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민족의 영웅이자 종교지도자인 모세가 이집트 파라오 치하에서 박해받던 이스라엘인을 이끌고 탈출해 홍해를 만나 추격하던 이집트군대에 붙잡힐 위기에 처했을 때, 바다가 양쪽으로 갈라져 길을 열어줬다는 ‘모세의 기적’이 우리나라에서 재현된다. 1977년부터 매년 전라남도 진도군이 개최하고 있는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는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 재난포커스 - 서은미 기자 >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는 조수간만의 차이에 의해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를 잇는 바닷길(폭 약 40m)이 열리는 때에 맞춰 개최된다. 회동리와 모도 사이 직선거리는 약 1.5㎞지만 직선이 아닌 곡선을 그리며 길이 열리는 탓에 바닷길 길이는 2.8㎞에 달한다. 33회째를 맞는 올해 축제는 3월30일부터 4월1일까지 계속된다.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시기는 해마다 차이가 난다. 어떤 해엔 음력 2월말에서 3월초에 열리는가 하면, 음력 4월초에 넓은 바닷길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바닷길은 약 1시간 동안 완전히 드러났다가 다시 바닷물로 뒤덮인다.

호랑이와 뽕할머니 전설
신비의 바닷길은 1975년 삐에르랑디 주한프랑스대사가 진도여행 중 목격하고 프랑스 신문에 ‘모세의 기적’이라 소개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1996년엔 일본 인기가수 덴도 요시미가 진도 신비의 바닷길을 주제로 <진도이야기>(珍島物語)란 노래를 히트시켰다. 이를 계기로 신비의 바닷길을 보기 위해 축제장을 찾는 일본 관광객이 급증했다.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회동리과 모도리 해역일원은 2000년 3월14일 국가지정 명승 제9호로 지정됐다.

진도에선 바닷길이 열리는 현상을 ‘영등살’이라 부른다. 영등살은 용이 승천한 곳이란 뜻으로 다음과 같은 ‘뽕할머니 전설’이 서려 있다. 호동(회동리)에 호랑이가 자주 나타나자 뽕할머니만 남긴 채 온 마을 사람들이 급하게 바다 건너 모도로 몸을 피했다. 홀로 남은 뽕할머니는 헤어진 가족을 만나게 해달라고 매일 용왕님께 기원했는데, 어느 날 꿈속에 용왕님이 나타나 “내일 무지개를 바다 위에 내릴 테니 바다를 건너가라”고 말했다.

이에 뽕할머니가 바닷가로 나가 기원을 하니 호동과 모도 사이에 무지개와 같은 바닷길이 생겨났다. 바닷길이 열리자 모도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뽕할머니를 찾기 위해 징과 꽹과리를 치면서 호동에 도착하니 뽕할머니는 “나의 기도로 바닷길이 열려 너희들을 만났으니 이젠 한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를 본 호동마을 사람들은 뽕할머니의 소망으로 바닷길이 열리고 다시 마을로 되돌아왔다면서, 마을 이름을 회동으로 바꾸고 해마다 바닷길이 열리면 풍어와 소원성취를 비는 기원제를 지냈다.

기원제와 함께 회동과 모도 사람들이 바닷길에서 만나 바지락과 낙지 등을 잡던 풍습이 오늘날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로 이어졌다는 게 진도군 쪽의 설명이다. 오늘날 바닷길 축제장 부근엔 호랑이 옆에서 기원을 하는 뽕할머니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뽕할머니의 영정을 모신 사당도 지어졌다. 뿐만 아니라 신비의 바닷길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이바지한 삐에르랑디 전 주한프랑스대사를 기리기 위한 삐에르랑디 공원도 조성됐다.

매년 100만명이상 몰려
매년 신비의 바닷길 축제장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은 1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바닷길이 완전히 드러나는 1시간 동안 현대판 모세의 기적을 구경한다. 이처럼 일시적 현상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매우 드믄 경우로, 바닷길 축제장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인파가 일시에 몰려드는 곳이라 한다. 2010 대한민국우수축제로 지정된 이번 제33회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는 ‘꿈을 이루는 신비의 바다로!’란 주제와 ‘미(美)·락(樂)·쿨(COOL)’을 콘셉트로 메인행사, 공연행사, 체험·전시행사, 부대행사 등 30여개 행사가 마련된다.

메인행사론 축제 첫 날인 30일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뽕할머니 제례를 비롯해 개막식과 축하공연, 미락쿨바다퍼레이드, 미락쿨판타지아 멀티미디어쇼 등이 개최된다. 진도 고유의 민속예술인 강강술래, 씻김굿, 들노래, 다시래기 등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를 공연하는 전통공연과 유명 국악인 초청공연이 국내외 관광객들을 맞는다.

밀물과 썰물 차이를 이용한 전통 어업인 개매기와 조개잡이 체험, 해상레프팅과 해변말타기 등 해상레저 체험, 아리랑배우기와 같은 예향진도 체험, 진도 특산품으로 널리 알려진 진돗개·진도홍주 체험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준비했다. 이와 함께 축제기간 중 진도 특산품과 해산물, 그림 등을 경매하는 미락쿨 경매장터, 전국 난·야생화전시회, 접도 웰빙 전국 등산대회, 거리유랑단 공연 등의 부대행사가 열릴 예정이며 국내외 관광객을 위해 종합의료센터·종합안내센터·미아보호센터와 같은 도우미센터를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