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부터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재난관리평가를 해오고 있는 소방방재청은 올해부터 평가방법을 대폭 개선했다. 2월 기관별 자체평가를 시작으로 3월까지 재난관리평가를 실시한 소방방재청은 이전과 달리 ‘작동하는 방재’ 부문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재난관리평가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29조(재난관리체계등의 정비·평가)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7조에 근거해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책임성과 재난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해 2006년부터 실시해오고 있다. 평가대상은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 지정된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단체다. 하지만 지금까진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만 있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재난관리평가에서 주요 평가분야는 자연 및 인적재난으로 재난관리책임기관에 대한 재난대응 조직 구성과 정비실태, 재난발생에 대비한 단계별 예방→대비→대응→복구 과정이다. 매년 평가결과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에게 보고된다.

국무총리실 등 상급기관 평가참여
재난관리평가는 대학교수 등 민간전문가와 공무원으로 구성된 중앙합동평가단이 맡는다. 올해 평가단은 민간전문가 12명과 공무원 8명 등 20명으로 구성됐다. 평가대상은 교육과학기술부, 국방부, 국토해양부, 소방방재청 등 14개 중앙행정기관과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15개 공공기관이다. 평가대상 중앙행정기관은 지난해 13개에서 올해는 기상청이 추가됐다. 공공기관 수는 지난해와 같지만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로 통합되면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새로 포함됐다.

올해는 서류위주로 평가하고 증빙자료를 확인하던 이전 방식을 개선해 서면평가와 현지 확인평가 2가지 방법으로 진행된다. 서면평가는 기관별 자체평가서 전체를 평가위원 모두가 서면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종합평가결과에 20%가 반영된다. 80%를 반영하는 현지 확인평가는 평가위원들이 담당한 평가대상 기관을 방문해 증빙자료를 확인하고 재난관리시스템 등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올해 평가는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여럿 눈에 들어온다.

먼저 평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상급기관에서 평가에 참여한다는 게 지난해와 달라졌다. 중앙행정기관 평가에 소방방재청과 함께 국무총리실이 참가하고 공공기관 평가에는 관할 중앙행정기관을 참가시켰다. 또 재난관리평가의 목적인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재난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채점 위주 평가를 지양하고 문제점을 발굴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평가했다. 이는 재난관리평가가 평가대상 기관의 업무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소방방재청은 또 기관별 문제점은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 정책 환류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서 재난관리시스템작동 확인
무엇보다 소방방재청은 올해 실시한 재난관리평가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작동하는 방재’에 대한 현지 확인을 꼽았다. ‘작동하는 방재’는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구축된 각종 재난관리시스템이 상황발생 시 바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현장 사이에 빈틈없는 연계 체계를 갖추는 일을 뜻한다. 지난해에도 재난상황실 가동 및 각종 시스템 작동 여부를 확인했지만, 올해 평가에선 이를 더 강화해 재난관리 현장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눈으로 확인하면서 평가했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작동하는 방재’에 부합되는 실효성 있는 현지 확인평가를 강화했다”며 “평가단이 대상기관을 방문해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구축된 재난관리시스템이 즉각 작동하는지 현장에서 확인하고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한 즉시성 및 상황대응 역량도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현지 확인평가에선 재난상황실 가동실태 및 각종 재난관리시스템 작동 여부를 평가위원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는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알람작동 등 인지시설 설치 여부도 평가대상에 포함시켰다.

공공기관 적합성 고려 특성지표 개발
채점방식을 개선하고 평가지표도 최소화했다. 채점방식 개선은 지난해까지 적용했던 주관식 채점방식으로는 객관성이 부족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올해부터는 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A B C D E 5단계로 채점기준을 명확하게 정한 정량적 채점방식을 도입했다. 지난해엔 평가지표수가 중앙행정기관 21개, 공공기관 23개였으나 올해는 평가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앙행정기관 10개 공공기관 13개로 줄였다. 평가지표수를 줄이면서도 내용은 개선했다.

지난해에는 국가안전관리기본(집행)계획의 재난 예방·대비·대응 등 재난관리 일반정책에 관한 사항을 평가했으나 올해는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계량지표를 보완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평가지표에 교육·훈련·홍보 실시여부, 전년대비 발전적 업무추진 여부, 기관 전체대비 예산 및 인력 투자율 등을 포함시켰다. 공공기관 경우엔 업무 특성 등을 고려해 공공기관 특성지표를 3개씩 개발해 적용했다.

예컨대 수자원공사의 경우 △재난발생 또는 재난이 예측될 때 시스템 작동여부 △댐시설 및 주변지역 관리·정비 실태 △재난대비 비상대처계획 및 훈련시행 여부 3개가 특성지표다. 그밖에도 부·청 단위를 일괄 평가해 우수기관을 선정하던 방식을 관리영역과 규모 등 부·청의 특성을 고려해 부(9개)와 청(5개)로 구분했다. 2~3월 실시된 올해 재난관리평가는 재난관리 우수기관 선정과 평가등급을 메기는 데 활용된다. 기관별 평가등급은 가(우수) 나(보통) 다(미흡)로 메겨지고 그룹별로 공개된다. 평가 결과는 4월 중앙안전관리위원회에 보고되고 7월 우수기관과 유공자포상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