 100개의 기술이 20세기 중에 구현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실제로 아직까지 구현된 것은 없다. 그가 예측한 100가지 기술 중 30% 만이 실제 2000년 전에 출현했다.
그래서 아마도 세계적인 석학인 피터 드러커 교수는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것은 자신의 신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라는 말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미래의 예측자체가 어려운 것일수록 기업을 이끌어나가는 경영자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극단적으로 어떤 경영자는 어차피 미래는 불확실해서 예측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직감에 의한 결정을 하게 될 수도 있으며, 불확실성을 무시한 경영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물론 극단적인 두 가지 방법 모두 적절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다행히도, 불확실성하에서의 의사 결정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불확실성의 수준에 따라 미래를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경우에 맞는 분석 및 예측기법들을 활용하고 있다. 첫 번째는 미래에 대한 어느 정도 일치된 인식하에서 그에 기초한 예측을 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20년 후의 우리나라의 인구 변화가 산부인과와 소아과의 환자 감소, 그리고 연금 고갈의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확실성을 가정한 미래의 경우, 기업은 전략수립을 위한 도구로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5-forces 모델이나, SWOT 분석 등의 도구를 사용하여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미래의 상황이 몇 가지 유형 중 어느 하나가 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초기 VTR 시장에서 VHS 방식이 표준이 될 것인가? 아니면 베타 방식이 표준이 될 것인가 예측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게임 이론과 같은 의사결정 분석 기법들이 활용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어느 정도 범위는 존재하지만, 일방적으로 어느 한 방향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수립하는 어려운 유형이다. 자동차 연료로 Hybrid 자동차가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데, 어떤 형대로 발전할 것인가? 혹은 방송과 통신, 금융이 융합될 것으로 보이긴 하는데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가? 등이 이러한 유형의 불확실성에 해당한다.
마지막 유형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근거가 거의 없는 경우로 사실상 예측이 어렵거나 무의미한 경우이다. 매킨지 컨설팅의 보고서에 의하면, 실제 기업경영활동에서 나타나는 불확실성의 유형은 첫 번째 유형이 반 정도를 차지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가 비슷한 정도로 비율을 차지한다고 한다. 사실상 완전히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불확실성은 위험의 원천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적절한 방법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면 이는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선진 기업들은 어떻게 불확실성을 줄여서 앞서 나갈 수 있었을까? 몇 가지 알려진 방법들이 있다. 먼저 고객의 취향변화(고객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으로 고객과의 시간차를 줄이는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에 의하면, 1990년대 일본 자동차 회사가 미국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을 앞서 나갈 수 있었던 한 가지 요인으로 신차 개발에 걸린 기간을 들고 있다. 일본이 평균 2년에 한 가지 모델의 신차를 시장에 내놓는 반면 미국 회사들은 평균 4년이 걸렸다. 또한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자라(Zara)는 2주안에 신제품의 디자인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두 번째는 수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주문 생산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1990년대 PC 시장은 너무나도 당연히 계획 생산 방식으로 인식되던 시장이었다. 그러나 주문생산 방식을 표방한 Dell의 등장으로 시장은 급격하게 변화했으며, Dell은 시장에 등장한지 몇 년 되지 않아 전 세계 PC 시장 1등 기업으로 올라섰다. 패션 브랜드 베네통은 다양하고 톡톡 튀는 색상의 제품을 유행에 맞춰 시장에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떤 색이 유행할 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색깔만 남기고 반제품 형태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가 시장 반응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세 번째로 연구개발 분야에서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방법으로, 여러 가능한 기술에 대한 분산 투자를 들 수 있다. 재무적인 관점에서는 원치 않는 구체적 사안이 발생하여 특정 결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자본 투자를 통한 방법이 있다. 이 외에도 연구개발이나 시장조사 등을 통해 불확실성을 단계적으로 조절해나가면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기업에게는 위기가 될 수도 혹은 정반대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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