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전문가들은 지진피해를 줄이려면 내진 설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이구동성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동쪽 가장자리 내륙에 자리해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져 와서 내진 설계 기준이 뒤늦게 도입·적용되고 관심도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 중국 등에서 강진이 빈발하고 아이티 지진으로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이면서 국내에서도 지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에 소방방재청은 내진 설계 강화를 중심으로 지진대책을 마련해 추진중이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소방방재청 지진대책의 핵심은 역시 내진 설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진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우리나라 내진 설계 수준이 크게 부족한 탓이다. 우리나라는 1986년 처음으로 16층 이상 아파트와 21층 이상 건축물을 대상으로 내진 설계를 의무화했고 1988년 6층 이상, 1992년 5층 이상으로 확대돼왔다. 지금은 2005년 7월1일부터 시행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00㎡ 이상 모든 건축물이 내진 설계 대상에 해당된다.

1986년 도입 이후 내진 설계 기준을 꾸준히 강화해온 것이다. 문제는 내진 설계 적용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과 2층 이하 저층 건축물에 대한 대책이다. 예컨대 2005년 7월1일 이전 지어진 3~4층, 연면적 1000㎡ 미만 건축물들은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아서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05년 7월1일 이전이나 이후나 1~2층 민간소유 건축물들은 거의 모두 내진 설계 없이 지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1~2층 주택 내진설계 권고
내진 설계 대상이 6층 이상에서 5층 이상으로 확대된 게 1992년이니, 1992년 이전 지어진 5층 이하 모든 국내 건축물은 내진 설계가 적용이 안 된 셈이다. 국내 내진 설계 건축물이 얼마나 적은지는 2007년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자료에서 확인 할 수 있다. 2007년 국토해양부 제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국내에서 내진 설계를 적용해 지어진 건축물은 전체의 16.3%에 불과했다. 이에 정부와 소방방재청은 내진 설계 적용 이전 건축물(기존 건축물)과 2층 이하 저층 민간소유 건축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먼저 지난해 3월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3층 이상 기존 건축물과 학교시설 등 지진취약 시설 31종에 대해 중점적으로 건축물 개보수를 통해 내진설계를 보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 초엔 아이티 지진을 계기로 소방방재청이 2층 이하 저층 건축물을 내진보강 방침을 발표했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이 1월25일 브리핑을 통해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현재 3층 이상(또는 연면적 1000㎡)의 건축물로 한정된 내진설계 대상에 1~2층 건축물을 포함하고 향후 부처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주택과 작은 상가인 1~2층 건축물 모두를 내진 설계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서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반대도 만만치 않다. 이에 소방방재청에선 강제하는 게 아니라 권고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2층 이하 저층 민간소유 건물에 대해선 내진 설계를 권고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진재해대응시스템으로 초기대응
소방방재청은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지진피해예측 프로그램 HAZUS(abbreviation for HAZards United States)와 일본의 지진피해조기평가시스템 DIS(Disaster Information System) 개념을 응용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춘 독자 지진재해대응시스템을 개발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3차에 걸쳐 31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지진재해대응시스템은 지진에 초기대응하고 의사결정 지원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핵심 기능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한정된 관측 자료를 분석해 전국단위 진도분포를 파악하고 시설물 피해규모를 예측한 뒤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을 통해 중앙과 지방 재난관리부서에 전파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지진(해일)발생상황’ ‘피해추정현황’ ‘긴급대응지원’ ‘피해상황관리’ ‘대응절차 및 매뉴얼’ ‘주요목표시설물’ ‘가속도자료’ ‘기초데이터관리’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특히 피해추정현황은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기상청으로부터 진원시(지진발생 날짜와 시간), 진앙, 규모 등을 제공받아 전국의 진도분포도 계산을 통해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별 피해상황을 추정할 수 있다. 피해상황은 인명·건축물 피해, 통신·가스·전력피해, 상하수·도로시설 피해로 구분해 표시된다. 실제 지진뿐 아니라 가상 지진에 대한 피해추정도 가능하다.

한 예로 2010년 3월25일 14시 정각에 경기도 OO시 어느 지점에서 규모 5.5 지진이 발생했다고 입력하면 16개 시도별 인명·건축물피해, 통신·가스·전력피해 정도를 계산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긴급대응 지원, 피해상황 관리 등이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어떤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피해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진재해대응시스템을 통해 지진대응훈련도 할 수 있다. 지진뿐 아니라 지진해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오는 4월29일 실시될 ‘2010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2일차 지진 등 복합재난 대응훈련도 이 시스템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