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덕 범죄과학연구소(ICS) 수석연구원 법학박사/재난관리지도사

최근 강력범죄가 자주 발생하여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을 언론이 확대시킨다는 비판도 있지만 실제로 강력범죄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잠재된 폭탄으로 생각하는 것이 범죄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그렇다고 지나친 두려움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까지는 없다. 언론이 흥미위주로 보도를 하여 일반인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다루지 않는 것으로서 아쉬움이 남는다.

김길태 사건만 보더라도 10건의 기사 중 8~9건은 가해자의 성장 배경과 같은 개인적 특성 등에 초점을 맞추어 범죄의 원인을 단순하게 이끌어 가는 경향이 있다. 언젠가부터 언론에서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초등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사이코패스라는 용어에 이렇게 빨리 친숙해진 것을 보면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도 상당한 기간 동안 대상자를 관찰해야 알 수 있는 것이 사이코패스이므로 피의자를 한쪽으로 예단하는 것은 가히 옳은 방향설정이라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을 밝힌다고 하더라도 뚜렷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을 청소년기에 심리학적으로 밝혀낸다고 하더라도 잠재적인 범죄가능성이 있다고 격리하거나 관리하는 것이 현재의 형사사법체계상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사이코패스는 범죄자를 분류하는 한 방법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김길태 사건의 발생지는 재개발지역이다.

한창 재개발이 이루어지는 지역을 한번 이라도 방문해본다면 이곳이 얼마나 범죄에 취약한 곳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곳곳이 공가(빈집)이며 밤이 되면 어둠속에 스산한 기운이 감돈다. 비라도 오면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날 정도다. 또한 공가에는 술병 및 유해물질이 곳곳에 널려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마지막까지 주거를 떠날 수 없는 이들은 대부분 세입자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마지막까지 지켜주어야 하는 것은 공권력을 비롯한 우리 모두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재개발지역은 가로등도 잘 들어오지 않고 기존에 CCTV가 설치된 경우에도 유지 및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경찰이 순찰을 하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경찰의 순찰활동은 과거에도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방법은 비행기, KTX, 버스, 자가용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가 지나가면서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가에 따라 눈에 보이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똑같이 펑크 난 자동차를 바라보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볼 경우에는 쉽게 발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람의 눈으로 같이 바라보지만 10초, 혹은 1분 뒤에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순찰이 단순히 관할지역을 한번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찾아내어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단계까지 발전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찰의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안이나 지역의 특성에 맞는 순찰방식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사기 진작책과 순찰방식에 대한 교육을 통해 경찰관이 스스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담당지역을 책임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서울시에서 가로등, 보안등, CCTV 등을 재개발지역에 남아 있는 주민들이 완전히 이주할 때까지 존치키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가 대책을 마련한 것은 이러한 재개발지역에서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시책으로 평가된다. 특히 서울지방경찰청이나 조합 및 시공사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순찰을 강화하는 것은 시기적절한 예방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예방책이 단순히 정책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야하는 것은 이러한 정책이 다른 자치단체에도 널리 알려져서 여론의 압력으로 작용하여 실현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며 실제로 잘 정착되어 제2의 김길태가 출현하는 것을 최대한 막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