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새해 시작과 함께 대재앙을 빚은 아이티 지진에 이어 2월27일 칠레에서 아이티 지진보다 500배 위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 규모 8.8 강진이 발생하면서 지진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다. 이후에도 언론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강진 발생 소식이 전해지자 심지어 지구 멸망을 그려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2012>가 현실로 다가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힘을 얻는 상황이다. 지진전문가인 유용규 기상청 지진감시과 사무관을 만나 지진발생 위험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아이티 지진 이후 강진이 끊이질 않고 있다. 칠레 지진도 그렇고….
아이티 지진의 피해가 너무 커서 그렇지 올해만 특별히 강진이 자주 발생하는 건 아니다. 연도별 지진발생 현황을 보면 매년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특별히 강진이 많이 발생한 해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진발생 현황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일정한 선을 그리고 있는데, 이는 연평균 지진발생 횟수가 비슷하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도 절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순 없다. 큰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할 뿐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적당할 듯싶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자리해 일본·아이티·칠레·대만 등 판 경계지역보다 안전하지만 피해지진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과거 역사 기록과 지진전문가들 견해에 따르면 피해지진의 발생 가능성은 상존한다. 24만여명이 숨진 중국 당산지진(규모 7.6)도 판 내부에서 일어났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예년에 비해 지진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경기도 시흥에서도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나?
1978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규모 2.0 이상 지진발생 횟수가 1998년 이전 연평균 19회에서 1999년 이후 연평균 43회로 늘어났다. 그러나 규모 3.0 이상 지진은 별 차이가 없다. 특히 1999년 이후 연평균 지진발생 횟수 증가세는 지진관측망을 늘리고 지진관측방식을 아날로그지진계에서 디지털지진계로 바꿈에 따라 관측능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디지털지진계를 설치한 1999년 이후 규모 2.0에서 3.0까지 지진관측 횟수가 크게 늘었다는 게 이를 입증한다. 사람이 진동을 느끼는 유감지진도 1998년 이전 연평균 6회에서 1999년 이후 10회로 늘어났지만, 이 또한 통신 발달과 지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신고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으로 지진 소식이 잇따르면서 주위에선 이러다가 지구멸망을 그린 영화 <2012>가 실현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 지진은 과학이다. 다만 현대과학 수준으론 지진예지가 거의 불가능하다. ‘언제 어디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몇 퍼센트다’ 이런 지진발생확률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이는 지진재해도를 분석해 재래주기법으로 계산한 확률일 뿐이다. 그리고 지진에 대한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는 게 거의 없다. 지진은 지구적인 힘에 의해 땅속 암반이 갑자기 갈라지면서 그 충격으로 땅이 흔들리는 현상이어서 예측이 어렵다.

지진과 관련해 기상청에선 어떤 일을 하고 있나?
기상청은 지진을 관측해 분석하고 통보하는 일을 맡고 있다. 지진발생한 후 대책을 마련하는 건 소방방재청 담당하고 있다. 기상청은 현재 전국 109개 관측소에 디지털지진계를 설치해 지진발생 상황을 실시간 관측해 분석하면서 2분 속보, 5분 통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2분 속보, 5분 통보란 2분 안에 어느 지역(개략적)에서 지진이 발생했는지를, 5분 안에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 지진이 발생했는지 정확하게 통보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진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하여 2015년까지 50초 안에, 2020년까진 10초 안에 지진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 및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지진 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건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것이고, 지진 조기경보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진 설계야 두 말할 필요없이 잘 알려져 있는데, 과잉 대응할 필요는 없고 경제성과 시민편의를 고려해 강화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조기경보체계 강화도 내진 설계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지진 발생 정보를 정확하고 빨리 통보하면 그만큼 빨리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진이 발생할 때 전파되는 파동인 지진파는 P파와 S파, 표면파로 구분하는데, 초당 7~8㎞ 속도로 가장 빠르게 이동하는 P파를 재빨리 감지해 초당 3~4㎞ 속도로 이동하며 피해를 입히는 S파와 표면파가 도달하기 전에 지진통보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