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밀양시는 봄이 시작되는 3월 초순부터 얼음이 얼기 시작해 7월 중순까지 녹지 않는다는 얼음골(천연기념물 제224호), 무더운 한여름 더위를 식히기 딱 알맞은 표충사계곡과 밀양강 등 여름철 물놀이 장소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 때문에 매년 여름이면 수많은 피서객이 찾아와 2007년까지 물놀이 인명피해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으로 물놀이 인명피해 제로(ZERO)화 목표를 달성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밀양시 남쪽은 밀양강 유역 너른 평야지대가 펼쳐지지만 북동쪽은 화악산, 가지산 등이 둘러싸 험준한 산악지대를 이룬다. 이들 높은 산에서 맑고 시원한 물이 남쪽 평야지대로 흘러내리는 탓에 얼음골, 표충사계곡, 호박소, 석골사계곡 등 이름난 피서지가 즐비하다. 게다가 밀양역엔 경남지역에서 유일하게 KTX가 정차하고 국도 24, 25호선이 밀양시 중심부를 통과하는 등 교통여건이 좋아서 여름철이면 다른 고장에서 수많은 피서객들이 밀양을 찾고 있다. 밀양시 재난관리과 관계자는 “한여름 피서철이 절정을 이룰 땐 얼음골과 표충사계곡에만 하루 7000~8000명씩 찾는다. 밀양강, 호박소, 석골사계곡 등을 합치면 족히 수만명에 이를 것이다”고 말했다.

시장이 물놀이안전대책협의회 주도
지난해 소방방재청 여름철 물놀이 안전관리 분야 평가결과 밀양시는 1위 산청군에 1점 뒤진 143점으로 186개 시·군·구 가운데 2위를 차지해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점수에선 뒤졌지만 산청군에 앞서 2008년에도 물놀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만큼 안전사고 줄이기에 힘을 기울였다. 물놀이 안전관리와 관련해 2년 연속 목표를 달성했지만 밀양시에서도 2007년까지 매년 물놀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2006년 5명, 2007년 3명 등 10년간 무려 50명이 밀양시 관내에서 여름철 물놀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에 엄용수 밀양시장과 재난관리 담당자들은 물놀이 인명피해 제로화를 목표로 정하고 여러 가지 대책을 세워 추진했다. 이에 대해 밀양시청을 찾아가 만난 박용보 재난관리과장과 정종극 계장도 “관심과 의지가 있으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특히 재난관리에 대한 지자체장의 관심 여부에 따라 예기치 못한 사고도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밀양시가 ‘2년 연속 물놀이 인명피해 제로화’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데는 엄용수 시장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다.

엄용수 시장은 ‘2년 연속 물놀이 사고 없는 행복도시구현’을 지시하고, 이를 위해 지난해 6월3일 시장을 회장으로 하는 물놀이안전대책협의회를 구성·운영하며 물놀이 안전관리에 앞장섰다. 물놀이안전대책협의회는 안건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회의를 개최했다. 8월17일엔 물놀이 사고 2년 연속 제로화 달성을 위해 철저한 근무를 지시했다. 시장지시 내용은 물놀이 위험 취약지 수변안전요원 정위치 근무 철저, 휴일 물놀이 사고예방 근무자 순찰활동 강화, 물놀이 안전구조장비 유지관리 및 물놀이 주변지역 환경관리 철저 등이다.

엄 시장은 또 8월14~16일 사흘 동안 부시장과 함께 간부공무원 물놀이사고예방 취약지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수변안전요원 근무, 안전구조장비 관리, 현장지휘소 운영, 유관기관 활동사항 등을 점검하고 물놀이 사고예방 자원봉사자와 수변안전요원들을 격려했다. 이에 앞서 휴가기간인 8월2일 일요일에도 활성 밤밭 등 물놀이 취약지역 5개소를 방문해 안전시설 등을 점검하고 현장 근무자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시비로 아르바이트 안전구조요원 운영
2년 연속 물놀이 인명피해 제로화 목표 달성에 대해 박용보 재난관리과장은 “행락객이 찾지 않는 겨울철에 중장비를 동원해 과거 인명피해가 자주 발생했던 웅덩이를 메우는 등 안전사고 위험요인을 미리 없애기 위해 노력한 게 큰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밀양강에 야외수영장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밀양시는 위험지구를 정비하고 안전한 물놀이 장소를 마련하는 등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했다.

피서철 전에 미리 안전사고 위험 취약지구에 대한 일제조사를 실시해 특정지구를 지정 관리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예방활동 가운데 하나다. 밀양시의 물놀이 안전관리 대책과 관련해 눈에 띄는 점은 과감한 예산투자다. 지난해엔 연초부터 1억6466만원을 투자해 안전요원을 확보하고 홍보물, 부표안전선, 구명장구 등을 설치했다. 특히 2008년과 달리 지난해엔 별도로 예산을 확보해 대학생 아르바이트 안전요원 31명과 희망근로 안전요원 6명을 배치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이에 대해 정종극 계장은 “대학생과 희망근로 안전요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킨 뒤 안전사고 취약지구에 배치한 게 효과적이었다”며 “안전요원을 통해 취약지구를 관리하면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사고에 대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환경을 관리하고 피서객들에게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관리자 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밀양시에선 대학생 아르바이트 30명과 희망근로대상자 6명 외에도 재난관리과를 비롯한 밀양시청 직원 30명, 시민수상구조대 44명 등 모두 111명이 7월10일부터 8월21일까지 휴일을 뺀 한 달간 물놀이 수변안전요원으로 활동했다. 정종극 계장에 따르면, 지난해엔 시비 3726만원을 들여 대학생 아르바이트 안전구조요원을 운영했으며,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자체 예산과 안전구조요원을 확보해 운영할 계획이다. 그밖에도 밀양시는 7월10일부터 8월30일까지 5개 유원지를 지정해 주부 민방위 기동대원들을 통해 매주 수~일요일 물놀이 사고 예방 활동을 실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