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태풍, 전염병 등 큰 재난이 발생해 기업이 사업을 중단하게 되면, 그 기업은 존립이 어려울 만큼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게다가 기업의 사업 중단은 그 기업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인식에 따라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은 일찍부터 관내 기업에 업무연속성계획(BCP)을 보급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일본의 여러 지자체 가운데 시즈오카현 사례를 통해 BCP 보급 지원정책을 살펴봤다.

<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

일본 혼슈 중부 태평양 연안에 자리한 시즈오카현은 지역 실정에 맞춘 BCP 모델을 개발하고 BCP에 관한 상담·지도, 시즈오카현BCP보급연구회 등을 통해 BCP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진으로 인한 현 내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 연 1.6%대 금리로 중소기업과 조합에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지진재해방지대책자금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BCP 모델 개발
시즈오카현 상공노동부는 2006년 2월 중소기업청이 공표한 ‘중소기업 BCP 책정 운용 지침’ 내용을 추가·변경해 ‘시즈오카현 BCP 모델 플랜’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시즈오카현 쪽은 “하마마츠 지구 중소제조업의 사회적·자연적 특성을 근거로 현 내 중소 제조업체가 ‘보다 친밀하고 보다 알기 쉽게’ 작성했다”고 설명한다. 또 “BCP 모델 플랜은 BCP에 대한 학습 외에도 중소기업 경영자가 첨부된 양식에 기입하는 방식으로 각 기업의 BCP를 작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즈오카현 BCP 모델 플랜은 서론, 기본방침과 체제, 책정과 운용·발동, 자기진단, 기입시트, 참고자료 등으로 구성됐다.

BCP 모델 플랜 서론에선 “중소제조업체가 밀집한 시즈오카현 하마마츠 지구는 일본의 모든 제조업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최근 제조업은 많은 기업으로 이루어진 공급망(supply-chain) 위에 놓여 있어 부품업체의 납품이 멈추면 제품 라인까지 멈춰버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CP는 스스로 기업을 지키고 나아가 일본의 제조업을 지키는 데도 중요한 일이다. 게다가 하마마츠 지구의 많은 중소기업이 BCP를 도입하면, 긴급사태에 강한 하마마츠 지구 제조업을 전국에 어필하는 것이다”며 BCP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즈오카현은 또 BCP 모델 플랜에서 BCP에 필요한 최소 항목만을 추려낸 ‘BCP 간략편’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해설, 양식, 기입 요령 및 자료 구성된 BCP 간략편은 중소기업이나 상점 주인이 첨부된 A4판 4쪽 양식에 기입하는 것으로 초보적인 BCP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BCP 간략편은 금속 프레스 공장 모델을 게재해 중소 제조업을 대상으로 한 제조업판, 작은 슈퍼와 역전상가 침구점 모델을 게재해 상점을 대상으로 한 상업판 등 2가지로 시즈오카현 홈페이지(http://www.pref.shizuoka.jp)에서 누구나 내려 받을 수 있다.

BCP 상담·지도
2008년 1월 일본정부가 실시한 기업의 BCP에 관한 실태 조사에서, BCP 책정의 저해요인으로 가장 많았던 게 ‘책정에 필요한 노하우와 기술이 없다’는 응답이었다. 이처럼 기업이 전문가 도움 없이 BCP를 책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시즈오카현은 기업의 BCP 책정 지원을 위해 ‘BCP 지도자 양성 강좌’를 마련해 BCP 책정에 대한 상담과 지도가 가능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BCP 지도자 양성 강좌는 작은 사업장에 대한 BCP 지도·상담을 맡을 인재 전용 강좌로서 BCP 전문가를 통한 5일간 강습과 BCP 훈련 등으로 구성된다.

중소기업이나 작은 사업장에서는 자금과 인원 등의 제약으로 대기업처럼 BCP를 책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원 기업 BCP 책정은 대기업과 같은 수준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각각의 기업 규모에 알맞게 책정하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BCP 지도자 양성 강좌는 난이도 높은 수법보다 쉬운 방법을 위주로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방법을 교육한다. 지도자 양성 강좌 수강 대상은 평소 경영지도 등을 통해 기업을 대상으로 상담·지도한 경험자로 강좌 수료 뒤 기업 상담, 세미나 강사 등 BCP 보급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수강 인원은 20명이다. 강좌내용은 시즈오카현 지역 특성에 맞춰 시즈오카현 BCP 모델 플랜, 지진 재해 응급 대책, 중소기업 BCP 가이드, 비즈니스 임펙트 분석,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사업장의 재무 대응, BCP 훈련 등으로 이뤄졌다. 교육과정을 마치면 수강자간 의견교환을 통해 활동 내용을 보고함과 동시에 지도 능력 향상을 위해 강좌 종료 뒤 수개월간 실제로 BCP 책정을 지원하면서 겪은 문제점의 해결책 등을 검토하는 후속회의(follow up Meeting)를 개최한다.

2008~2009년 2년간 산업지원기관 등의 추천을 거쳐 47명이 BCP 지도자 양성 강좌를 수료했다. BCP 지도자 양성 강좌를 수료한 중소기업 진단사, 각종 전문가, 산업지원기관 직원, 시즈오카현 직원 등은 기업의 요청에 폭넓게 대응해 BCP 책정할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BCP에 관한 상담, 세미나 강사 등을 의뢰하고 싶으면 강좌 수료자들에게 연락하면 되는데, BCP에 관한 상담, 조언 등을 유상으로 실시하는 경우는 재단법인 시즈오카산업창조기구의 전문가 파견제도 대상이 된다.

BCP보급연구회

	시즈오카 현청

2008년 4월18일 오후 2시 시즈오카현 남녀공동참가센터 회의실에선 시즈오카현BCP보급연구회 창립식이 열렸다. 기업, 대학, 민간, 행정기관 등이 협력해 BCP를 비롯한 기업 방재정보 교환, 현 내 기업에 대한 BCP 보급 등을 위한 교류를 목적으로 연구회가 창립된 것이다. 시즈오카현BCP보급연구회는 2개월에 1회 정도 개최되는 정례회를 통해 BCP 책정 사례에 관한 정보, 라이프라인 복구 대응, 기업의 BCP 보급(지원) 활동 사례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와 함께 BCP 보급을 위한 BCP 지도자 양성, 중소기업 대상 BCP 보급 방법, BCP 모델 플랜 업그레이드 등에 대한 검토도 실시한다. 지난해 10월4일 열린 제10회 정례회에선 시즈오카현 위기관리국 위기정보실에서 참석해 8월11일 ‘스루가만 지진’의 정보를 교환했다. 또 사례발표를 통해 (주)야이즈냉동과 삿포로맥주(주) 시즈오카 공장 쪽에서 8월11일 지진에 대한 BCP·지진 대책을 발표했다.

두 달 뒤(12월1일) 제11회 정례회 때는 신종 인플루엔자를 대상으로 한 BCP 도상 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훈련엔 특정비영리활동법인(NPO 법인) 위기관리대책기구 이사 겸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BCP보급연구회는 지난해 9월3일 열렸던 제9회 정례회 때도 신종 플루 문제를 다뤘는데, 전문가로부터 신종 플루 대응 BCP 강연을 들었다. 또 농림수산성 종합식료국 총무과 정책추진실장 등이 참석해 신종 플루 대책 식품산업 사업자 등을 위한 BCP에 대해 정보를 교환했다.

최근엔 3월5일 오후 2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시즈오카현청 서관 4층 회의실에서 제12회 정례회가 개최됐다. 이날 BCP보급연구회 정례회에는 (주)빅토카이 SI사업부 시즈오카영업부에서 참석해 기업의 IT와 정보처리 부문의 BCP 대응에 대한 정보를 나눴다. 이어진 사례발표 시간엔 게이오전철(주) 총무부 재해대책실 관계자로부터 게이오전철의 BCP 책정 사례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