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143, 155.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여름철 물놀이 도중 목숨을 잃은 사람 수다. 매년 평균 148명의 아까운 생명이 어이없게 익사한 것이다. 물놀이 사망자 가운데는 특히 10~20대 젊은이들이 가장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엔 물놀이 사망자가 3년 평균 대비 46%, 전년대비 44%에 불과한 68명으로 크게 줄었다. 소방방재청(청장 박연수)이 6~8월 석 달간 ‘여름철 물놀이 인명피해 절반 줄이기 종합대책’을 중점시책으로 추진해 거둔 값진 성과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란 이유로, 지방자치단체는 물놀이 사망자 대부분이 지역 주민이 아닌 외지인이란 이유로 관심이 소홀했다.” 2008년까지 평균 150명 가까운 물놀이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소방방재청 쪽은 이렇게 설명했다. 소방방재청에서 물놀이 인명피해 원인 등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자신이나 보호자의 과실로 사망했으며, 물놀이 사망자의 90% 이상이 다른 지역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고 원인으로 조사된 안전수칙 불이행, 높은 파도(급류), 심장마비, 음주 등은 모두 자기 과실에 해당된다. 소방방재청은 물놀이 인명피해가 끊이질 않았던 또다른 원인으로 “그동안 인명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만 했을 뿐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비방안 없이 막연하게 대처해 인명피해가 꾸준히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6~8월 물놀이 안전관리대책 추진
물놀이 인명피해 원인 분석을 마친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처음으로 ‘여름철 물놀이 인명피해 절반 줄이기’ 목표를 정하고 전국 지자체와 함께 ‘여름철 물놀이 안전관리대책’을 6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3달간 추진했다. 대상지역은 물놀이 안전사고가 잦아 특별관리 지역으로 정한 84개 시·군·구(666개 지구)를 포함해 전국 186개 시·군·구였다. 사실 대부분 자기 과실로 일어나는 안전사고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태풍·기습폭우처럼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는 말 그대로 자연의 힘에 좌우되므로 피해가 들쭉날쭉하다. 예컨대 올해 큰 태풍이 우리나라를 강타해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내년에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하지 않고 멀리 비껴가면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름철 물놀이 안전사고는 무더운 여름이란 계절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매년 꾸준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가 시간이 많아지고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전국토의 계곡과 강, 바다가 물놀이 장소가 된지 오래여서 안전관리를 더욱 어렵게 한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재난관리 범위 따라 점, 선, 면으로 비유할 수 있는데, 얼핏 점(특정한 장소) 또는 선(하나의 긴 강)만 잘 관리하면 물놀이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 거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름난 계곡·강·해수욕장이 아니더라도 오늘날 여름철엔 전국토가 물놀이장이라 할 만큼 어디를 가나 피서객들로 넘쳐난다. 물놀이 안전관리 범위가 면이란 뜻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물놀이 안전관리가 어려운 일이어서 1년 만에 물놀이 인명피해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목표에 대해 무리라는 소방방재청 내·외부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은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마련해 시행에 돌입했다. 소방방재청이 추진한 주요시책으론 안전장비 구입비 국고보조와 특별교부세 지원, 전담 태스크포스(T/F)팀 및 시·군·구 담당관제도 운영, 희망근로 프로젝트와 연계한 안전관리요원 배치, 민관협력 한국재난안전네트워크 운영 및 홍보 등이 있다.

국고·특교세 지원…희망근로 활용
소방방재청은 먼저 지난해 처음으로 안전장비 구입을 위해 국비 2억원을 매칭펀드 방식으로 보조해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구명환 등을 설치했다. 매칭펀드는 물놀이 사망자가 관내 주민이 아니란 이유로 지방비 투입에 소극적인 지자체에 지방비 투입 명분을 주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국비 2억원으론 턱없이 부족해 특별교부세 1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이를 통해 84개 시·군·구 666개 지구에 구명조끼, 구명환, 구명로프, 위험표지판, 인명구조함 등 안전장비 7종 1만9846점을 설치할 수 있었다.

구명환 등 안전장비는 이동식 거치대를 이용해 물 가까이 전진배치하고 설치간격을 50m 정도로 유지하게 했다. 이는 비상시 신속한 구조를 위한 조치였다. 국비·특별교부세를 지원해 물놀이 취약지역 666개 지구에 안전장비를 설치한 성과는 지난해 물놀이 인명피해 68명 가운데 취약지역 발생자가 3명뿐이라는 게 방증한다. 이 3명 가운데는 8월15일 오후 3시30분경 충북 영동군 초강천에서 형제 2명이 물에 빠진 것을 유급안전요원이 구명환을 던져 동생은 구조했으나, 형은 보이지 않아 구조하지 못한 안타까운 경우도 포함됐다.

국비·특별교부세 지원과 더불어 주무부서인 소방방재청 시설안전과 직원 12명은 물놀이 안전관리대책기간 중 전원이 조별로 나눠 계속 근무하고, 예방안전국 전 직원을 4개반으로 편성해 물놀이 취약지역 84개 시·군에 대한 안전사고 예방을 독려했다. 각 지자체에서도 전담 태스크포스팀 운영을 통해 안전관리요원과 안전장비를 관리했다. 또 희망근로사업과 연계해 희망근로 대상자를 안전관리요원으로 취약지역에 배치해 집중관리토록 했는데 전체 안전관리요원 3033명 가운데 희망근로자는 1283명이었다.

8월2일 오후 5시10분경 강원도 평창군 도돈보에서 물에 빠진 40대 남자를 구명환으로 구조하는 등 이들 안전요원들은 물놀이객 16명을 구조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물놀이 인명피해 68명 중 48명이 안전관리요원이 배치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물놀이 절반 줄이기 목표 달성에 안전관리요원 배치가 큰 도움이 됐다는 게 소방방재청과 지자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별도로 유급 안전관리요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처지에서 그 지역 위험요인 등을 꿰뚫고 있는 희망근로자 1283명을 안전관리요원으로 활용한 방법이 효과가 컸다고 한다. 그밖에도 소방방재청은 한국구조연합회 등 인명구조 전문단체로 구성된 한국재난안전네트워크를 통해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활동을 벌이고 전국 시·군·구 단체장에게 물놀이 안전예방을 당부하는 편지를 보내는 등 지자체장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힘을 기울였다.

물놀이 인명피해 절반 줄이기 평가
지난해 발생한 물놀이 인명피해 68명 가운데 16개 시·도별 피해현황을 살펴보면, 강·하천, 해수욕장·해변이 많은 강원(19명), 전남(9명), 충남(8명), 경북(7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시·군·구 가운데는 홍천군이 8명으로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인제·보령·여수·광양 4개 시·군에선 사망자가 3명씩 나왔다. 옹진·가평·춘천·태안·무주·임실·문경·거창·서귀포 9개 시·군은 2명씩 물놀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소방방재청은 물놀이 안전대책 유공기관과 유공자를 표창하고 지자체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여름철 물놀이 안전관리분야 평가를 실시했다.

평가결과 경상남도와 산청군이 각각 16개 시·도와 186개 시·군·구 가운데 최우수기관으로, 경상북도와 밀양시·강릉시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 가운데 경상남도는 2008년 물놀이 인명피해가 21명에 달했으나 지난해엔 3명으로 줄었고, 산청군은 7명에서 제로화를 달성했다. 소방방재청은 또 지난해 사례를 분석해 물놀이 안전관리 분야 문제점을 내놓았다. 문제점으로 제시된 내용 중 첫 번째는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예산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가 대부분 재정이 열악해 물놀이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안전관리요원을 확보하는 데 투자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절반 줄이기 대책 중 가장 효과가 컸던 국비(2억원)와 특교세(10억원) 지원, 희망근로 프로젝트와 연계한 안전관리요원 배치처럼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일자리 만들기와 재난안전관리를 연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다른 문제는 일부 기초자치단체장의 관심 부족이다. “지난해에 많은 기초자치단체장의 관심을 이끌어 냈으나 아직도 물놀이 인명 사고자의 대부분이 외지인(92%)이라는 이유로 자치단체장의 관심이 낮다”는 게 소방방재청 설명이다.

소방방재청은 특히 “지자체별로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나, 관할 구역 내 피서객에 대한 안전관리는 소홀하다”고 꼬집었다. 피서객의 안전의식 결여도 문제로 지적됐다. 물놀이 인명사고 대부분이 사전 준비운동 부족, 음주수영, 수영능력 과신 등 안전부주의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론 초·중 학생대상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과 대국민 홍보효과가 큰 TV 등 언론을 통한 홍보 강화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