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김길태 사건이 발생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사실 과거부터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했다. 지역치안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에서부터, 범죄취약지역에 대한 가로등·보안등·CCTV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범죄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근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박현호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를 통해 CPTED에 대해 들어봤다. CPTED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현호 교수는 현재 범죄과학연구소(ICS)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강력범죄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요?
강력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형벌을 강화해 범죄자로 하여금 두려움을 가지게 만드는 것에서부터 CCTV를 설치하는 방법, 전자발찌를 착용시키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다양한 방법들이 의도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형벌을 강화하는 것은 단기간 효과는 있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지만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현상이 나타나며, CCTV는 검거에는 효과적이지만 예방에 얼마만큼 효과적인지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전자발찌의 경우에는 성범죄라는 특수한 경우에 사용되는 것으로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유지 관리에 비용이 많이 소요되며 범죄자가 인위적으로 풀고 도주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범죄예방 방법을 바꾸기 위해 CPTED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CPTED가 모든 범죄를 막는 마술을 부리는 방법은 아니지만 다른 예방수단들과 함께 적용될 경우 효과가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다수 나오고 있습니다.

CPTED란 무엇인가요?
우리말로는 범죄예방환경설계(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라고 하는데, 의도적 범죄와 사회적 테러 사건·사고를 줄이고 방지하기 위한 도시환경 계획과 설계에 관한 기술을 뜻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도시공간에서 범죄유발 공간을 최소화하고 이를 범죄 방어적인 구조로 변경함으로써 시민의 생활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와 범죄피해에 대한 공포심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감소시켜주는 이론 또는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CPTED 기술은 자연적 감시, 접근통제, 영역성 강화, 활동의 활성화, 유지관리의 5가지 기본원리로 구성됩니다.

CCTV를 더 많이 설치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CPTED를 흔히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오해하거나 CCTV와 동일한 범죄예방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CPTED는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추구하자는 것이 기본 개념이지요. 특히 CCTV와 같은 네트워크 방범과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CCTV는 범죄를 예방하는 도구로 쓰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목적은 범죄가 발생할 경우 조기에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물론 공항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는 CCTV를 이용해서 거동수상자를 찾아내어 범죄를 예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로 범죄예방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모니터링 요원이 항상 상주해야 하고 유지·관리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합니다. 반면에 CPTED는 생활환경을 변화시켜 반영구적인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입니다. 범죄가 발생할 경우 범죄자를 조기 검거하려는 취지보다 범죄자에게 범행의 의지를 저감시켜 예방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CCTV와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물론 비용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면 CPTED에 CCTV를 포함시켜 함께 적용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CPTED와 기존의 범죄예방정책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범죄예방의 방법은 수없이 많은 수단이 존재하지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경찰인력을 증원하여 순찰과 같은 방범기능을 강화하거나 CCTV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찰인력의 증원과 CCTV의 설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경찰인력의 증원은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CCTV는 유지 및 관리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됩니다. 즉 현실적으로 어려운 벽에 부딪칠 가능성이 많습니다. CPTED는 이러한 기존의 범죄예방정책에 효율성과 비용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CPTED도 기본적으로는 범죄예방의 한 정책에 불과하지만 기존의 범죄예방책과 융합될 경우 큰 효과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기본개념에서 차이는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CPTED를 도입하면 범죄예방에 획기적인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까?
CPTED를 도입하여 실제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범죄를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범죄자에게 범죄의지를 억제시키는 효과를 발생시켜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므로 효과가 획기적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 국가의 연구결과를 통해 파악해볼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범죄를 줄이는데 있어 분명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해당지역의 주민들도 만족을 표명한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