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간쑤성 둔황시 6㎞ 남쪽에 있는 유명한 관광명소 월아천이 인간의 욕심으로 오래 전에 메말라버리고 지금은 인공샘으로 변했다고 한다. 최근 50년 동안 인구가 빠르게 팽창하고 농업활동이 증가하면서 지하수를 남용한 탓이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월아천(月牙泉·위에야취엔)은 달 어금니를 닮은 샘이란 뜻을 가진 오아시스로, ‘초승달샘’(Crescent Moon Lake)으로도 불린다. 고비사막의 거친 모래바람에도 불구하고 수천 년 동안 한 번도 마른 적이 없어서 ‘자연이 낳은 기적’ ‘고비사막의 빛나는 진주’란 평을 받아왔다. 월아천에 얽힌 전설에 의하면, 오래 전 둔황이 갑자기 황량한 사막으로 변하자 어여쁜 선녀가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는데, 이 눈물이 샘을 이루었다고 한다. 주위엔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거대한 사구(모래언덕) 명사산((鳴沙山·밍샤샨)이 있다.

명사산은 바람이 사막을 쓸고 지나갈 때 생기는 소리가 노래처럼 들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강한 바람이 모래를 휩쓸고 지나가면 85데시벨(㏈)에 달하는 소리가 들린다. 85데시벨은 시끄러운 지하철 전동차 안에 해당하는 소리 크기다. 이 소리를 여행자들은 “바람이 세게 불면 무너져 내리는 모래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들린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이 소리가 모래알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생긴 모래판 진동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으로 믿고 있다.

명사산은 월아천 위로 100m 이상 우뚝 솟아 있는데, 월아천과 명사산은 과거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도시 역할을 하면서 크게 번성했던 둔황을 찾은 여행자들이 꼭 들러봐야 할 명소로 손꼽힌다. 특히 월아천은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던 TV드라마 <선덕여왕>에 등장한 사막의 오아시스이며 2008년 제작된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의 촬영지기도 하다.

지하수 사용 늘며 수위 감소
그런데 수천 년 동안 마르지 않고 실크로드를 지나는 여행자와 낙타들의 갈증을 풀어줬던 월아천이, 지난 50년 동안 인간의 욕심으로 심하게 말라 지금은 인공샘으로 변하고 말았다. 미국지하수학회(NGWA)에서 발행하는 학회지 <지하수 Ground Water> 1월호는 월아천이 지하수 남용으로 10년 전 바닥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 학회지에 따르면, 1950년 월아천 최대 수심은 7m였으나 1960년대부터 마르기 시작해 2001년엔 수위가 0.18m로 줄어들었다.

당나라 시대부터 청나라 때까지 월아천에서 배를 띄우고 놀았다는 기록이 전하는데, 이는 지금 상황에선 도저히 믿기지 않는 전설이나 마찬가지다. 1960년대까지 월아천 수위는 일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57년 촬영된 항공사진에선 해수면으로부터 측정한 월아천 수위가 1141m였다. 하지만 1997년엔 1134m로 7m나 감소했다. 수위가 낮아졌을 뿐 아니라 면적도 좁아졌다. 1987년부터 1997년 사이에 면적이 9000㎡에서 5667㎡로 줄었다. 같은 시기 최고 수심은 4.2에서 2m로 낮아졌다.

월아천 수위 저하는 주위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끼쳤다. 남쪽 제방에 있던 능수버들이 대부분 말라 죽는 등 수위 저하와 함께 사막화가 진행됐다. 이 때문에 북쪽 제방에 심은 나무들이라도 살리기 위해선 관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렇게 고비사막의 오아시스 월아천이 메말라버린 까닭에 대해 <지하수>는 둔황 지역에 급격히 인구가 늘어나고 농업활동이 증가하면서 마구잡이로 지하수를 끌어다 썼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월아천 주변 농장 지역은 1950년 106㎢였으나 2007년엔 278㎢로 세 배 가까이 확대됐다.

1960년대 이전까진 월아천에서 서쪽으로 4.5㎞ 떨어진 당하(黨河)의 물을 음용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했다. 1975년 당하에 댐이 들어섰지만 댐만으론 빠르게 늘어난 인구와 농장에 필요한 물을 충분히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사람들은 지하수를 얻기 위해 깊은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둔황 지역에선 2007년까지 우물이 약 4000개나 생겨났고 매년 지하수 추출량이 1억㎥를 넘어섰다. 게다가 1975년부터 2년 동안엔 농사를 짓기 위해 펌프를 대고 월아천 물을 직접 끌어올리기까지 했다. 당연히 지하수가 고갈되고 월하천이 말라갈 수밖에 없었다. 지하수 과잉개발에 따라 둔황 지역 수면은 10m 이상 내려갔다.

2002년부터 ‘인공호수’ 전락
월아천이 메말라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둔황시 쪽은 월아천에 물을 공급하고 생태 환경을 회복시키기 위한 몇 가지 긴급조치를 시행했다. 경작용 토지개간과 새로운 우물을 파지 못하도록 하고 효과적으로 물을 절약할 수 있는 관개실천도 채택했다. 이런 비상조치는 월아천 수위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을 막는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월아천 수위는 매년 꾸준히 내려갔다. 2002년엔 월아천 수심 유지를 위한 비상처리계획이 마련됐다.

수심을 0.3~1m로 유지하기 위해 월아천 주위 4개 부지에다 매일 7,000㎥의 물을 끌어다 부은 것이다. 이로 인해 월아천은 현재 해발 약 1134m에 자리하면서 길이 약 200m에, 약 50m 폭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수천 년 동안 한 번도 마르지 않았던 오아시스가 인공호수로 바뀐 셈이다.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월아천을 찾아 신비한 자연에 감탄하며 기념사진을 찍곤 한다. 그러나 월아천은 결코 초승달샘이 아니다. 초승달 모양의 인공 연못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물은 천연샘물이 아니어서 더 이상 마실 수가 없다. 고비사막의 빛나는 진주인 오아시스 월아천은 이미 10년 전에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둔황시는 비상처리계획을 통해 월아천 부근 지하수면을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하수를 너무 많이 퍼올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현재 수위를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지하수>는 “영구적 해결책은 적어도 1970년대 이전 조건으로 지하수 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고비사막에서 수천 년 동안 살아남은 자연의 경이로운 장관은 지난 50년 동안 지하수를 남용한 탓에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