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월 중순까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고, 3월22일 오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한 겨울에도 보기 어려운 함박눈이 내리기도 했다. 유난히 춥고 많은 눈이 내렸던 겨울로 기억될 듯하다. 하지만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긴 겨울을 보내면서 소방방재청은 올 겨울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고 눈이 빈발했음에도 피해가 크게 줄었다고 발표했다.

<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

소방방재청은 지난 3월15일 겨울철 자연재난대책 기간인 지난해 12월1일부터 올해 3월15일까지 3개월 15일 동안 인명피해 제로(Zero), 재산피해는 10년 평균 대비 11% 수준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교통사고·등반사고 등 안전사고를 빼면, 폭설과 한파로 인한 사망자가 전혀 없었고 재산피해만 228억원 발생했다는 게 소방방재청 설명이다. 최근 10년 평균 인명피해는 2.7명, 재산피해는 2093억원이었다.

특히 소방방재청은 이번 겨울에 발생한 재산피해도 중앙 지원 대상이 없는 소규모 피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재산피해 조사 내용을 보면, 1월4~6일 중부지역에 쏟아진 폭설로 경기 62억원, 강원 30억원, 충북 12억원, 인천 2억원 등 모두 106억원의 재산피해가 나왔다. 또 지난해 12월4~6일 풍랑으로 인해 충남 67억원, 경기 3억원 등 수산 증·양식시설피해 70억원이 발생했다. 그밖에 12월16~20일과 2월10~13일 대설, 1월31~2월1일과 3월1~2일 강풍·풍랑 등으로 52억원의 재산피해가 있었다.

유난히 눈 많고 추웠던 겨울
올 겨울은 다른 해에 비해 많은 눈이 내렸다. 겨울철 자연재난대책 기간 전국 평균 적설량은 40.1㎝를 기록했다. 이는 평년보다 7.6㎝가 더 내린 것이다. 눈 내린 날도 18.5일로 평년대비 2.3일 늘어났다. 특히 서울의 적설량 54.8㎝는 2008년 10.9㎝보다 5배나 많은 양이다. 1월4일 새해 시작과 함께 서울에선 73년 만에 가장 많은 25.8㎝ 폭설이 쏟아졌고 3월10일에는 6년 만에 3월 최대적설량인 13.5㎝가 내렸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주의보 106회, 경보 38회 등 대설특보가 전년 대비 1.5배 증가한 144회나 발령됐다. 2008년엔 대설특보 발령이 102회(주의보 84, 경보 18), 2007년엔 95회(주의보 80, 경보 15)였다.

기온도 다른 해보다 낮았다. 전국 평균기온은 -0.1℃로 평년 0.4℃ 낮았으며, ‘삼한사온’이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게 한파가 계속된 탓에 서울의 하루 최저기온이 -10℃ 이하인 날은 평년보다 5.8일 길어진 17일로 조사됐다. 이처럼 유난히 많은 눈이 내리고 기온이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인명·재산피해가 줄어든 원인으로 소방방재청은 철저한 사전대비와 신속한 초기대응을 꼽았다. 피해요인을 미리 없애고 24시간 상황관리체계를 유지하면서 재난을 관리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전대비 철저-신속한 초기대응
소방방재청은 “사전대비기간에 도로제설, 취약시설 피해예방대책 등을 준비하고 중앙합동점검을 통해 피해요인을 사전 제거했다”면서 “이와 함께 중앙·지역대책본부를 24시간 상황관리체계로 유지해 강설상황·교통정보를 실시간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또 소방방재청은 1월4일 폭설로 수도권 교통이 거의 마비되는 등 큰 혼란을 빚은 게 선제 대응이 미흡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1.4 수도권 제설개선대책’을 마련해 지방자치단체의 제설체계를 재정비해 선제 대응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16~11월30일 겨울철 사전대비기간에 소방방재청은 중앙 합동점검을 실시해 도로제설, 비닐하우스 등에 대한 피해경감대책을 점검하고 미흡사항 168건에 대해 신속한 조치를 이행토록 해 피해발생 요인을 제거했다. 더불어 대설특보 등이 발령되면 국립공원 257개구간에 통제소를 운영하고 적설하중에 취약한 비닐하우스 농가 등에 신속히 상황을 전파해 인명·재산피해를 줄였다. 교통두절이 예상되는 158개 마을 이장과 중앙·지역상황실 간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하고 구호물자 공급 및 차량소통대책을 수립해 눈이 오면 즉시 대응토록 한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겨울철 자연재난대책 기간에는 24시간 작동하는 상황관리체계를 유지했다. 예비특보 단계부터 비상근무에 들어가 실시간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선제대응을 위한 현장조치, 신속한 보고체계 유지 등 신속한 초기대응을 위해서였다. 인천·경기지역 기상대와 소방방재청 상황실간 강설상황을 공유하고 도심·고속도로·국도 등에 대한 24시간 CCTV 모니터링을 통해 강설예측, 제설자재 사전살포 등을 추진하기도 했다.

1월4일 수도권 교통대란 뒤엔 주요 제설취약구간을 전면조사해 특별관리대상 650개소를 선정하고 담당공무원 1306명을 지정했다. 이를 통해 취약구간 교통소통이 원활하도록 눈이 내리기 3시간 전에 제설인력과 장비를 현장에 전진 배치하고 제설제를 미리 뿌렸다. 뿐만 아니라 1.4 수도권 제설개선대책에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지역의 장비·인력 동원시스템 개선 △제설자재 부족분 긴급확보 및 시·도간 지원체계 강화 △취약구간 월동장구 미 장착차량 통행제한 등 교통소통대책 △지역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제설지침 마련 등이 포함됐다.

지자체책임 강화-주민참여 유도
소방방재청은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제설책임을 강화하고 국민 스스로 제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고칠 방침이다. 지자체와 주민이 제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가장 효과적인 제설 대책이란 판단에 따른 조처다. 먼저 지방자치단체 제설책임 강화에 대해 소방방재청은 “지자체의 제설 늦장대처, 행정구역 경계구간 책임전가 등으로 교통이 정체되고 교통사고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등 주민불편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제설·제빙책임 이행에 소홀한 시·도, 시·군·구에 대해 기관장 및 기관 경고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이 ‘내 집·내 점포 앞 눈치우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중이다. ‘자연재해대책법’ 제27조에서 건축물관리자의 제설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많은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불이익을 주는 제제조항이 없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하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청은 “건물 주변의 보도·이면도로·보행자 전용도로 제설에 주민참여가 미흡한 탓에 눈이 내렸을 때 통행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제설(내 집·내 점포 앞 눈치우기)을 하지 않은 데 대해 과태료를 합리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태료 금액, 부과범위·방법 등 세부사항은 전문가 연구·검토와 공청회 등을 통한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소방방재청 설명이다. 그밖에 소방방재청은 겨울철 제설 대처 효율성 제고 방안을 추진하고 극한강설에 대비한 대처 매뉴얼을 개발해 활용할 계획이다.

먼저 겨울철 제설 대처 효율성 제고 방안으론 △제설자재 확보기준 등 겨울철 사전대비지침 개선 △지역특성을 고려한 도로제설 방법 등 담당공무원에 대한 정기적 훈련이 있다. 또 극한강설 대비 매뉴얼 개발·활용에 대해선 △기상이변에 의한 극한강설시 대도시 대처방안 검토 △관계 유관기관의 상시 교육·훈련과 신속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서 라며 올해 1월 워싱턴 폭설시 연방정부 휴무, 전기·가스 공급 중단 등 도시기능이 마비된 사례를 감안해 개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