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산청군은 지리적 여건상 여름철 더위를 식히기에 알맞은 계곡과 하천이 많은 고장으로, 매년 물놀이 인명피해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군수의 특별한 관심을 바탕으로 경찰서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면서, 지난해엔 단 1건도 물놀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여름철 물놀이 안전관리 분야 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에 대한 공로로 주무부서 책임자가 재난안전관리 유공 녹조근정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민족의 영산’ 지리산 동남쪽에 자리한 산청군은 대원사계곡, 중산리계곡, 백운동계곡, 거림계곡, 내원사계곡, 고운동계곡, 선유동계곡 등 이름난 계곡이 즐비해 여름철 수많은 피서객이 몰려드는 고장이다. 계곡뿐 아니라 래프팅 명소로 유명한 경호강과 지리산 천왕봉 아래 대원사계곡과 중산리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만나 강을 이룬 덕천강 등도 여름철 물놀이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 가운데 대원사계곡은 지난 98년 여름 갑자기 쏟아진 게릴라성 폭우로 28명이 숨지는 참사가 빚어진 곳이다. 2008년에도 여름철 물놀이 사망자가 7명이나 발생했다.

군수가 토·일요일 현장 찾아 안전점검
산청군 관계자는 “물놀이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7월15일부터 8월15일 사이에 산청군 관내 계곡과 강에만 150~200만명이 찾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지난여름 단 1명도 물놀이 인명피해가 생기지 않았던 데는 이재근 산청군수의 남다른 관심과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크게 이바지했다. 이재근 군수는 지난해 물놀이 안전관리 특별대책기간(6월1일~8월31일)에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홍보용 방송테이프 50개를 제작하고 산청경찰서와 각 읍·면에 배부하도록 특별 지시했다.

이 홍보용 방송테이프들은 주요 행락지에 설치된 방송시설과 경찰 순찰차, 119구조대 스피커 등을 통해 실시간 방송되면서 소홀하기 쉬운 안전의식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게 산청군 재난관리 관계들의 설명이다. 물놀이 안전관리 유공 녹조근정훈장을 수훈한 최재민 건설과장은 특히 경찰 순찰차를 활용한 홍보가 큰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최 과장은 “일반 공무원들이 다른 지역에서 온 피서객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할 경우 시끄럽다고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업무 특성상 경찰의 말은 피서객들이 무시하지 못하고 순순히 받아들이기에 생각보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군청직원과 안전관리요원 만으론 넓은 지역을 모두 관리할 수 없거니와 자칫하면 술 취한 피서객과 충돌을 빚을 소지도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재난관리를 위해선 경찰서 등과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유관기관과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놀이 안전관리에 대한 이재근 군수의 관심은 특별 지시로만 끝나지 않았다.

이재근 군수는 토요일과 일요일 물놀이 취약시간대인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많은 피서객이 몰리는 물놀이 장소를 직접 방문해 시설물 안전을 점검하고 안전관리요원들을 격려했다. 군수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현장감 있는 방재활동을 실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산청군청 관계자는 “단체장이 휴일에 쉬지 않고 직접 현장에 나와서 활동하는 데 아랫사람들이 허투루 할 수 있겠느냐”며 “단체장이 꼼꼼히 챙기면 그 만큼 효과를 거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 최초 재난문자전광판 설치 예정
산청군이 물놀이 안전관리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데는 이재근 군수의 남다른 관심과 함께 한발 앞선 대응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산청군은 신종 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피서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재난안전대책에 총력을 기울였다. 산청군은 3월에만 산청경찰서, 진주소방서 산하 산청119안전센터와 지리산산악구조대, 산청교육청, 국립공원지리산관리사무소 등과 물놀이 안전대책수립을 위한 간담회를 3회 개최했다.

이를 통해 안전관리인력 배치와 안전시설 설치, 안전의식 홍보계획 등에 대한 문제점을 논의하고 향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눔으로써 미리 대비한 것이다. 또 안전관리요원의 활동이 최선의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책이란 판단에 따라 경찰 12명과 민간수상요원 14명, 산청군 자체예산으로 물놀이 안전관리요원 24명을 배치했다. 그밖에도 국립공원관리사무소와 함께 재해경보시설 44개소에서 매일 3회 이상 물놀이 취약시간대에 홍보방송을 하고 물놀이 안전표지판과 위험지역임을 알리는 현수막, 물놀이 안전시설 부표 등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올해도 물놀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난해 못지않은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산청군은 물놀이 안전관리 외에 다른 재난안전 사업에 힘을 기울여 왔으며 앞으로도 여러 가지 계획을 추진중이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경호강 등을 대상으로 하천정비사업을 시행한 것을 비롯해 2억원을 투자해 읍·면 직원과 이장·반장 등 1500명에게 재난음성메시지를 발송할 수 있는 자동음성통보시스템도 구축했다. 올해는 전국 최초로 자체예산 5억5000만원을 투입해 대형 재난문자전광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너비 7.2m, 높이 4.8m에 달하는 재난문자전광판을 차량 통행이 가장 많은 도로 옆에 세워서 산청군민뿐 아니라 산청군을 찾거나 지나가는 국민에게 시간대별 재난상황을 안내하기 위함이다. 이에 대해 최재민 과장은 “이재근 군수를 포함해 우리는 재난안전 관련 예산을 아끼지 않는다”면서 “자연재해와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는 모두 노력하면 막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